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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영화] 행복

개봉일 : 2007년 10월

허진호

한국 / 멜로 / 15세이상관람가

2006제작 / 20071003 개봉

출연 : 황정민,임수정

내용 평점 3점

  우리의 인생은 영화와 같지 않아서 다시보기가 없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리와인드 시켜 ‘행복’하였던 시절을 다시금 살펴볼 수도 없으며, 우리의 삶을 잠시멈춤 시켜서 ‘행복’한 현재를 찬찬히 들여다 볼 수도 없다. 우리는 우리의 삶 중 어느 한 부분이 행복하였노라고 선언하거나, 누군가로부터 당신과의 그 순간이 행복했었노라고 고백을 들을 수 있을 따름이다.

 

  그만큼 ‘행복’은 현재형으로 감싸안기 힘든 존재이고, 우리의 삶은 ‘행복감’을 느끼기에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기만 하다.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허진호의 영화들이 각광을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이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넘어갔거나, 떠올리기에 불편하기 그지없는 순간들을 허진호는 무심한 듯 그렇게 펼쳐놓는다. 그리고 우리들은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들어도, 간간히 설핏 터져나오는 웃음으로 입가심하면서 그의 영화를 본다.

 

  영화는 날렵하다못해 피폐해져버린 도시에서의 생활로 간경변을 얻은 영수가 희망의 집이라는 요양원에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이러한 요양원행을 주변 사람들에게는 팔자좋은 해외 여행 혹은 유학으로 눙치는 것을 보면, 영수가 사람 되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지를 미리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영수는 폐의 40%만으로 살아가면서도 맑고 밝은 은희를 만나게 된다. 도시의 풍운아였던 영수가 도저히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요양원 생활이지만 은희를 통하여 사람들과 친해지며 정을 나누게 되고, 이들 둘은 결국 함께 살 작정을 하게 된다.

 

  언제고 닥칠 수 있는 죽음과 힘겹게 싸움을 하고 있어도, 딱딱하게 굳어버린 간 때문에 간경변이라는 놀림을 받으면서 식이요법을 진행하고 있는 중에도 이들은 함께 있어서 행복하고, 서로를 향하여 애틋한 마음을 품는다. 그렇게 영화는 두 사람의 행복한 한 때를 기록한다. “영화에서 손잡고 뽀뽀하고 그러는 건 영화에서만 있는 일인가봐요.”라고 말하며 생각만큼 어리지 않은 은희도 그렇거니와 도시의 때를 털어내듯 탈탈 경운기까지 몰아가며 농사를 짓는 영수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어느날 옛 연인과 친구가 찾아오고, 그들의 뒤를 밟아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온 영수는 이제 은희와의 시골 생활이 지겹다. 영수는 “밥 천천히 먹는 거 지겹지 않니? 난 지겨운데.”라고 말하고, 은희는 “미래가 뭐가 중요해? 오늘 잘 살면 그만이지.”라고 말하면서 두 사람은 이제 헤어짐을 예견한다. 영수는 차갑게 식었지만 은희는 아직 뜨겁고, 영수는 시골에서 이방인일 뿐이지만 은희는 이제 이곳이 자신의 생활터전이 되어버린 후이다. 은희의 사랑은 여전하지만 영수는 이제 행복하지 않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진다.

 

  이후의 이야기는 어쩌면 에필로그에 불과하다. 이야기는 모두가 예견하는 것처럼 흘러간다. 떠난 사람도 남았던 사람도 이제 다시는 어떤 행복한 시절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손에 쥔 물처럼 흘러나간 ‘행복’은 거슬러 담아낼 수 없다. 다만 영화의 말미 병실을 찾아온 영수를 향하여 호흡기를 달고 있는 은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릴 때, 그렇게 거친 호흡과 회한 속에서 얼핏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허진호의 영화를 탐하는 편은 아니지만, 허진호에게는 허진호스러운 무언가가 있어서 좋다. 그의 영화에는 그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그는 감독과 각본을 겸하며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영화의 초반부 영수가 던진 농담과(자신도 고아라는...) 이에 발끈하는 은희(농담을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는...), 그리고 다시금 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면서 허진호의 영화는 바로 그 두 사람의 대화와도 같구나 여겼다. 허진호는 관객들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농담을 던질만한 곳, 바로 그곳까지만이다. 그는 곧바로 진지해진다. 감독에게 삶, 혹은 삶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은 농담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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