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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있는

[도서] 돌이킬 수 있는

문목하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김보영 작가의 [얼마나 닮았는가]에서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초능력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의 능력은 사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움직임을 한없이 멈추어가는 것과 닮아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눈 한 번 깜빡할 시간 속에서 그는 몇 년을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사람들의 안전한 몇 초를 위해 본인의 몇 년을 재해와 사고의 상처를 수습하는데 쓰며 무해하게 살아가도, 일반인과 다른 능력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는 요주의 대상이 된다. 그와 닮은 다른 초능력자도, 사람들을 위해 불평 없이 봉사하면 '히어로', 자신의 대우에 불만을 갖고 사회에 반기를 들면 '빌런'으로 이름 매겨지며, 일반인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이 무색하게도 그들은 감시당하고 사육된다. 그런 풍경은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또한 신선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능력자를 줄지어 자랑하듯 과시하던 일련의 히어로 영화를 보며 느끼지 못했던 씁쓸함이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했다.

 

  문목하 작가의 [돌이킬 수 있는]도 내게 비슷한 씁쓸함을 주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는 이야기였다. 앞서 소개한 작품은 능력자가 영겁의 시간을 살아가며 겪은 내면의 혼란과 붕괴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 작품은 능력자를 둘러싼 공작기관과 진영의 첨예한 작전과 대립에 더 초점을 두었다는 점이 다르다. 능력자의 내면 묘사가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인물의 다양한 내면 묘사가 잘 압축되어 있으면서도, 그들의 고뇌의 무게가 가감 없이 전달되어 이야기에 몰입하기 쉬웠다. 거기에 더해, 겹겹이 쌓이고 쌓인 거짓과 진실과 시간이 하나둘 벗겨지는 과정이 호기심을 계속해서 끌어내어 심심할 틈이 없었다. 싱크홀과 같은 깊이의 좌절과 실패, 실낱같은 희망과 기대가 이야기의 흐름을 쉴 새 없이 뒤집지만, 그런 빠른 템포가 길다면 길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해준 덕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가벼울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스포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야 재미가 배가 된다. 다만 이야기를 펼쳐드는 순간, 다양한 이해관계 속 여러 겹의 옷을 걸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며, 그들 어느 누구라도 단순히 미워하거나 사랑할 수만은 없으리란걸, 그들의 아픔과 행복이 꼬여버린 슬픈 상황을 풀어나갈 시원한 전개를 기대 하리란 건 장담할 수 있다. 주요 인물들이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갈 거란 것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삶을 비관하여 포기하기보다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을 하든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으며. 그러니까 결국 미래는 꿈꾸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었다.

 

  배신이 판을 치고 서로를 죽여대는 암울한 현실에서도 끝까지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다면, 혹은 화려한 빛을 내는 능력자물보다 피비린내 나고 살벌한 능력자물을 원한다면, 혹은 대한민국에서의 초능력자의 위치를 체험하고 싶다면, 충분히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두께에 겁먹지 않아도 된다. 인물과 사건은 많지만 전개가 빠르고 친절해 쉽게 읽힌다). 영상화를 앞두고 있다는데, 미리 책을 읽으며 윤서리와 장여준과 서형우를, 경선산성과 비원과 싱크섹션을 상상할 수 있는 만큼 상상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원작이 있는 경우, 영상보다 원작을 먼저 만나는 행운을 최대한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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