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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도서]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에쿠니 가오리 저/김난주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냉정과 열정사이

에쿠니 가오리/김난주

소담출판사/2003.10.28.

sanbaram

 

아오이는 부모님의 근무지인 밀라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현지 초등학교를 다니다 고학년 때 일본인학교가 생겨 옮겼다. 대학교 4년 동안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와 밀나노 변두리의 작은 앙티크 보석가게에서 일을 한다. 가게를 자주 찾던 미국인 포도주 수입상 마빈과 고급 아파트에서 동거하게 되면서 파트타임으로 바꿨다. 마빈의 누나 안젤라는 여행을 하다 가끔 밀라노에 들러 한두 주일씩 묵어가기도 하였으며 아오이와 잘 어울렸다. 아오이는 일이 없는 오후에 느긋하게 목욕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 목욕탕에서 지내고, 책을 좋아하여 도서관을 자주 들른다. 점심시간에도 개구리정원에서 책을 읽곤 한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친구인 다니엘라와 자주 만난다. 다니엘라는 루카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마빈과 동거하고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일본인 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다카시가 찾아왔다. 다카시와는 일본의 대학에 유학할 때도 다시 만났던 오래된 친구다. 도쿄에서 있었던 대학생활을 회상하다가 아오이가 사랑했던 쥰세이에 대한 이야길 한다. 그동안 기억 속에 봉인되었던 쥰세이와의 추억이 그 후로 문득문득 생각나곤 한다. 다카시가 다녀간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쥰세이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 밤에 전화를 하지만 통화를 하지 못한다.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마빈의 청혼에도 응하지 않고 동거하던 아파트를 나와 생활한다. 결국 아오이는 30번째 생일날, 친구와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을 파기한 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10년 후에 만나자고 한 쥰세이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급히 피렌체로 향하게 되는데…….

 

다카시한테서 도쿄 냄새가 났다. 딱히 어디가 어떻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손과 발과 분위기와, 다카시의 동작 하나하나가 나로 하여금 도쿄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세 명이 외국에서 온 특별한 학생이었을 때, 또는 일본이란 나라의 불온한 평화로움에 젖어 아이덴티티를 잃어 가고 있을 때.(p.96)”

외국에서 나고 자란 아오이와 같은 처지였던 다카시, 미국에서 나고 자란 쥰세이는 도쿄의 대학에서 만났지만 외국에서 나고 자란 같은 처지였기에 자주 어울렸다. 그러다 급기야 쥰세이와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영원히 함께 할 것 같던 쥰세이와 다투고 헤어진 후 잊고 지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만난 다카시에게서 도쿄의 냄새와 향수를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쥰세이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한밤이 되어서야 편지를 읽었다. 마빈이 침실로 들어가기를 기다려, 부엌에서 읽었다. 파란 볼펜으로 쓰여진 낯익은 쥰세이의 글씨, 쥰세이는 섬세하고 아주 예쁘고 꼼꼼하게 글씨를 쓴다. 다 읽는 데 노력이 필요했다. 편지지를 쥔 손가락에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읽는 도중에 기억이 밀려오기도 하고 숨이 갑갑하기도 하여 몇 번이나 중단하였다. 그 때마다 벽과 바닥과 천장을 쳐다보았다. 벽과 바닥과 천장, 냉장고와 식기 수납장과 전자레인지를, 숨을 들이쉬고, 숨을 토하고, 그럭저럭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것은 긴 편지였다.(p.175)”

부족한 것 없이 여러 모로 완벽한 마빈과 함께 있어도 이루지 못한 사랑의 추억은 아오이를 놓아주지 않는다. 옛날 애인의 편지를 읽기 위해 마빈이 잠든 밤 부엌에서 추억을 하나씩 음미해가면서 편지를 읽는 모습에서 아오이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가슴 속에 고이 간직 되어 있던 추억을 상기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에서 아오이의 마음 갈등이 행동으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사람이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페테리카는 내 얼굴도 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거의 혼자 중얼거리듯.(p.210)

어렸을 때부터 귀여워해주고 보살펴 주던, 이제는 할머니가 된 페테리카가 아오이에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라고 조언해 주는 장면이다. 그러나 아오이의 성격을 알기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혼자말처럼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다.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델라웨어대학교 메지로대학 단기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3회 나오키상을 비롯한 여러 문학상을 받았으며, 저서로 <별사탕 내리는 밤>, <도쿄타워>, <나비>, <개와 하모니카> 등 여러 권의 소설이 있고, 여러 편이 영화로 촬영되기도 했다.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작품을 쓰면서 느꼈던 것을 후기에서 어떤 사랑도, 한 사람의 몫은 2분의 1이란 것을, 어떤 사랑을 하는 것보다 절실하게 느끼면서, 2년 남짓을 일했습니다.(p.260)”라고 밝힌 것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소설로 엮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면서 인생이란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성립되며, 마음이란 늘 그 사람이 있고 싶어 하는 장소에 있는 법이라는 것을 아오이의 마음을 통해 표현한 것이 이 소설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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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찻잎향기

    아~ 오랜만에 만나는 책, 냉정과 열정 사이!
    이 책이 아마도 여자 작가, 남자 작가가 따로 또 같이 쓰는 책인 것 맞지요?
    꽤 나름 감성적인 느낌으로 읽었던 기억이 새록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

    2020.08.21 22:2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산바람

      일본인 정서가 배어 있는 작품이라 생각되었습니다.

      2020.08.2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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