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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도서] 더불어숲

신영복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더불어 숲

신영복

돌베개/2022.2.21.

sanbaram

 

여행 자유화가 시행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여행을 책으로 엮어낸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 자기들의 경험이나 풍경, 세속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더불어 숲>은 세계 여러 나라 여행기임에는 틀림없지만 각 지역의 풍광보다는 역사적 의미를 짚어보고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점을 생각하게 하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내용으로 엮어졌다. 특히 세계의 각 지역을 고르게 여행하고 역사적 의미를 정리해 보려고 한 것이 보통의 여행기와 다른 점이라 생각된다. 또한 서간체로 되어 있는 것 또한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저자 신영복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1988815일 가석방되어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 했으며 2016년 사망했다. 저서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신영복의 엽서>, <강의-나의 동양 고전 독법>, <처음처럼> 등 여러 권이 있다.

 

<더불어 숲>에 실린 글은 19971년 동안 <중앙일보>새로운 세기를 찾아서라는 기획으로 연재된 글이라고 한다. 세계의 역사 현장을 찾아서 20세기를 되돌아보고 21세기를 전망하는 기획이었습니다. 1, 2권으로 나뉘어 있던 것을 한 권으로 묶었습니다.(p.8)”라고 재출간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있다. 나무는 저마다의 발밑에서 물을 길어 올려야 하며 그러한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각 지역의 역사가 더불어 우람한 역사의 숲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여행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모두47개의 서간문으로 되어 있는데 처음 시작을 콜럼버스가 인도로 가는 바닷길을 발견하기 위해 출발한 포르투갈 우엘바 항구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스페인과 그리스를 거쳐 터키의 이스탄불, 인도의 갠지스강, 베트남, 일본, 중국의 만리장성으로 여행은 이어진다. 그리고 러시아, 독일, 영국, 프랑스, 로마, 이집트를 거쳐 아프리카의 희망봉, 브라질, 페루, 맥시코, 미국, 잉카제국, 페루, 아마존, 모스크바, 스웨덴,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그리스, 터키, 인도, 히말라야 산, 하노이, 일본, 중국의 양쯔강과 태산을 거쳐 황하에서 여행을 마무리 짓는다. 한마디로 전 세계를 일주하되 지루함을 없애고 역사적 흐름을 생각할 수 있도록 같은 나라를 두세 번으로 나누어 엮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 마음에 남는 부분을 아래와 같이 옮겨본다.

 

우엘바 항구의 산타마리아 호 : 식민주의의 가장 큰 특징이 자기와 똑같은 동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그리고 자기를 추종하게 하는 것이라면, 이곳은 지중해를 벗어난 유럽의 시작이면서 동시에 오늘날 도도하게 전개되는 세계화 논리의 출발지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유럽이 중세를 벗어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콜럼버스가 이 항구를 떠난 1492년은 바로 그라나다에 있는 아랍왕조 최후의 궁전인 알함브라 궁이 함락된 해입니다. 이사벨라와 페르난도 왕이 결혼함으로써 통일을 이룩한 스페인이 800년간의 아랍 지배를 청산하고 국토회복을 완료한 스페인 통일의 원년입니다. p.29

 

마라톤 평원에서 : 마라톤 평원은 해안을 향하여 입을 대고 있는 주머니처럼 입구는 좁고 안쪽은 산으로 둘러싸인 넓은 평원입니다. 전함 600척을 이끌고 마라톤 만에 상륙한 페르시아 대군은 전열을 채 가다듬기도 전에 갑자기 개미 목처럼 좁아진 협곡에서 학익진을 펄치고 있던 아테네의 중장밀집 창병의 돌격과 포위에 당황합니다. p.41

 

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 : 돌궐과 흉노는 중화라는 벽을 넘지 않고는 결코 온당한 실상을 만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유럽이라는 높은 벽을 넘지 않고는 이슬람과 비잔틴의 역사를 대면할 수 없습니다. 만리장성보다 완고하고 알프스보다 더 높은 장벽이 우리의 생각을 가로막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p.55

적군의 성을 함락시키면 통상적으로 3일 동안 약탈이 허용되는 것이 이슬람의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마호메트 2세는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고 난 다음 바로 이 소피아 성당으로 말을 몰아 성당 파괴를 금지시켰습니다. 다 같은 하나님을 섬기는 성소를 파괴하지 말라는 어명을 내린 다음, 이제부터는 이곳이 사원이 아니라 모스크라고 선언하고 일체의 약탈을 엄금했습니다. p.57

 

