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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도서]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심너울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2022 서울 국제도서전에 가서 홀린 듯이 멈춰 선 안전가옥의 부스. 그곳에 일렬로 비치된 SF 책들이 내 관심을 끌었고 나는 그중 두 권을 골라 구매했다. 하나는 조예은 작가님의 <칵테일, 러브, 좀비>, 다른 하나는 심너울 작가의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즉석에서 원하는 책을 고르는 것을 잘 못한다. 한두 페이지만 훑어보고 내 마음에 드는 소재인지는 파악할 수 있겠으나 전개까지 마음에 들리라곤 장담하지 못하고, 그런 미지의 세계로의 도전을 겁 없이 할 수 있을 만큼 책값이 싸지도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도 여러 번 집어 들었다 내려놓았다를 반복했다. 결국 읽어보기로 마음먹은 것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 진열대 앞에 작게 프린트되어 있던 책의 소개 글과 인물들의 이름이 한국적이면서도 이색적이라는 점이 흥미를 돋우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다 읽은 지금, 아쉬움이 깊다. 세계관은 참 매력적이었다. 서울이 초토화되고 난 후 지하로 땅굴을 파 들어갔다는 것, 그리고 세계는 인공적으로, 일괄적으로 배양되어 노동자 계급으로써 굴려지는 '배양인'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태어난 '잉태인'이라는 계급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 등. 인물들의 성격도 단순하지 않아 재미있었다.

 

  그럼에도 초지능과 관련한 내용이 부실하다는 느낌은 떨칠 수 없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선택이라 하면 항상 제시되는, 다수를 죽일 것인가 소수를 죽일 것인가 등의 모순적인 문제에 따라 초지능에 걸리게 되는 제약은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그 많은 모순에 도달하면서도 끝내 어느 한 쪽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까지, 나는 감탄하면서 읽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전개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자세한 내용은 이야기의 핵심을 스포할 수 있기 때문에 줄이겠지만, 가장 와닿지 않은 부분은 고통을 통해 초지능을 제어한다는 방식이다. 이야기의 방대함에 비해 비교적 적은 페이지로 이야기가 끝나기 때문에, 주변부의 설명이 부족했고 이러한 설정의 부실함이 이야기를 이해하고 몰입하는 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결론적으로, 이야기의 가장 큰 줄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 글을 읽어내려가니 인물에게 고통과 시련,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주고자 이유를 작위적으로 설계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베일이 벗겨지고 반전을 마주했을 때 내가 느낀 건 놀라움보다는 당혹스러움이었다. 충분히 좋은 소재와 인물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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