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8.29.
룸메이트인 두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이들의 집에 들어왔다가 하룻밤만에 시체로 발견되면서 동시에 거액의 돈을 남기는 밤 사나이로 구성되어 있다.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로 점철되어 있으며, 타란티노의 그것처럼 한정된 상황 내에서 시나리오만으로 승부를 걸고 있으니 제작비 걱정은 전혀 없었겠다.
어렵게 새로운 룸메이트를 구하고자 했던 세 남녀는 이제 거액을 앞에 놓고 고심 끝에 남자의 시체를 유기하기로 결정한다. 제비뽑기까지 한 끝에 데이빗이 사체를 절단하기로 하고 얼굴을 뭉개 신원을 알 수 없도록 한 채 인근 산에 묻는다. 이 과정에서 시체를 묻는 구덩이의 깊이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데, 그러고 보니 쉘로우 그레이브라는 제목 자체가 얕은 무덤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후 데이빗은 돈을 흥청망청 쓰는 두 사람에게서 돈을 빼앗아 다락으로 올라가고 그 돈을 지키기 위해 아예 다락에서 살 작정을 한다. 그 사이 돈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암흑가 집단의 추격은 계속되고 결국은 이들의 집에 찾아온다. 하지만 이들마저 데이빗에 의해 살해되고, 데이빗은 이들의 시체 또한 가져다 묻어버린다.
이후 이들 세 사람의 모든 주도권은 데이빗에게 넘어간다. 거액을 손에 쥐기는 하였으나 데이빗에게 완전히 압도된 줄리엣과 알렉스... 이후에는 이 세 사람의 밀고 당기는 시소 게임이 시작된다. 그 사이 형사들이 등장하고 세 사람은 모두 함께 위기의식을 느낀다.
줄리엣은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돈을 차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종이로 가득한 가방만을 차지한 채 리오로 떠나게 되고, 싸움 끝에 데이빗은 죽고 마지막에 웃는 자는 결국 알렉스이다. 영화 속에는 잠깐 꿈으로 처리도는 그 어느 순간에 돈을 주방 마루밑에 감추어 놓았던 그는 어깨에 칼이 꽂힌 채로 웃고, 데이빗은 흰 천에 가리워진 채 시체 보관소로 들어가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거액의 뭉칫돈을 은근슬쩍 툭 던져 놓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실컷 조롱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얕게 묻힌 시체처럼 아슬아슬 드러나기 마련인 우리들 마음 속의 비열한 부분을 시종일관 끔찍한 관계망으로 구성한 영화다. 헐리우드 B급 영화의 추리적인 요소를 가미한, 어쩌면 영국의 타란티노라고 불림직한 (물론 타란티노 보다는 점잖은) 감독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저주받은 자본주의와 파탄 직전의 인간 관계를 경고하는 영화로 바라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