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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단편집

[도서] 러시아 단편집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등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연진희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 중 어느 하나라도 완독한 이를 보는 일은 어렵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들이어서 자신이 읽은 줄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읽었다고해도 완역본이 아닌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축약본인 경우도 많다. 이처럼 러시아 문학과 멀어진 데에는 주제가 갖는 무거움 그리고 러시아 문화에 대한 협소한 이해 등이 (발음도 어렵고 길고 긴 이름은 또 어떤가...) 그 원인일 수 있다. 책에 실린 세 개의 단편들 중에서는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이러한 러시아 문학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인 <악어>가 보여주는 풍자 우화 소설의 절정의 모습이나 안드레예프의 <라자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출중한 문장은 새롭게 느껴진다. 물론 톨스토이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죽음에 대한 아니 인간에 대한 근원적 탐구의 정신은 보르헤스의 찬사만큼은 아니어도 그 무게감은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다.


“톨스토이의 이 훌륭한 단편(<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그만큼 작품이 유명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인식과 문학적 완벽함이 동시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악어」.
어느 날 이반 마트베이치는 아내의 요청에 따라 악어를 보러 갔다가 그만 눈 깜짝할 사이 악어에게 먹히고 만다. 하지만 실제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악어의 뱃속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이반은 죽지 않았다. 그러면 얼른 악어를 죽이고 뱃속에서 이반을 끄집어내면 그만인 것 아니냐고? 물론 그렇게 쉽게 풀릴 문제였다면 이렇게 소설의 이야기가 되지도 않았을 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반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공무원을 찾아간 나는 오히려 외국과의 경제교류 활성화와 이번 악어 사건의 (악어는 독일에서부터 들어온 것이며, 독일인이 관리하고 있다) 해결이 맞물려 있음에 대한 장황설만 듣게 된다. 여기에서 한 발 나아가 악어 뱃속의 이반은 오히려 이번 일을 기회로 하여 스스로의 이름을 알릴 궁리로 정신이 없으니 나로서는 어이가 없다... 풍자와 우화가 가득하니 도스토옙스키의 무거움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유연하지 못한 공직 사회와 이제 막 자본주의가 도입된 시대 상황에 대한 우화라고 할 수 있겠다. 세 개의 작품 중 가장 재미있다.


레오니드 안드레예프의 「라자로」.
성서 속의 인물로 <요한복음>에 나오는 인물인 라자로는 병으로 죽어 매장되었다가 예수에 의해 부활한 인물이다. 안드레예프는 이 라자로가 살아 돌아온 이후의 행적을 소설로 재구성함으로써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라자로는 살아돌아왔지만 이전의 라자로는 아닌데, 그것은 특히 그의 눈에서 드러난다. 마치 죽음이 삶을 바라보듯 라자로와 눈을 마주친 사람들은 삶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회수당한다. “... 이편에는 아름다운 삶이, 저편에는 수수께끼 같은 죽음이 있으며, 인간은 삶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 외에 더 나은 것을 생각해낼 수 없다.”(pp.106~107) 라고 생각하던 사람조차 그와 시간을 갖게 된 이후에는 생기를 잃게 된다. 하지만 이 생기 없는 라자로는 작가의 생기 넘치는 문장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생명력을 갖는다. 부활을 통하여 오히려 죽음을 바라보는 작가의 성찰이 그 생명력 넘치는 문장에 잘 배어 있다.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볍원 판사인 이반 일리치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평생의 삶과는 무관하게 찾아온 병, 그 병과 죽음을 대하는 이반 일리치의 고투가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예비 판사로서 다른 사람들을 심판하는 근엄한 자리의 그가 병에 의해 받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다른 사람으로부터 동정 받기를 원한다거나 그러한 자신을 유일하게 진심으로 대하는 하인에게 마음을 여는 장면 등은 삶이 갖는 무게에서 기름덩어리를 빼내는 것과도 같아서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소설의 내용을 통하여 우리가 진정 살아가면서 느껴야 하는 행복감의 핵심을 미리 살필 수 있지 않을까. 이와 함께 소설은 병과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정리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한 인간의 사유를 통하여 지금 우리가 자신의 현재에서 견지해야 하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한다.


표도로 도스토엡스키, 레오니드 안드레예프, 레프 톨스토이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연진희 역 / 보르헤스 세계문학 컬렉션 바벨의 도서관 - 03 러시아 단편집 / 바다출판사 / 246쪽 / 2010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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