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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

간과 쓸개

김숨 저
문학과지성사 | 2011년 02월

육의 시간

40대인 우리 부부가 아이 없이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에 살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은 여자를 데려왔다. 남편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여자와 그렇게 셋이서 동거를 하게 되었다. 남편은 박물관 연구원이었다. 결혼 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우리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여자는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조용히 대리석 소파에 앉았거나 누워 잠자는 것이 소일거리였다. 여자에게 뜨개질 하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여자는 온기가 없었다. 어느 날 소금 두 단지를 다 먹어 치우기도 했다. 그리고 이집트에서 온 고고학자, 발굴자들 7명이 들어닥쳤다. 나는 그들에게서 여자를 지켰다. 그들과의 동거가 시작되고 틈만 나면 그들은 줄자로 여자의 치수를 재고 사진을 찍고 목탄으로 여자를 그려내기도 했다. 자기들끼리 발굴이야기도 했다.

박물관에서 고대 이집트 유물전시가 한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남편은 여자와 교접을 했고, 다음에 이집트로 떠났다. 이집트에서 온 발굴자들도 떠나고 그 여자는 우리집 소파에 죽은 듯이 누워 있다, 남편의 불온한 욕망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육체는 한곳도 부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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