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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의 세계

[도서] 오늘부터의 세계

안희경 저/제러미 리프킨 외 인터뷰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2년 전부터 아내와 함께 서대문구청 뒤편의 서대문청소년센터 수영장에 다녔다. 올해 2월 말일은 선생님의 수업 대신 회원들끼리 수영을 하는 날이었는데 갑작스런 센터가 문을 열지 못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 이후 다시 센터를 연다는 문자와 다시 열지 못하게 되었다는 문자를 번갈아 가며 세 차례 정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11월이 되었는데 이번 주부터 수영장을 다시 열게 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아직 강습은 불가한 상태이고 정해진 시간에 한하여 자유 수영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까페 여름 자리에 툴리라는 이름의 디저트 카페가 문을 연 것이 올해 봄 어귀이다. 어느 날 아내는 내게 그 카페의 사장님이 어떤 분이냐고 물었다. 나는 젊은 여사장님이라고 말했고, 아내는 어떻게 생겼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어떻게 생겼나면 하고, 이미지를 불러오려다가 그만 오작동을 하고 말았다. 카페를 이용한지 한참이 되었지만 마스크를 쓴 눈만을 떠올릴 수 있을 뿐 얼굴 전체를 나는 완성시킬 도리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 병원균이 이렇게 오래 가리라고, 처음부터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늘은 파이자의 회장이 백신 개발이 코앞이고, 백신의 효과가 90%정도이고, 올해 안에 5000만 명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안정적이지만 우리나라도 연일 세 자리 숫자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오늘의 확진자는 100명이다.  


  코로나가 한창이고 우리는 코로나 이전을 그리워하며 코로나 이후를 예상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세계적 특징을 지칭하던 ‘뉴 노멀’이라는 단어가 보다 보편적으로 소환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같지 않을 것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야말로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내야 할 것이다. 책은 이러한 코로나의 세계적 유행의 원인과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위한 7인의 제언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는 앞으로 더욱 우리의 일상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지역적이어야 합니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문제가 닥쳤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로 감염병과 홍수, 가뭄, 산불, 태풍 같은 재난이 오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혼자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전체 공동체가 협력하는 수평적으로 분산된 새로운 통치가 요구됩니다. 저는 피어 어셈블리peer assembly(참여자가 동일한 자격을 갖는 동배同輩 의회)를 꼽습니다. 피어 어셈블리가 표준화되고 있어요. 지역에 있는 사회기관과 단체들이 정부와 손잡고 모이고 있지요. 특히 유럽 그린 뉴딜의 중심에 피어 어셈블리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의회입니다. 미국의 배심원 제도처럼 모든 성인이 일정 기간 잠깐씩 시간을 내어 봉사하는 방식입니다. 피어 어셈블리는 정부가 관리하지만 정부의 확장이기도 하므로 전체 커뮤니티가 자신의 미래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p.35, 제러미 리프킨 <화석연료 없는 문명이 가능한가> 중) 

  제러미 리프킨은 코로나 19의 원인은 기후변화이고 기후변화의 원인은 ‘물순환 교란으로 인한 생태계 붕괴’ 때문이며 ‘인간이 지구에 남은 마지막 야생의 터를 침범’하였고 이로 인해 ‘야생 생명들의 이주가 시작’된 것이 코로나의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앙 집중식 인프라 구조를 전환하라’는 것이 제러미 리프킨의 제언이다.


  “... 중국에는 아직 50퍼센트 넘는 사람들이 농촌에 삽니다. 중국의 농촌 마을에는 의사가 없습니다. 병원도 없습니다. 상상해보세요. 의사도 없고 병원도 없는 곳에서 농촌 사람들이 바이러스 공격을 무엇으로 막을까요? 그들은 자신들의 마을을 폐쇄했습니다. 스스로를 고립시킴으로써 자립을 이뤘죠. 마을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까요? 모두들 농작물을 키웁니다. 광활한 경작지가 있고, 닭을 치고 소와 돼지를 키웁니다. 광활한 경작지가 있고, 닭을 치고 소와 돼지를 기르고, 작은 가게들이 즐비합니다. 그러니까 마을 안은 하나의 독립적인 사회입니다. 자립할 수 있는 생계가 있어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외부인이 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라면 안전할 수 없겠죠... 중국이 이 심각한 바이러스를 다스릴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인구의 반이 어떤 보살핌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료진을 보낼 필요도 없습니다. 바이러스와 관련된 일체의 비용을 치를 필요가 없죠. 자연 속에서 그들은 바이러스의 공격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습니다...” (pp.52~53, 원톄쥔, <위기 이후 어떤 세계화가 도래할 것인가> 중)

