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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도서]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로드 던세이니 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정보라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로드 던세이니는 필명이며, 작가의 본명은 에드워드 존 모턴 드락스 플렁컷으로 아일랜드 귀족 가문 태생이다. 군인이기도 하였지만 그는 작품을 통하여 요정을 비롯한 초현실적인 정령들과 모호한 현실 세계를 만들어냄으로써,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는 환타지 소설의 한 형태를 만들었다. 책에 실려 있는 단편들을 통해서는 아주 일부분으로만 이러한 그의 작품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책의 앞부분에 실린 보르헤스의 해제에 나오는 “나는 내가 본 것은 절대 쓰지 않는다. 내가 꿈꾼 것만을 쓴다.” 라는 로드 던세이니의 말에서 그의 경향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겠다.


“모임을 열심히 쫓아다니고 어떤 유파의 우상이 되고 싶어 하는 유명 작가들이나 음모자들이 넘쳐 나는 우리 시대에, 로드 던세이니는 아주 생소한 인물로 보인다. 그는 음유시인의 기질로 꿈에 행복하게 젖어 들었고, 결코 그 꿈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는 행동하는 사람이자 군인이었지만, 행복한 자기 자신의 왕국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왕국이 그에겐 내적 삶의 본질이었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
친구들로부터 살해당하여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에 유기당한 시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몇 세기에 걸쳐 발견되고 묘지에 묻혔다가 다시 진흙 속으로 유기당하기를 반복하는 참혹함이 꽤나 현대적인 문장들을 통하여 묘사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모든 끔찍함을 덧씌우는 악몽이라는 반전은 조금 고루하지만 말이다.


「들판」.
도시를 떠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 발견한 들판으로부터 얻었던 어떤 위안은 점차 어떤 불안감으로 덧칠된다. 그 들판에 어떤 자연의 기억이 숨어 있는지는 정확히 드러나 있지 않지만...


「칼과 우상」.
소설을 읽다가 문득 박민규가 쓴 원시시대를 다룬 소설이 떠올랐다.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청동칼을 자신의 무기로 삼아 부족을 장악한 누군가와 그러한 누군가에 의하여 항상 억압되어 왔던 누군가의 관계는 결국 우상을 만들어낸 누군가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지게 된다.


「카르카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내 책의 독자가 내게 보내온 편지에, 다음가 같은 문장이 인용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사람은 결코 카르카손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문장의 출전은 모르지만 그 것에 관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p.49) 저자가 직접 단 주석의 내용이다. 아주 오래전 이미 인터렉티브한 글쓰기를 시도한 작가의 참신함에 일단 한 표를 던진다. 소설의 내용은 주석 그대로이다. 아른을 다스리던 카모락이 ‘카르카손’에 대한 예언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버리고 그곳을 정벌하기 위해 길을 나섰으나, 결국 이 허깨비 같은 도시에 다가설 수는 없었다는...


「거지들」.
어느 날 거지들이 한 도시로 몰려든다. 그리고 그 거지들이 도시의 이곳저곳을 환영처럼 떠다니지만 달려 내려오는 버스와 개 짖는 소리 앞에서 사라진다. 뭔가 현대화 되어 가는 도시에 대한 문명비판적 은유이리라 여겨지기는 한데, 글쎄...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 창문 서쪽으로는 인간이 일군 밭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빛나는 마법의 산이 보이는, 눈 덮인 산꼭대기는 신화의 당을 향하고 있고, 그 너머에는 환상의 왕국이 있었다. 그 왕국은 인간 꿈의 땅이었다...” (p.99) 소설의 마지막에 실려 있는 이 강가를 따라 여행한 나의 이야기로 정리될 수 있겠다. 얀이라는 이름의 강을 따라서 배를 타고 여행하면서 만나는 부족들과 도시와 정글에 대한 묘사를 보면 작가의 환타지 소설이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을 것인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불행 교환 상회」.
지금 우리 시대에 소설로 만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소재이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불행을 교환하는 가게가 있다. 그 가게의 주인은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는다. 그렇게 입장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불행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 불행의 크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불행의 교환에 합의한다. 그리고 그 가게의 주인인 노인이 그 계약을 공증함으로써 불행의 교환은 성립이 된다는... 당장이라도 가져다가 소설로 쓰고 싶을 정도의 흥미진진한 소재이다.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
소설이 아닌 희곡이 한 편 실려 있다. (작가는 극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성스러운 조각상의 눈에서 루비를 뺀 이후 이들은 알 수 없는 존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들을 따돌렸다고 생각하였지만 이들이 묵고 있는 여인숙으로 사제들이 찾아오고, 인물들 중 한 명인 멋쟁이의 작전으로 사제들을 모두 처리한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이들은 또다른 공포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로드 던세이니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정보라 역 / 보르헤스 세계문학 컬렉션 바벨의 도서관 - 18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 바다출판사 / 153쪽 / 2011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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