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매력적인 철학
김수영
청어람/2021.7.12.
<이토록 매력적인 철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을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 등장하는 그림속 사람들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을 이 <아테네 학당>만큼 한군데에 모두 모아놓고 묘사한 그림은 없다고 한다. 단순히 모아놓은 것뿐 아니라, 놀라울 만큼 많은 상징과 세심한 표현을 통해서 철학자들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플라톤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 콘스탄츠대학교에서 플라톤의 <국가>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영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라파엘로는 부모님을 어려서 잃고 17세부터 전문 화가가 되었으며, 그 후 피렌체를 거쳐 먼 친척의 도움으로 로마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다. “율리오 2세는 1503년 브라만테에게 새로운 성 베드로 대성당을 건축하게 했고, 1505년에 로마로 온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그리게 했으며, 라파엘로 에게는 바티칸에 있는 집무실들에 새로운 프레스코를 부탁했다.(p.20)” ‘서명의 방’을 특징짓는 주제어는 ’지혜‘다. 라파엘로는 인간의 지혜를 표현하는 네 가지의 분야를 골라서 그림을 그렸다. 네 개의 벽면에 모두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각각 철학, 신학, 법학, 문학의 주제를 담고 있다. <아테네 학당>은 이 ’서명의 방‘의 동쪽 벽면에서 철학을 대표하고 있다.
“피타고라스는 조화로운 음들이 현의 길이의 정수비로 표현된다는 점을 최초로 발견했고, 이 그림은 이 위대한 이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수비를 표현하는 이 그림이 고대 그리스의 현악기인 리라의 모양을 띠고 있는 것입니다.(p.39)” 숫자 4는 피타고라스에게 또 다른 여러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숫자다. 점, 선, 면, 입체라는 기하학적 원리에도, 흙, 불, 물, 공기라는 세계를 이루는 기본 원소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자연의 원리에도, 그리고 유년, 청년, 장년, 노년이라는 인생의 원리에도 모두 숫자 4가 들어 있다. 숫자 4는 피타고라스학파 사람들에게 매우 의미심장한 숫자이며 그래서 이 테트락튀스는 마치 기독교의 십자가처럼 자신들의 사상 체계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라고 한다. 또 ‘philosophy’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어인 ‘philosophia’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philos’는 ‘사랑’을 뜻하고 ‘sophia’는 ‘지혜’를 의미한다. 그래서 철학은 흔히들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고 풀이한다는 것이다. 이 역사적인 단어를 만든 사람이 바로 피타고라스라는 것이다.
“<아테네 학당> 전체에서 소크라테스는 다른 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철학은 글이 아니라 말이었습니다.(p.70)”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항상 외쳤던 것은, 결국 인생의 주인공은 너 자신이며, 따라서 인생의 최고 과제는 항상 자기 자신을 따뜻하게 돌아보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철학은 자신의 결핍을 돌아보는 일이다. 그리고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 결핍을 조금씩 채워나가는 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플라톤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향해 손바닥을 펴고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유명한 동작이죠. 플라톤은 ‘이상’을 중시하는 철학자이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을 강조하는 철학자입니다. 이는 각각 초월과 내재, 혹은 상승과 하강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겁니다.(p.80)” 이 대조적인 방향은 두 철학자의 발에도 나타나 있다. 플라톤은 맨발이고 두 발의 뒤꿈치를 살짝 들고 있다. 가볍게 땅을 딛고 뛰어오를 것만 같은 자세다. 신을 신었다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샌들을 신고 굳건히 발을 바닥에 딛고 서 있다. 플라톤은 보라색과 주홍색의 옷을 입고 있다. 이 두 색은 전통적으로 각각 공기와 불을 상징한다. 이 둘은 모두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을 띠고 있다. 그래서 상승의 철학자 플라톤에게 잘 어울린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옷은 푸른색과 갈색이다, 이는 각각 물과 흙을 의미한다. 물과 흙은 공기와 불과는 달리 모두 아래로 내려가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아테네 학당>의 중심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서 있다는 것은 그 두 사람이 서양의 고대 철학에서 절대적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철학의 의미는 상승과 하강이 철학의 가장 중요한 두 모티프라는 것, 그리고 이상주의적 철학과 현실주의적 철학이 서로 경쟁하면서 서양의 철학사를 구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