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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드의 물고기 책

[도서] 굴드의 물고기 책

리처드 플래너건 저/유나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세상에나 이 책을 산 지가 1년 반이 넘었다니

정말 시간은 유수와 같다.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지만 책은 나를 기다려준다.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책들이 있어 외롭지 않다. 그래 세상 모든 것이 나를 떠나간다 해도 나의 곁에 끝까지 남아 있을 것은 책뿐이다. 

 

산 지가 한참이나 되었지만 요즈음 다시 꺼냈고, 드디어 오늘 새벽에 다 읽었다.

읽어야겠다는 의지로 읽은 책이라서,  읽기 시작한 지가 꽤 오래 되어서, 앞부분을 까먹어버렸고 마지막 장에 나오는 사람 이름을 보고 이사람 누구야, 애정하는 써클C님의 리뷰를 다시 확인하고서야 아하,,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써클C님이 탁월하게, 또 블루님이 훌륭하게 써놓았으니 참고하시기 바람

 

내가 리뷰를 쓰는 이유는 구매포인트, 독서발자국 남기기, 같은 책을 다시 읽지 않겠다는 건망증 대비책, 그리고 서평단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죄수들이 세운 국가이다. 작가는 자신의 뿌리를 찾아 환상속으로 성큼 들어선다.

영국의 유형지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에서 위조범이자 도둑이자 술꾼인 윌리엄 뷜로 굴드가 겪었던 또는 상상했던 이야기, 결국은 물고기 풀잎해룡이 된 이야기를 통해 19세기의 오스트레일리아의 야만과 원시를 환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상력에 천명관의 '고래'가 생각났다.

위조범에 불과했던 빌리가 예술가 윌리엄 뷜로 굴드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 과거의 회상이 뒤죽박죽 섞여 있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무엇이 진실인지가 불명확하다. 그가 하는 이야기를 따라 이리 저리 이때든 저때든 따라갈 수 밖에,,

 

문장 문장이 참으로 치밀하고 탁월하다.

너무 아름다운데 참 이해하기가 쉽다. 번역의 공도 크다는 것을 알겠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설령 그것이 지금은 여러분이 읽는 이 형편없는 책처럼 불완전한 것이라 할 지라도 그 책장속에 살아 있는 이들을 향해 우리가 느껴야 할 적절한 감정은 사랑뿐임을 깨닫는 일과 같다 어쩌면 책을 읽고 쓰는 행위는 인간 존엄성에 남은 최후의 방어선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 행위가 이 가차없는 굴욕의 시대에 신마저 증발되어버리기 이전 신이 우리에게 깨우쳐주었던 것을 다시금 일깨우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보다 더 큰 존재임을, 리에게 영혼이 있음을, 그보다 더 큰 것도 있음을.(42)

 

책의 운명은 가혹하며 책의 숙명은 부조리하다. 독자들에게 무시당하면 사멸해버리고 후대의 승인을 받으면 영원히 곡해될 운명에 처하는 것이다. 또 그 저자들은 처음에는 신이 되고 그 다음에는 필연적으로 악마가 된다. 그들이 빅토르 위고가 아니라면 악마가 된다.(44)

 

그러나 내게 물고기는 외롭고 두렵고 집도 없고 도망치거나 숨을 곳도 없는 이 삶의 진정한 조건에 처한 모습으로 와 닿는다(79쪽)

.

폭군 한명이 탄생할 때마다 기꺼이 그의 노예가 되려는 인간 천명 또한 탄생하며..

권위를 상대하는 가장 쉬운 길은 확실히 묵인이다. 그들이 멍청할 수록 우리도 멍청해져야 한다.(121)

 

인간이 무지하고 하찮은 존재이지만 인간 자신의 상상력만이 유일한 한계인 우주, 그 우주의 신묘하고 비상하고 형언할 수 없는 경이에 둘러싸인 세계(151)

 

물고기는 온갖 곡선으로 존재하는 미끌미끌한 삼차원 괴물로서 그 색채와 표면과 반투명한 지느러미는 삶의 이유와 수수께끼 자체를 암시한다(153)

 

악마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며 그것을 간략하게 묘사하기란 불가능하다(180)

 

푸시킨  -청동기사-(211)

 

자연은 여기서 우리에게

유럽을 향한 창을 뚫고

바닷가에 발판을 얻을

운명을 내렸노라

 

책은 원인과 결과를 다루었지만 삶은 불가해한 무질서였다. 아무것도 책과 같지 않다. 나의 진짜 죄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고 그것을 물고기로 그린 것이었다(283)

 

꼭 405, 434쪽을 볼 것

 

나는 내가 그물로 잡으려던 것이 물고기가 아니라 물이었고 바다자체였음을 깨달았지만 물이 그물에 걸리지 않듯이 나도 바다를 그릴 수 없었다(418)

 

모든 것이 과학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평소 온갖 불가사의를 믿지 않지만 인간의 상상력이 한계인 우주에서 살아가는 나는 그런 불가해를 책이 해석해줄 수 있다는 것 또한 믿는다.

풀잎해룡이 되어 대양을 품은 굴드의 시간이 나에게 한참 머물다 갈 것 같다.

다시 한장 한장 읽고 싶다.

그런 시간이 다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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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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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난

    제목은 낯선데 작가는 낯익군요. 이런 작품은 번역의 힘이 엄청나게 작용한다죠. 번역에 따라서 괜찮네와 뭐 이래가 갈린다는....

    2019.11.08 12:2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을 썼던 작가입니다 작년엔가 리뷰대회도 했을겁니다 그 책도 리뷰대회 한다는 것을 보고 읽긴 읽었는데 리뷰를 못썼어요 만만치 않은 책들이라서 말이죠

      2019.11.08 16:26
  • 파워블로그 책찾사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이 너무나 사실적인 역사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 책은 호주의 역사를 다소 환상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물고기 그림을 그리다가 자신이 풀잎해룡이 된다는 이야기의 여정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

    2019.11.08 23:5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이 책이 읽기가 슆지는 않았는데 어떤 성취감 같은 게 느껴지더라구요 해냈다라는 기분좋음, 문장들이 너무 탁월해서! 읽는 재미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2019.11.09 08:12
  • 파워블로그 신통한다이어리

    시골아낙님 제가 요새 체력이 부쳐서 블로그 글 읽으면서 돌아다나기가 조금 힘드네요~ 글 올리는 것도 쉽지 않구요~ 그래서 요새 자주 못 봅니다~ ㅎㅎ. 답글은 꼬박꼬박 남기고 있으니, 들러주세요~ ㅎㅎ...

    2019.11.09 05:3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ㅎㅎ 그러게요 저도 10월 한달동안 겨우 체면치레했습니다 번아웃증후군인가요? 모든 활동이 즐거움이 되어야 하니 쉬엄쉬엄 하세요~

      2019.11.09 08:13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