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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세계

[영화] 우아한 세계

개봉일 : 2007년 04월

한재림

한국 / 느와르 / 15세이상관람가

2006제작 / 20070405 개봉

출연 : 오정세,오달수,김소은,박지영,송강호

내용 평점 4점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살아가고, 게다가 덤으로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고(혹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보상받지 못할 것을 알아도 무작정 꾸역꾸역 사랑하는 일은 일희일비로 가득하다. 공부에만 왕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에도 왕도가 없으니 다들 이렇게 고생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거리를 두고 보자면 우리들 삶은 다양한 양태에도 불구하고 많이들 닮아 있기도 하다다. 그러니 고생스럽다한들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기도 만만치 않다. 너만 그런 게 아냐, 이런 소리나 듣기 마련이다.


  그렇게 조폭 생활로 잔뼈가 굵은 이 남자 인구의 삶 또한 우리들의 그것과 희한하게 닮아 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깜박 졸다가 옆 차선의 운전자에게 욕이나 먹고, 아내의 명령에 런닝 차림으로 물을 나르다 쏟고는 아연실색하기도 하고, 딸 아이의 다이어리 내용에 완전히 실의에 빠지는 이 남자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절로 한숨 소리가 새어나온다. 조직의 생활도 인구를 괴롭히기는 마찬가지다. 보스의 동생인 노상무는 호시탐탐 인구의 성과를 빼앗기 위해 뒤를 노리고, 건설 현장의 소장은 떡고물을 나눌 것을 제안하고, 오랜만에 들른 룸살롱 마담은 밀린 외상값을 갚으라며 재촉한다. 인구의 삶은 끊임없이 궁지에 몰린다.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부동산 직원의 재촉에도 잔금을 전달할 수 없고, 노상무와 노회장은 인구의 목숨을 노린다.  


  영화의 제목인 <우아한 세계>는 영화 속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우아한 세계는 아파트 브랜드 광고 속에나 존재하는 것 아닐까...)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고향 친구의 조직에서 다시금 조폭 생활을 하게 된 인구가 아무리 좋은 집에서 산다한들 그의 생활은 우아해지지 않는다. 아내와 딸, 그리고 아들이 보내온 비디오 테이프를 보며 눈물짓고, 라면 그릇을 집어던지고, 다시 그것들을 걸레질하는 인구의 삶은 앞으로도 우아해질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사실 <우아한 세계>는 최근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절망적이다. 살신성인으로 무장된 인구의 사랑과 헌신은 눈물겹기 그지없으나, 이제 이러한 헌신과 사랑은 더 이상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대우 받지 못하는 시대이다. 실날 같은 가족 화해의 제스처는 금세 물 건너가고, 회한 가득한 인구의 표정만이 우리들 일상 안에도 멀뚱멀뚱 존재할 뿐이다. 헌신과 사랑으로 포장된 가족 이기주의에 가까운 아버지의 세계도, 의리와 용기로 포장된 조폭의 세계도, 우리들의 치열하기 그지없는 일상도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연애의 목적>에서 신랄하게 연애의 양태를 비비꼬던 감독은 그 특기를 고스란히 살리며(오히려 배가시키며), 우리들 삶의 우아하지 못함을 <우아한 세계>라는 제목을 빌려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직접 자신의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는 능력만큼이나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에도 (혹은 프로듀서의 역량일까?) 재주가 있는 듯 보인다.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과 강혜정도 훌륭했지만, <우아한 세계>에 송강호를 끌어들인 것은 베스트 중에 베스트이다.


  이번 영화에서 송강호는 한 평론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생활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송강호의 그 파르르 떨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압도적인 몰입률 200%의 표정을 빌리지 않는다면 절대 전달될 수 없었을 마지막 장면을 비롯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아내의 한숨 소리만큼이나 송강호의 연기에 고개를 주억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위한 영화가 아니어도 자신을 위한 영화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지닌 송강호가 정말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듯 맞춤의 시나리오를 만났으니 관객으로서는 비명을 지를 만큼 즐겁다.


  어찌보면 영화에서 유일하게 우아한 것은 송강호의 연기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이리도 우아한 송강호의 표정과 몸짓이 있어서, 우리들 우아하지 못한 삶의 트러블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일이 한층 수월해졌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야겠다. 우리들 일상이 조금 우아하지 못하면 어떠하랴, 이처럼 우아한 배우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 정도는 가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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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Aslan

    정말 송강호씨 우아하죠 ㅎㅎ 생활연기의 매력...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최고였습니다

    2010.09.16 02:30 댓글쓰기
  • kosinski

    무엇을 연기하든 우아하죠, 송강호는.... ㅎㅎㅎ

    2010.09.16 11:52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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