인도의 마음 갠지스 강 : 바라나시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순례자들이 찾아와 인도의 마음을 길어가는 곳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갠지스를 강가라고 부릅니다만 나는 당신의 편의를 위해 갠지스라 쓰겠습니다. p.61

 

카투만두에서 만나는 유년 시절 : 우리가 문화의 원형을 만난다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입니다. 근대 이후의 산업화 과정은 한마디로 탈신화과 물신화의 과정이었습니다. 인간의 내부에 있는 자연을 파괴하는 과정이었으며 동시에 외부의 자연마저 허물고 그 자리에 과자로 된 산을 쌓아 올리는 과정이었습니다. 더구나 앞으로 예상되는 영상 문화와 가상 문화에 이르면 문화란 과연 무엇이며 이러한 문화가 앞으로 우리의 삶과 사람에게 무엇이 될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p.82

 

만리장성에 올라 : 이처럼 난감한 현실은 만리장성의 장대한 모습을 무척이나 부럽게 합니다. 작은 성 하나 쌓지도 않은 우리들을 부끄럽게 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집의 작은 담장을 쌓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러나 마을을 지키는 성이 없고 나라를 방어할 성벽이 없다면 제 집의 담장인들 온전할 수 없음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p.104

 

아우슈비츠의 붉은 장미 : 청산한다는 것은 책임지는 것입니다. 단죄 없는 용서와 책임 없는 사죄는 은폐의 합의입니다. 책임짐으로써 다신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청산입니다. 굳이 베를린이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이 세계의 어느 곳이든 기적과 번영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아우슈비츠의 비극은 전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114

 

베를린의 장벽 : 통일에 이어 새로운 약진을 준비하고 있는 독일의 의지가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과거의 독일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습니다. 브란덴부르크 문은 과거 프로이센 왕국의 개선문이었습니다. 이 문을 중심으로 하여 동서로 뻗어 있는 유서 깊은 보리수 거리와 6.17 거리는 히틀러가 나치 군대의 퍼레이드를 사열하던 거리이기도 했습니다. p.122

 

런던의 타워브리지 : 상품으로 둘러싸인 세상은 마치 황금으로 둘러싸인 미다스 왕의 정원과 같습니다. 황금 정원에서 오열하는 미다스 왕은 인간 소외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언어를 상품으로 만들고 화폐를 상품으로 만들어 온 현대 자본주의가 앞으로 어떤 뜻을 지향할 것인지 생각하면 망연해집니다. 당신은 절대로 상품화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자연, 인간, 그리고 화폐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p.133

 

로마 유감 : 로마 유적에 대한 찬탄이 새삼 마음을 어둡게 하는 까닭은 그것이 곧 제국에 대한 예찬과 동경을 재생산해내는 장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 문화유산 가운데 40%가 로마에 있다는 사실은 세계사의 현주소를 걱정하게 합니다. p.147

 

킬리만자로의 표범 : 도시가 문화 공간이며 역사 공간임에는 틀림없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연으로부터의 거리를 문화의 높이로 계산하고 있는 것이 도시의 본질이었습니다. 그러나 돈 없는 도시의 모습은 돈 없는 사람의 모습보다 훨씬 더 초라하였습니다. 단 하루라도 닦고 쓸고 때우고 칠하지 않으면 금세 회색공간으로 남루하게 변해 버리는 것이 도시였습니다. p.161

 

아메리칸 드림 : 미국은 꿈의 대륙이고 20세기를 미국의 세기라 한다면 아메리칸 드림은 곧 20세기의 꿈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20세기를 살아온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꿈꾸어 온 가치라고 해야 합니다. 20세기 100년은 미국의 승리와 영광으로 가득 찬 세기임에 틀림없습니다. 동구사회주의의 이상이 좌절된 지금, 우리는 이제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의 꿈을 통하여 미래의 꿈을 읽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p.212

 

잉카 최후의 도시, 마추픽추 : 어디론가 떠나는 길보다는 그 자리를 지키는 숲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 마추픽추의 마음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길을 자신의 품에 안고 있는 숲, 그리고 발밑에 무한한 땅을 갖고 있는 숲에 대한 그리움을 그들은 남겨 놓고 있습니다.

