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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인생 2 (큰글자도서)

[도서] 태연한 인생 2 (큰글자도서)

은희경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태연한 인생

은희경

창비/2016.7.22.

sanbaram

 

전화 부스에서 전화하는 여대생 모습에 반해 끈질기게 구애를 하여 애인을 제치고 결혼에 성공한 남자는 유학을 함께 가게 되고 류를 낳았다. 가난한 유학생인 그들은 생활고에 서로 떨어져 일하게 되면서 사이가 멀어졌고, 16년을 함께 살았지만 결국 이혼하여 각자의 삶을 살았다. 아버지가 한국에서 살다 죽게 되자 류는 한국에 눌러 앉게 되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속성을 지닌 요셉을 만난 류는 불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 소설가인 요셉은 자유로운 영혼이며 책임감이 없다. 요셉은 결혼하고서도 자유로운 연애에 탐닉한다. 대학에서 소설창작을 가르치다가 제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지방 강연에서 만난 유부녀 도경과 계속적인 관계를 맺기도 한다. 부인과 별거를 하게 된 요셉은 지방 신도시의 원룸을 얻어 생활한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를 짜깁기하여 소설을 발표하기도 한다. 제자 중에 소설을 쓰던 이안이 영화감독이 되었다. 요셉을 주인공으로 하여 <위기의 작가들>이라는 제목의 저예산 영화를 찍기 위해 요셉을 만나 영화 출연을 부탁하는데…….

 

이 소설은 액자 소설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기술은 의식의 흐름을 따르기도 한다. 그래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의 전개가 선명하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요셉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주로 전개되고 있지만 류와 주변 인물인 이안, 이채, 도경 등의 이야기와 지난날의 회상이 한 부분을 차지하며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남의 말을 잘 인용하며 장광설을 늘어놓는 요셉이 이안의 영화에서는 K교수로 나오며, 교수와 학생들 간의 에피소드와 갈등이 한 축을 담당한다. 기어코 스승의 불의에 대해 복수를 하려는 이안을 자기의 부인과 불륜을 의심하는 요셉, 그리고 이안이 기획한 영화에 대한 투자를 할지 여부를 쥐고 있는 류의 관계가 얽히고 있다. 요셉의 잘못을 추궁하는 이안과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 대한 요셉의 비판과 소설가적 상상, 부모의 열정과 함께 모순된 감정을 이해하려는 류의 행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부조리의 일부를 고발하고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요셉이 생각하기로 한국의 노인들은 양손에 근대화와 봉건주의라는 상반된 이데올로기를 쥐고 편의에 따라 그 두 가지 중 하나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밀었다. 긴 안목 없이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고 편법과 눈가림으로 목적을 달성하고 속도 경쟁을 하고 남과 비교하고 과시적이고 허세를 부리고 빈둥거리는 걸 못 참고, 또 행여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까봐 늘 표정이 불안스럽고 경계심에 차 있는 것을 모두 급하게 진행된 산업화와 경제계발에서 얻은 생활의 지혜였다. 그런 한편 그 모든 욕망의 서사를 너 같은 자식을 둔 가장으로서의 헌신으로 포장하는 게 그들의 알리바이였다. 너 같은 자식이 있다는 말로 타인을 유사가족의 범주 안에 집어넣는 것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서열을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셉의 눈에는 노인들이 줄을 안 서는 것은 새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경제개발사례의 국가유공자로서 예우를 받으려는 권리 행사로 보였다, 공중도덕을 어기고 남의 권리를 무시함으로써 위풍당당하게 사회정의를 구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아는 사회정의는 그런 방식으로 집행돼왔기 때문에 무리도 아니었다. 여차하면 나만 그랬냐라며 끌고 들어가면 그만이다.(p.203)” 이처럼 요셉의 시각은 우리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십년 동안 요셉은 류와의 재회를 수없이 상상해왔다. 그가 상샹했던 어떤 방식과도 거리가 멀었지만 어쨌든 이제 그 시간은 내일로 다가왔다. 이안의 말대로라면 <위기의 작가들>은 문단의 상업성과 파벌, 권위주의를 모조리 고발하는 영화였다. 요셉을 모델로 K선생이라는 인물을 통해 진정한 자기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요셉은 보통의 시시한 영화인가보다 하고 넘겼을지도 모른다. 이안은 출세주의자인 데 지나지 않고 그것을 쉽게 들켜버리는 촌스러운 진지함을 갖고 있었다.(p.208)”고 생각한 요셉은 10년 전 헤어진 류와 만나고,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으로 이안의 초대에 응하게 되어 카페 급정지 스튜디오에 가게 된다.

 

이안의 씨나리오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다. 모두 술집이 배경이었다. 순수하고 정의로운 청년 영준이 내레이터로 사건을 이끌어간다. 1부에서는 대학교 앞 단골 술집 작가들에서 K선생과 제자들이 술자리를 벌인다. K선생을 둘러싼 부도덕한 소문들이 암시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결국 주먹다짐이 벌어진다. 2부는 영화제의 소모임에 참석한 K선생과 팬들이 바닷가 술집에 모여 있는 장면이다. 문학에 대한 K선생의 장광설이 펼쳐지는 가운데 그가 그를 추종하는 여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음이 폭로된다. 요셉을 직접 등장시켜야 할 부분은 3부이다. 1부와 2부는 씨나리오에 따라 배우들이 연기하지만 3부는 상황극에 가깝다. 술자리에서 요셉은 평소 모습 그대로 욕망에 사로잡힌 위선적이고 권위적인 속물로 행동할 것이다. 카메라는 어떤 식으로든 그 장면을 기록해야 한다.(p.209)” 그러나 이안의 기획대로 일은 전개되지 않았다. 흠뻑 취해야 할 요셉은 이채와의 생각으로 이안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류가 너무 늦게 나타났으며, 오히려 술에 취한 이안이 자기의 감정에 휩쓸리다보니 급정지 스튜디오에서 전개된 상황극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고 만다.

 

요셉을 만나게 되었을 때 류는 그에게서 아버지와 어머니 둘 다를 보았다. 무책임한 욕망에서 에너지를 얻는 한편 세상의 이중성과도 무난히 타협했다. 류가 설명할 수 없는 천연의 감정으로 강하게 요셉에게 이끌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부모의 나라에 이방인으로 온 류에게 요셉은 첫 번째로 사랑을 고백해온 사람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장례식장 너머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깊이 오열하던 류가 눈물을 멈췄을 때 요셉은 불현 듯 옆에 서 있었다.

요셉과 함께 S시로 떠나는 비행기 안의 류는 격정에 휩싸여 있었다. 문화원은 본국의 기념일에 맞춰 일주일의 휴무에 들어갔는데 그 기간이 끝나더라도 돌아가지 않을지도 몰랐다. 세상 끝까지 가보자는 요셉의 약속은 류에게 축제의 해방감을 주기에 충분했다.(p.261)”

 

<태연한 인생>의 저자 은희경은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이중주>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타인에게 말 걸기>,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상속>,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 여러 편이 있다. 문학동네 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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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은희경 작가는 우리나라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죠. 작가의 다른 소설인 "상속"은 저의 집 책꽂이에도 꽂혀있구요. 겉으로는 연예소설 같지만 부조리한 우리 시대를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액자식 구성의 소설을 만나 봅니다.
    산바람님. 2021년 마지막 달 12월 건강 잘 챙기시면서 뜻깊게 보내세요.

    2021.12.04 21:2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산바람

      추억책방님 감사합니다.

      2021.12.04 22:4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