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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도서]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저/이지수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축적하여 진실을 그리는 것이다.“
  이런 소리가 예전부터 텔레비전 현장에서 계속 들렸습니다. 그러나 제가 다큐멘터리 방송을 제작해 보니 사실 · 진실 · 중립 · 공평과 같은 말은 공허하게 들렸습니다. 오히려 다큐멘터리란 ‘다양한 해석 가운데 한 가지 해석을 자기 나름대로 제시하는 것’일 뿐이지 않을까요. 예전에 닛폰TV에서 <논픽션 극장>이라는 다큐멘터리 방송을 만든 우시야마 준이치 씨는 “기록은 누군가의 기록이 아니면 가치가 없다”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p.113)


  아마도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을 본 다음에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을 읽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2018년 가을 즈음이었다. 책에서 발췌한 내용은 일기 파일에 적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일기 파일을 바꿀 때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책에서 발췌한 내용도 함께 옮겼다. 그렇게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늘어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상물을 찾아 보지는 못했다. 양쪽 모두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


  『제 영화는 전반적으로 “상실을 그린다”는 말을 듣지만, 저 자신은 ‘남겨진 사람들’을 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은 <아무도 모른다>의 칸 국제영화제 인터뷰에서 러시아인 기자에게 “당신은 종종 죽음과 기억의 작가라고 불리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은 나중에 남겨진 사람, 즉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나 자살한 남편의 아내, 가해자 유족 등 누군가가 없어진 뒤에 남겨진 사람을 그린다”는 말을 들은 게 계기입니다. 이 말을 듣고 ‘과연 그럴지도 몰라’ 하며 스스로도 납득했습니다...』 (p.223)


  지금 마음산책에서 출간된 《키키 키린의 말》을 읽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키키 키린을 인터뷰하고, 거기에 자신의 인상을 보태어 완성한 글들이 실려 있다. 키키 키린은 2018년 9월에 사망하였는데 인터뷰는 2016년 여러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걸어도 걸어도>로 시작된 두 사람의 영화적 관계가 시작되었는데,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키키 키린의 성정으로 보자면 그 유대가 꽤나 깊어 가능한 인터뷰였을 것이다.


  “적어도 저는 다큐멘터리로 시작했기 때문에 작품은 결코 ‘나’의 내부에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나’와 ‘세계’의 접점에서 태어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상은 카메라라는 기계를 거치므로 이 부분이 두드러집니다.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세계와 만나기 위해 카메라를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다큐멘터리의 기본이며, 그것이 픽션과의 가장 큰 차이점 아닐까요.” (pp.252~253)


  책에 실린, 인터뷰의 내용이 끝나고 나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글이 정갈한데, 이 산문집에서도 그렇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에두르지 않고 직접적으로 건넨다. 문장에 화려한 수식을 넣고 이를 통해 과장하려 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감독 자신의 영화 문법이 책 속의 문장에서도 비슷하게 구사되고 있다. 사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와세다 대학교의 문학부 문예학과를 졸업했다.


  “제 이미지로는 과거, 현재, 미래를 세로축에 놓으면 죽은 자는 세로축에 존재하며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를 비평하는 존재, 아이는 같은 시간축에 있지만 수평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우리를 비평하는 존재라는 느낌입니다.
  저의 영화에 죽은 자와 아이가 중요한 모티프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이 두 존재로부터 사회를 바깥에서 비평하는 시선을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p.381)


  대학을 나와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 감독에 앞서 TV 프로그램으로 공급되는 다큐멘터리를 감독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책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다큐멘터리의 문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별다른 수식이 없는 정공법의 글쓰기에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성정이 깃들고 이것이 다큐멘터리로 이어져 나름의 스타일이 되었고, 그 상태로 극영화로 나아가며  영화적 기교를 부리는 일에 큰 관심이 없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스타일이 완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감독이 작가인지 장인인지는 아마 감독 스스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겠지만, 저는 적어도 영화는 제 안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그 사이에서 태어난다고 인식해왔습니다.” (p.425)


  이상하게도 감독의 두 번째 극영화인 <원더풀 라이프>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의 몇몇 이들이 이 영화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장 좋은 작품으로 꼽았다. 몇 차례 감상을 시작했다가 중간에 멈추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번 주말은 일단 넘어가고, 이번 달이 넘어가기 전에 다시 영화를 찾아서 틀어볼까 염두에 두고 있다. 영화의 색감이 너무 어두웠는데 괜찮을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 이지수 역 /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 (映畵を撮りながら考えたこと) / 바다출판사 / 447쪽 / 20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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