나는 이 마추픽추가 숲이 되지 못하고 메마른 폐허로 남아 있는 산정이 비극의 어떤 절정 같았습니다. 왜 우리의 역사에는 지혜와 땀이 어린 터전들이 황량한 폐허로 남아야 하는가. p.240

 

예술의 도시, 파리 : 파리는 내게 매우 피곤한 도시였습니다. 가는 곳마다 부딪치는 너무 많은 예술 작품은 예술이 생활화되어 있지 않은 나에게는 하나하나가 긴장의 누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생제르맹 거리의 노상 카페에서 다리쉼을 하며 생각의 혼란을 추스르고 있습니다. p.278

 

빈에서 잘츠부르크까지 : 빈의 소리도 그렇고 잘츠부르크의 풍광도 그랬던 것처럼 클래식의 세계도 역시 우리들의 관념 속에 들어앉은 환상이며 신화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금치 못합니다.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 주페, 그리고 모차르트의 가묘까지 한곳에 모여 있는 빈의 음악가 묘역에서의 일입니다. p.294

 

베네치아의 자유 공간 : 베네치아는 물론 과거의 도시입니다. 그러나 한때 꽃피웠던 자유 공간의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가 하면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베니스 비엔날레도 열리고 있습니다. 미래를 향하여 한때 열려 있던 공간은 그 미래 이후에도 역시 여전히 자유의 공간으로 남아 있음에 놀라게 됩니다. p.305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 그리스의 하늘에는 아크로폴리스가 있습니다.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의 모든 곳을 내려다보고 있으며, 아테네 어느 곳에서든 아크로폴리스가 보입니다. 야간 조명을 받아 밤하늘에 솟아 오른 파르테논 신전의 아름다운 자태와 그것에 담긴 역사의 무게는 참으로 중후합니다. 그러나 아크로폴리스는 폐허였습니다. 삭막한 석회석 돌산에 대리석 기둥 46개만이 무너져 내린 돌더미를 발밑에 굴려 놓은 채 마치 고대 그리스의 뼈대처럼 하얗게 서 있습니다. p.306

 

사마 춤과 카파도키아 : 코니아는 이슬람 전통이 완고하게 남아 있는 도시입니다. 내가 이 고도를 찾아온 이유는 이곳이 사마 춤의 본 고장이기 때문입니다. 터키 사람들은 이 사마 춤의 세계가 곧 그들의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종교란 교의와 의례가 아무리 정교하게 짜여져 있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사고를 단순화하는 패러다임을 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마 춤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단순화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321

 

인도의 얼굴 : 콜카타는 사상과 예술의 도시이며 동시에 인도의 얼굴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 식민 도시에서 인도의 정직한 얼굴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무엇을 예술이라고 하며 어떤 생각을 사상이라고 하는지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인도가 안겨 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도 안쓰러웠던지 내게 인도의 얼굴을 보여 주려고 애썼던 유학생의 친절을 잊지 못합니다.

그중 하나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테레사 수녀의 사랑의 선교회죽음을 기다리는 집이었습니다. 테레사 수녀가 거처하는 성당에는 늦은 밤인데도 환히 불 밝힌 기도실에서 사랑의 기도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p.334

 

태산의 일출을 기다리며 : 태산은 당신도 잘 알다시피 오악지수로 불리는 중국의 신산입니다. 전설의 임금인 황제로부터 요, 순 이래 100여 명이 넘는 역대 제왕들이 하늘에 봉선을 고해 온 산입니다.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혼은 태산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인, 묵객, 명사들이 이곳에 오르는 것을 일생의 행복으로 여기는 산이기도 합니다. 1,800여 곳에 비각과 제자를 남겨 놓은 석각, 서법의 박물관입니다. p.380

나는 태산, 취푸에 이어 황허를 찾아갔습니다. 황허는 천변만화의 길고 긴 굽이굽이는 물론이며, 이 대하의 유역에서 흥망을 거듭한 나라와 인걸의 역사에 이르면 어느 곳 하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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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문학소녀

    산바람님^^

    이렇게 자세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여러 나라에 대힌 특징과 역사적 기원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로마제국의 찬란한 문화적 찬송이 이어진다고 하니
    조금은 씁쓸해지네요~ㅎ
    여러 나라들을 다양하게 공유해 주신 덕분으로
    이 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공감이 되었습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맛있는 저녁 식사 드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산바람님^~^

    2022.06.10 18:0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산바람

      문학소녀님의 정성이 담긴 댓글 감사합니다.

      2022.06.10 18:27
  • 스타블로거 이하라

    1997년 1년 동안 이런 기획도 있었군요. 제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인데 그런 시기에도 누군가는 미래를 꿈꾸며 통합과 전진을 위해 무언가를 진행하고 있었네요. 같은 시대를 살아도 누구나 같은 시절을 사는 건 아니구나 하는 개인적인 감상이 일었습니다.

    편안하시고 기쁜 주말 되세요. 산바람님^^

    2022.06.10 23:1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산바람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2022.06.1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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