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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디지털)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디지털)

개봉일 : 2010년 09월

장철수

한국 / 스릴러 / 청소년 관람불가

2010제작 / 20100902 개봉

출연 : 서영희,지성원

내용 평점 4점

  딱히 어떤 광고가 없더라도 알만한 사람들의 입소문을 거치고 또 거치면서 조금 과대평가가 된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극장을 나서는 순간 이러한 우려는 말끔히 씻겨진다. 그저 장철수 감독은 김기덕 영화의 연출부와 조감독을 거치면서 뭔가 제대로 배웠구나, 느꼈다고 해야 할까. 초기의 김기덕 영화에서 보여지던 그 날것의 싱싱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영화이니, 요즘의 김기덕과 비교한다면 오히려 청출어람이라고나...


  사실 요근래 한국 영화는 무난하고 안정적이어서 볼만하기는 하였으나, 그 이상의 무엇을 제공해주지는 못했다. 특히 주류 상업영화에서는 이러한 지지부진이 심하였다. 자리를 잡은 장르 영화들은 거의 패턴화 되어 버렸고, 눈여겨 볼만하였던 거장(?) 감독들은 똑같이 자의식에 빠지기라도 한 듯 (물론 이창동만은 예외이니 그의 영화 <시>에는 언제는 경배를...) 허우적대는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시기에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의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징을 가지면서도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환기의 에너지를 최대치로 뽑아내고 있는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정체불명의 각성 작용을 통한 쾌감을 오랜만에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고 부를 법하다. 매끈함 대신 거침을 안정감 대신 불편함을 무기로 하여 독자들을 의자로부터 등 떼도록 만들었다고 봐야겠다.


  영화는 섬의 바깥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린시절을 복남과 함께 지냈던 해원은 살인 사건의 목격자라는 불편한 진실을 스스로 거부하고, 자신이 부여잡은 알량한 안락함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지만 그것조차 녹녹치 않다. 그러던 차에 직장 내에서의 히스테리를 뒤로 한 채 해원은 휴식차 복남이 평생을 보낸 섬으로 들어선다. 그렇지만 그곳엔 때묻지 않은 (?) 야생의 폭력이 기다리고 있다.


  해원은 이제 복남에게 가해진 평생의 지옥 같은 폭력을 섬머리된 형태로 느껴야 한다. 하지만 도회지에서의 방관자적 기질은 이곳 섬에서도 여전하다. 게다가 이러한 해원의 기질은 바로 아주 어린 시절로부터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해원은 지금 복남의 구원 요청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트라우마, 복남에게 가해진 최초의 성적 폭력의 원인 제공자라는 허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실재하는 지옥의 경험은 복남의 딸의 죽음이라는 뇌관을 통하여, 그리고 섬에 쏟아지는 짱짱한 햇볕이라는 도화선에 의하여 또다른 카타르시스적 폭력으로 분화한다. 김복남은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이 작은 섬마을의 구성원들 각각에게 그에 걸맞은 폭력으로 대응한다. 그리고 그 순간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김복남이 높이 치켜든 낫의 궤적에 순응한다.


  영화의 파괴력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순간 또다시 관객들을 의자로부터 들어올린다. 목격자이면서 방관자이기만 한 해원은 섬으로부터 벗어났지만 지옥으로부터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 한국식 변종 스릴러물은 마지막 유치장 씬을 통하여 막이 내려진 듯했던 영화의 또다른 장을 만들어내고 다시 한 번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장치를 훌륭히 해낸다. B급 무비 특유의 무자비한 복수씬은 어느 순간 우리들 손에 잘린 피리를 쥐어주고는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본지 한참이 지났지만 영화를 통하여 극한의 경험을 했음을 알리는 바짝 긴장한 손바닥의 흥분된 물기는 오롯하다. 김기덕에게 수학하였음을 누구든 알 수 있는 이 신인 감독의 연출은 비평가들의 시시비비와는 상관없이 일반 관객들에게는 오랜만의 새로운 경험임에 분명하다. 물론 이러한 경험의 또다른 축에는 김복남으로 완벽 변신한 배우 서영희가 있다. 영화의 안과 바깥에 포진해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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