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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

간과 쓸개

김숨 저
문학과지성사 | 2011년 02월

흑문조

 

부모님에게 24백만 원을 빌려 2년 전 양옥집을 마련했다. 양옥집은 낡았고 옆집과 대문에 오르기까지 계단을 같이 쓰는 구조였다. 옆집 남자는 계단을 허물자고 계속 찾아왔고, 남편은 친구들을 끌어 들였다. 어느 날 질문을 많이 하는 여자가 찾아와 흑문조 기르기 좋은 집이라는 말을 했다. 옆집 남자는 간염으로 세 달을 입원했었다고 하며 대문을 허물자고 하였다.

남편은 이사한 후 동판화에 취미를 붙여 시간만 나면 북쪽 작은 방에서 동판에다 송곳으로 선을 그었다. 그러다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보일러공과 배관공을 불렀다. 이모의 병문안도 다녀왔다. 엄마를 닮은 이모는 질문을 많이 했지만 알아듣지 못해 답을 말하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흑문조를 사려고 했지만 왼쪽 다리가 없이 오른쪽 다리로만 서 있어서 그냥 왔다.

이튿날 배관공이 늙은 당숙과 함께 와서 여기저기를 파헤쳤다. 결국 냉장고 있던 자리에서 구멍난 배관을 발견하였다. 공사를 하는 동안 큰방에 들어가 졸다가 꿈을 꾸고 흑문조를 사려고 옷을 갈아입고 두 정류장을 걸어 갔다가 흑문조는 사지 않고 그냥 왔다. 집에 와보니 대문으로 통하는 계단이 사라지고 절벽만 남았다. 배관공이 타고온 은회색 봉고차도 없었다. 북쪽 산으로 등산을 갔던 남편이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청주의 부모님에게 빌린 돈도 아직 다 갚지 못했는데 나는 마흔 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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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