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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악마

[도서] 사랑에 빠진 악마

자크 카조트 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김계영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프랑스에서 태어난 자크 카조트는 1772년에 발간한 《사랑에 빠진 악마》를 통하여 프랑스 환상문학의 시작을 알렸다. 예수회 회원들로부터 교육을 받았으나 예수회와 단절한 이후 신비주의에 빠져들었고, 이때 《사랑에 빠진 악마》를 쓰게 되었다. 이 소설만큼이나 자크 카조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왕권파인 그가 1788년에 있었던 저명인사들과의 저녁 식사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언하였기 때문인다. 그는 자신이 예언한대로 그로부터 4년 뒤인 1792년 9월 26일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카조트는 자신의 이야기가 현대의 프로크루스테스, 지그문드 프로이트의 병리학적 신화학에 속한다는 사실을 예견할 수 없었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사랑에 빠진 악마』.


스페인 영주의 아들인 알바로는 나폴리 왕실근위대 대위로 근무하던 중 신령을 불러들이는 강신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영웅 심리가 작동하여 선배인 소베라노에게서 들은 방법을 이용하여 악마를 불러내는 의식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추악한 낙타귀신의 형상을 한 악마의 케 부오이 Che Vuoi, 무엇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대담하게 응수함으로써 이제 그 악마를 자신의 시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를 누리게 된다.


“당신은 나에게 시동으로 당신을 섬기고, 성악가로 당신을 즐겁게 하라고 명령을 내렸어요. 나는 기꺼이 복종했고, 그러면서 너무나도 많은 매력을 느껴 영원히 당신에게 복종하기로 결심했어요.” (p.78)


그렇게 이제 악마와 인간이 아니라 시동과 주인으로 관계를 맺게 된 알바로와 여자 시동 비온데타의 모험이 바로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마치 《천일야화》의 서양 버전을 보는 것과도 비슷한데, 작가인 자크 카조트는 실제로 《천한 개의 하찮은 이야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위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천일야화를 소개한 바도 있다고 하니 그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주인과 종, 귀한 신분의 자제와 그를 사모하는 여성, 그리고 선한 것과 악한 것 등 《천일야화》를 통하여 익히 보아온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려는 자들이 가세함으로써 두 사람의 사랑과 모험은 더욱 힘을 얻는다. 여기에 모험의 여정에서 겪게 되는 많은 일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들고, 결국은 이 모든 것을 뒤덮는 또 다른 설정을 통하여 독자를 끊임없는 혼란 속으로 몰아가는 환상 소설의 특징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나는 생각했다. 그 모든 것이 내게는 꿈같다. 하나 인간의 삶이란 것이 과연 이와 다를까? 나는 다른 사람보다 좀 더 특별하게 꿈을 꾸고 있을 뿐이고, 그것이 전부다.“ (p.79)


더군다나 책의 뒤에 실린 에필로그에 따르면 이 소설은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 (에필로그 속의 이야기 또한 소설의 한 챕터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 중 선택된 이 선집의 판본과 다른 판본의 구분에 대한 이야기 또한 또 다른 혼란스러움으로 독자를 이끌고 있다. 용의주도함으로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악마라는 설정임은 분명해 보이는데, 어딘지 이 악마가 꽤나 어설퍼 보이는 것도 현대 소설 속의 악마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낯설기도 하다. 여하튼 어딘지 가다듬어지지 않아 투박하고 낯선 악마의 현현을 본 느낌이니, 이 또한 혼란스럽다.


자크 카조트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김계영 역 / 보르헤스 세계문학 컬렉션 바벨의 도서관 - 26 사랑에 빠진 악마 / 바다출판사 / 142쪽 / 2012 (1772,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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