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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 (큰글자도서)

[도서] 사이보그가 되다 (큰글자도서)

김초엽,김원영 공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이 책은 아주 우연히 발견했다. 김초엽 작가의 글에 푹 빠져 검색창에 '김초엽'이란 이름을 치고 나오는 책을 전부 장바구니에 담던 도중, SF 소설이 아닌 이 글이 눈에 띄었다. 나는 김초엽 작가가 써 내려가는 픽션 소설들뿐 아니라, 그의 자전적 이야기든 그의 관심사를 풀어낸 비문학이든 무척이나 관심을 가지던 시기였기에, 망설임 없이 <사이보그가 되다>를 함께 구매했다. 이후 한동안 비문학의 거리감 덕분에 내 손을 벗어나 있다가, 어느 날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읽고선 이 책의 존재가 떠올랐다.

 

  그땐 자격증 시험 때문에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학원에 출석을 하던 시기였는데, 어느 날 아침 어제와 다를 것 없이 눈을 떠 준비를 마치고 폰을 들어 보니, 장애인 단체의 시위가 있어 지하철이 지연되고 있다는 글을 보았다. 순간적으로, 내가 이용하는 호선에서 시위를 할까? 학원에 늦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빠르게 뉴스 기사를 훑어봤는데, 시위 장소가 나와는 관련이 없는 곳임을 알아내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곧바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들은 당연한 기본권을 위해 투쟁을 하는 것인데, 공감을 하지는 못할망정 피해를 보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모습에 스스로에게 실망을 했다. 나 역시 나의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 내가 추구하는 이상향을 위해 누군가의 공감과 동참, 하다못해 이해를 간절히 원했던 적이 있었음에도, 내가 속한 세계의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여전히 냉정할 수 있다는 것이 속상했다. 그래서 책장 속에 숨어있던 이 책을 기억해 내고 빼어 들었다. 더 배우기 위해, 나만의 세상에 갇히지 않고 더 큰 세상을 배우기 위해.

 

 

  <사이보그가 되다>는 김초엽 작가와 김원영 작가가 함께 엮어낸 이야기로, 사회가 규정한 장애 당사자로서의 자전적 이야기를 포함하여, 장애와 과학 기술이 복잡히 얽힌 면모를 섬세히 파헤치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장애와 기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영웅적 혹은 초인간적 서사에서 '사이보그'가 보여주는 매끄러운 모습은 현실을 살아가는 실제의 사이보그들의 마찰과 상처, 그리고 열감을 지워낸 모습이라는 점. 그리고 장애는 집단과 사회가 규정한 어떠한 상태일 뿐, 모자람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하지만 그러한 전제 속에서 발전한 기술의 수혜를 받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한 조치는 경계해야 한다는 점 등. 장애를 둘러싼 복잡한 사회의 결에서 탄생하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논의와 질문을 배울 수 있다.

 

  또는, 장애와 기술이 서로 분리할 수도, 화합할 수도 없는 다층적인 관계 속에 놓여있음에도,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을 명료히 드러내기도 한다. 기술의 수혜자로서 수동적으로만 비추어지던 사람들이, 기술 속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입히고 덧대면 기술은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을 수 있다. 지워진 자아를 드러내되, 그것이 단순히 페티시적인 소비로 이뤄지지 않도록 비판을 받아들이고 생각을 멈추지 말자. 소수자를 위해 설계되었으나 그 용도가 확대되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 기술 중, 어떤 것들은 그 근원을 잊어버리고 소수자에게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기도 하므로, 우리는 가치 명시적 디자인을 잊으면 안 된다.

 

  특히, 삼매경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이음새'에 대한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외되는 존재를 쉽게 잊고 사회의 모든 것이 매끄럽게 굴러간다는 착각을 한순간이나마 깨트릴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불편함이다. 도의적으로 더 나은 사회를 향해, 혹은 기술적으로 진보된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도중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이것은 이래서 잘못되었고 저것은 저래서 누군가에게 불편할 것이라는 지적은 아주 중요하다. 혹은 얼기설기 엮어 잘못 건드리면 무너져버릴 매끄러움의 허상을 짚어줄 수 있는 존재는 소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이보그됨'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이며, 우리 사회가 장애에 대해 규정하고 다루는 방식에 대하여 계속해서 고찰해 봐야 하는 이유이다.

 

 

  올해 들어 나는 SF를 무척이나 좋아하게 되었는데, <사이보그가 되다>에서도 관련 내용이 나온다. SF는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이야기이고, 다른 존재들을 세계의 중심에 두는 이야기이며, 세계를 재설계하는 상상을 펼치기에 가장 적합한 사고 실험의 장이기도 하다, 즉, SF는 접근성을 탐색하는 이야기이다. 내가 SF를 재미있게 읽기 시작한 시점도, 기존 소설에서 주인공의 자리를 꿰찰 수 없던, 조명 밖으로 밀려난 인물의 서사가 SF에서는 중요히 다뤄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였다. 현실의 암담함이 SF 세계에서는 전복되고 역전되어, 독자들에게 기분 좋은 도약을 선사한다.

 

  이 책을 읽으며, SF 이야기에서 등장한 다양한 장애의 모습이 떠올랐다. 김초엽 작가의 <므레모사>에서 등장하는 의족을 단 무용수나, 김보영 작가의 <얼마나 닮았는가>에서 등장하는 휠체어를 탄 기술자나,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에서의 소아마비를 겪은 은혜. 내가 기억하기론 그들은 정말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모든 이야기에 녹아들어 있었다. SF란 장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내게도 그렇게, 배제되는 이 없이 모두가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열망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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