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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도서]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의 이야기들은 어찌 보면 과격하기도, 폭력적이기도 하지만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를 읽을 때보다는 마음이 편했다. [저주토끼]는 잔인하고 기괴한 상황이 중심에 놓여 그 묘사에 공을 들이는 반면, [칵테일, 러브, 좀비]는 그러한 상황에서의 인물의 감정과 선택이 중심에 놓인다. 독자가 인물에게 몰입하여 빠져드는 동안 사건에 대한 거부감이 덜어지고, 그 덕에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두렵지 않고 오히려 두근거렸다.

 

  특히 이야기의 전개와 서사의 짜임이 탄탄해서 감탄이 나온다. 뻔할 것만 같은 소재의 이야기도 여러 장치와 반전을 꼬아 넣으니 새롭고 재미있다. 이러한 설계는 꼼꼼하고 촘촘한 설계가 중요한 타임리프물에서 정점을 이룬다. 단편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허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잘 짜인 타임라인에 지루하지 않도록 두 인물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진실을 하나씩 드러낸다. 작가가 섬세하게 심어둔 장치는 생각보다 쉽게 추리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손에서 긴장을 놓지 못할 정도로 서사의 완성도가 높아 이야기가 끝이 나고서도 한참 동안 여운을 곱씹어야 했다.

 

  이 단편집의 제목인 '칵테일, 러브, 좀비' 이야기도 한 번 언급하고 넘어가자. 가부장제 사회의 권위적인 아버지 모습과 좀비, 그리고 한국의 토속적인 미신을 재미있게 엮어 색다른 좀비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네이버 웹툰 [좀비딸]과 발단이나 전개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의 이야기에서 좀비가 된 주체가 가부장제 사회에서 상반된 권력관계에 놓인 '딸'과 '아버지'라는 점, 그리고 좀비가 된 가족과 얼결에 함께 살게 된 인물이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 딸'이라는 점에서 두 이야기는 분위기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좀비딸'이 일종의 판타지적인 상상이었다면 '칵테일, 러브, 좀비'는 현실적인 상상인 것이다.

 

  조예은 작가는 얼마든지 우울해질 수 있는 현실의 이야기들을 끌고 와 자신만의 유쾌한 통찰로 재구성하는 재능이 있다. 좌절과 답습이 반복되는 답답한 현실을 시니컬하게 비트는 능력은 소중하리라. 그렇기에 이야기가 암울한 사건에서부터 시작되어도, 그 속에서 우리는 몇 번은 소리 내어 웃고, 몇 번은 통쾌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된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가볍고 재미있게 읽기 좋다는 평이 많아 궁금했던 책인데, 지금은 궁금증을 해소하고 추가로 새로운 관심 작가를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 추가로 개인적인 감상을 조금 더하자면, 이야기의 호흡이 짧고 빨라 가볍고 재미있지만 그 짧은 호흡 속에서도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나아갈 깊이가 녹아들어 있는 재미난 성격의 책이다. 가볍게 읽고 싶으면 가볍게 읽으면 되고, 이야기를 읽고 나서 더 생각하고 싶은 지점에 관해 돌려보고 싶으면 돌려보면 되는, 그런 팔방미인 같은 책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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