  원톄쥔은 ‘무너진 세계화의 출구를 지역에서 찾아라’라고 말한다.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하며, 금융자본이 만드는 식량 위기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지적한다. 현재의 세계화는 실패하였고, 지역 중심 세계화(글로컬라이제이션)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야기한다. 중국의 석학인 원톄쥔은 미국의 파상공세가 아시아를 (아마도 중국을) 세계화의 틀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고, 미국의 파상공세가 세계화를 내던지는 데 (아마도 미국에서 중국으로 말을 바꿔 타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필요한 비용을 줄여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저는 마이너스 성장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어떻게 마이너스 성장이 나왔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이너스라는 건 평균적인 생활수준이 떨어진다는 얘기니가 대처하기에 힘은 들겠죠. 하지만 환경주의자들 가운데는 역성장degrowth이라고 해서 선진국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어요. 이번에 코로나19로 봉쇄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전보다 음식을 안 버린다고 합니다. 식품을 덜 생산해도 똑같이 잘 먹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의류도 패스트패션이라고 해서 한 번 입고 버리는데, 예를 들어 안 입고 버려지는 옷이 10퍼센트라고 하면 세계 의류 생산량이 10퍼센트 줄어도 우리의 삶의 질은 관계없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pp.111~112, 장하준 <왜 우리는 마이너스 성장을 두려워하는가> 중)

  장하준은 제언은 ‘불안을 구조 조정하고 안전을 공동 구매하라’이다. 부정의 상황에서 긍정의 초석을 찾아내려고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선한 욕망이 뒷받침을 해줘야 할 것이다. 사실 힘든 일이다.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품격을 누리는 삶의 기본을 보장받는다면 세상의 두려움은 줄어들 겁니다. 두려움이 줄면 혐오도 줄어들죠. 우리 자신이 취약할 때 다른 집단에게 그 탓을 돌리고 싶어 하는 욕망이 생기거든요.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 시스템을 강화하고,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모두가 교육받을 기회를 누리는 안전망이 갖추어진다면 불안은 훨씬 줄어들 겁니다. 요컨대 우리는 전방위적으로 밀고 나가야 합니다. 또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각 분야 활동가들을 뒷받침하는 용감한 지지자가 됩시다.” (pp.138~139, 마사 누스바움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중)

  마사 누스바움의 제언은 ‘혐오를 넘어선 곳에서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발견하라’이다. 혐오를 해결하기 위한 ‘타인에 대한 연민’을 주장하는 마사 누스바움의 생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불평등한 사회에 사는 경험은 인간의 사고와 감정은 물론이고 관계 맺는 방식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미국은 다른 부유한 국가들과 비교할 때 부자와 빈자 사이에 소득 격차가 가장 크고, 살인율과 정신 질환자 비율, 십 대 출산율이 가장 높아요. 반면 기대 수명은 가장 낮고 아동의 행복 수준과 수학 성취도, 문해력은 낮습니다. 1970년대 초기 연구에서부터 소득 격차가 큰 나라일수록 폭력 사건이 더 자주 발생하고 건강 상태가 나쁘다는 사실이 나타났어요. 특히 중요한 지점은 불평등이 가난한 사람들뿐 아니라 인구 대다수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pp.159~160, 케이트 피킷 <우리는 질병과 죽음 앞에 평등한가> 중)

  케이트 피킷의 제언은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회를 재구조화하라’이다. 사회적 불평등과 건강의 상관 관계를 말하고 있는데, 보건과 관련한 미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


  “한 연구자 혹은 한 저널리스트가 지정학적인 변화를 획기적으로 이뤄내기란 어렵죠. 그렇지만 저는 각자가 조금이라도 다른 행동을 취한다면, 세상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몇십 년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생명공학적 재난을 막기 위해 무엇이 위험 요소인지 짚어내고, 개별 실험실까지 관할하는 생물 안전기준을 만드는 것처럼요. 이렇듯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질문은 어마어마하게 광범위한 분야를 망라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진행해야 하죠. 특정한 행동을 해야 우리는 변화를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궁극에는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거버넌스 능력을 갖춰야 하고 그것을 지속해야 합니다.” (pp.184~185, 닉 보스트롬 <세계는 다음의 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중) 

  닉 보스트룸의 제언은 ‘지구적 조정 능력을 키워 미래의 위기에 대응하라’이다. 국가와 국가, 행정부와 시민 사회 등 여러 집단이 긴밀하게 상호 협력하여야 가능한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갠지스강이 맑게 흐릅니다. 돌고래가 올라왔고, 코끼리가 거기서 목욕해요.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두 가지 배움을 줬습니다. ‘자연과 충돌하려 들면 어머니 자연은 숨어버린다.’ ‘어머니 자연에게 마음을 활짝 열면 매우 빨리 돌아온다.’ 어머니 자연은 재생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침을 주고 있어요. 우리 함께 이 수업을 귀담아 배워보아요. 그리고 말합시다. “자연과 함께 하자. 전쟁을 계승하는 화학품들과 결연하자. 자연은 한 계절만으로도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 (p.217, 반다나 시바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증) 

  반다나 시바의 제언은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라’이다. 코로나 19가 인간을 향한 자연의 반격이라는 데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을 것이다.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 그러니까 경제라는 측면을 최우선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등한시되고 있던 여러 위기의 징후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안희경 / 제러미 리프킨, 원톄쥔, 장하준, 마사 누스바움, 케이트 피킷, 닉 보스트롬, 반다나 시바 / 오늘부터의 세계 : 세계 석학 7인에게 코로나 이후 인류의 미래를 묻다 / 메디치 / 230쪽 / 20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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