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샤워실에서 오랫동안 샤워기 물을 맞으면서 서 있었다. 그동안 꽤 여러 명의 의뢰인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내게는 늘 있는 일이었고, 이제까지는 의뢰인의 죽음을 사업적인 측면으로만 해석했다. 단골 의뢰인이 주요 수입원이었기 때문에, 고객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글로리아 데이턴의 경우는 달랐다. 사업적인 측면으로만 해석할 수 없었다. 사적인 감정이 개입돼 있었다.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되자 실망감과 공허감에서 분노에 이르기까지 만감이 교차했다. 그녀에게 화가 났다. 그동안 내게 거짓말을 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런 세계에 머물다 결국에는 죽음으로 내몰렸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