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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도서]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정지돈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수수께끼보다는 스무고개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단박에 알아맞히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끝이 나는 수수께끼가 던지는 열패감은 싫었다. 스무고개는 기민하지 못하여도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제공되는 실마리가 나쁘지 않았다. 좌절의 순간을 뒤로 미룰 수 있었고 그로 인하여 고조되는 긴장감 자체도 일종의 오락거리가 되었다. 물론 열아홉 번의 오르막을 거치고도 목적지를 잃고 방황하기 일쑤였지만... 


  “지방은 위험하다. 그러니까 돈을 많이 주겠지. 짐은 생각했다. 서울을 떠나는 순간 벌집이 될지도 모른다.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렀다가 차량을 탈취당하고 무릎이 꿇린 채 뒤통수에 총알이 박힐지도 모르고 도로에 설치된 지뢰나 크레모아에 의해 산산조각 날지도 모른다. 볼일이 급해 국도에 차를 세우고 벌판으로 달려가다 저격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죽었다는 사실도 모르겠지. 아픈지도 모르고 슬픈지도 모르고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다. 죽음의 유일한 장점은 남들은 알지만 자신은 모른다는 거다. 그것도 영원히.” (pp.18~19)


  정지돈이 그려내는 2068년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신세계인데, 정지돈이 그려낸 2068년은 이미 오래 전에 도착한 헌 세계 같다. 나는 이것을 일종의 수수께끼로 읽어야 할지 아니면 진행 중인 스무고개로 읽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털털거리는 고물차처럼 진행되는 여정을 모두 읽었다. 갑작스럽게 날아오르는 풀숲의 벌레처럼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따라가게 만드는 문장들 덕분이기도 하다.  


  “... 평양은 미래에서 과거로 워프하는 도시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과거에 만들어진 미래의 도시. 그러나 미래는 오지 않았고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지...” (p.62)


  여하튼 소설 속 근미래 그 진부한 세계에서 대한민국은 남과 북으로 나뉘는 대신에 메가 시티와 지방으로 나뉜 상태이다. 사람들은 서울을 향하여 부나방처럼 달려들지만 여의치 않다. 오히려 서울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들은 추방을 당하거나 추방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주국이라 불리는 정부 부처는 주거 공간의 이동 혹은 이동의 제한이라는 수단을 권력으로 삼아 비대해진 상태이다.


  “... 부부가 서로에게 총을 쏘는 건 흔한 일이었다. 자식이 부모에게 총을 쏘거나 부모가 자식에게 총을 쏘기도 했다. 총은 감정을 가진 것처럼 발사되었다. 사람이 총을 쏘는 게 아니라 총이 사람을 쏘는 거야. 안드레아는 말했지만 짐은 말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총과 사람은 더이상 구분되지 않았다...” (pp.35~36)


  그런가 하면 패권을 다투던 미국과 중국은 힘을 잃었고 해수면의 상승은 일본발 난민을 만들어냈다. 국경이 무너지고 난민이 범람하면서 2063년에는 한반도에서도 총기 소지가 합법화되었다. 주인공인 짐의 동료도 총에 맞아 죽었는데, 낮의 다툼에서도 총을 꺼내지 않았으나, 밤에 찾아온 경찰을 향하여 베개 밑의 총을 들어 겨눈 것이 화근이었다. 경찰은 그녀를 테러리스트라고 명명하였다.


  “... 버스 기사는 느긋하게 커브를 돌았고 좌석에 앉은 서너 명의 승객들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이건 뭔가 지방에 온 느낌이야. 짐이 생각했다. 도시는 시간이 멈췄다 서서히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버스는 영원히 같은 물길을 오가는 나룻배처럼 느껴졌다.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네. 짐은 생각했지만 어쨌든 지금의 분위기가 좋았고 어둑하고 지저분한 하늘이 나쁘지 않았다.” (p.130)


  여기까지 적은 것이 아마 스무고개 중 서너번째 고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후 짐은 안드레아의 부탁으로 무하마드를 국외로 빼내는 여정의 운전사가 되지만 끝내 나라 밖으로 나가지는 못한다. 소설의 끝에서 세 번째 챕터에 ’우리는 백미러를 통해 현재를 본다. 우리는 미래를 향해 뒷걸음질한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 문구 뒤에 이렇게 덧붙여 본다. ’그리고 미래는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정지돈 /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 스위밍꿀 / 161쪽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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