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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

간과 쓸개

김숨 저
문학과지성사 | 2011년 02월

내 비밀스런 이웃들

남편은 TV를 보며 나를 본체만체 한다. 집안일에도 관심이 없다. 결혼 후 7년이 지났어도 아이가 없다. 직장을 다니려고 대형마트에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왔다. 남편은 그들이 오늘도 그곳에 갈 거라고 했다. 그곳이 어디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다. 그들도 누군지 모른다. 텔레비전에서는 촛불시위하는 현장이 방영되었다.

4층에 사는 주인할머니 아들은 3번의 뇌수술을 받았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 네 번째 뇌수술을 해야 하기에 두 달 전에 1,000만원을 올려 달라고 했다. 302호 여자는 작년에도 뇌수술한다고 돈을 올려 달라고 했다면서 이사갈 거라고 했다. 101호는 이사를 갔다. 202호 남자는 곧 죽을 것 같았다. 할머니는 다음날 자라가 든 비닐주머니를 건네면서 그러면 못쓴다고 했다. 내가 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천만 원은 마련되었느냐는 말만 하고 갔다. 101호에서 옥사에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돈을 빌리기 위해 집으로 전화를 여러 번 했지만 아버지는 주무신다고 했다. 깨워달라고 했지만 엄마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마트에 가는데 202호 남자는 나를 따라와 전철에서 자라를 한 마리 주었다. 자라는 스물네 마리가 되었다.

남편이 자정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그런데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더니 주인할머니 아들이 서 있었다. 그러면서 조심해. 조심하라고를 되뇌고 있었다. 나는 번데기 통조림을 한 통 먹인 뒤 욕실로 데리고 가서 역조 속의 자라를 세게 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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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