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오늘 읽은 책

간과 쓸개

김숨 저
문학과지성사 | 2011년 02월

모일, 저녁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나는 신탄진 빌라에 살고 있는 부모 집을 찾았다. 빌라는 신탄진 버스 차고지 옆에 있었다. 빌라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빌린 돈을 8년 전에야 다 갚았다. 그리고 엄마의 관절 수술, 복학한 동생 학비 때문에 다시 대출을 받았다가 이제 겨우 빚을 다 갚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요즘 장어 식당에서 장어를 잡고 손질하는 일을 한다. 한 마리 잡는데 400원이란다. 상우 삼촌은 7년 전에 막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그동안 고시원을 전전하며 공부만 하다가 내려와서는 식구들과 마주치지 않게 밤에만 잠깐씩 나와 밥을 먹고 볼일을 본단다.

아버지와 엄마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음식을 장만했다. 아버지는 좁은 베란다에서 연탄불에 전어를 굽고 있었고 엄마는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술과 담배를 사러 간 사이에 101호집 노망난 할머니가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울고 있었다. 101호 할머니는 내 밥상머리에서 전어 대가리를 집어서 씹고 있었고, 밖에 나간 아버지는 30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뱀장어를 잡으러 식당차를 타고 갔는지도 모르겠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