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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더

[도서] 신더

마리사 마이어 저/김지현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모두가 어릴 적 들으며 자라왔던 이야기를 비틀어 새롭게 써 내려가는 건 언제나 두근거리는 일이다. 어렸을 때 접한 이야기일수록 그 이미지가 불분명하고 환상적인 형태로 강하게 남아 있어 자칫하면 어설픈 변조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잘만 다루면 어릴 적 향수를 이용해서 이야기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높일 수 있다. 아름답고 행복하게 포장된 아이들의 동화와 달리, 안데르센의 원작들은 잔인하고 현실적이란 소문(혹은 사실)이 청소년과 성인에게는 더욱 유혹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추가적으로, 옛날 동화들을 비틀게 되면 현대의 인권 의식을 바탕으로 읽게 되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이 마리사 마이어의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제목과 간단한 줄거리를 처음 들었을 때 무척이나 두근거렸다.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자주 주어지는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공주들의 이야기를 현대 SF 장르에 녹여내 진취적이고 개성적인 공주상을 그려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웬걸, [루나 크로니클]의 첫 작품인 [신더]를 읽고 나서 나는 크게 실망했다.

 

 

  신데렐라의 스토리 전개를 차용하여 사이보그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부분과 신데렐라의 여러 요소들 - 호박마차나 계모 등 - 을 색다르게 그려낸 점은 흥미로웠으나 그것이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로맨스의 감정선이 급박하게 전개되어 잘 이해되지도 않을뿐더러, 충격과 경악의 감정을 느끼게 할 치밀하고 촘촘한 복선은 빈약하여 앞으로 닥칠 반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한다. 결국 이야기가 끝날 때 즈음 긴장감이 풀어져 분명 작가가 의도했을 반전의 대목에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아, 드디어 이 비밀이 풀렸구나, 그럴 줄 알았다, 하는 느낌이 더 강했을 정도.

 

  더군다나,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계모와 그의 딸들에 대한 평면적인 시각이 내심 아쉬웠던 내게, <신더>에서 묘사된 양어머니와 그의 딸들의 모습은 실망감을 배가시킬 뿐이었다. 진흙 속에 묻힌 진주를 알아보지 못하고 박해하는 납작한 캐릭터성을 통해 여전히 재미를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너무나 속상하다. 루나인 여왕에 대한 묘사도 그렇다. 여왕이 마법을 통해 누군가를 세뇌할 때, 자신의 미모 또한 극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도록 바꾼다는 것도, 또 그의 본모습을 보았을 때 신더가 내뱉은 말도, 전부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평면적인 역할을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엄청난 전쟁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격변이 일어난 설정이기에 여러 민족과 문화, 그리고 이름까지도 섞였을 수 있겠지만, 신베이징이란 지명은 분명 중국을 무대로 설정한 것일 텐데, 해당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의 이름은 일본식 느낌이 물씬 드는 '카이토'이고, '린'이라는 중국식 성을 쓰는 신더의 가족들은 기모노를 드레스로 입는 등, 오리엔탈리즘이 풍겨나는 배경 설정이 조금 불쾌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마구 섞어 쓰는 느낌이 든달까. 후반부에 이런 느낌이 조금 심해져 읽으면서도 눈살이 찌푸려진 건 덤.

 

  시리즈의 세계관은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나머지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도 여전히 남아있긴 하다. 백설 공주와 라푼젤, 빨간 모자 등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비틀었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이야기를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고, 시간이 난다면 언젠가 도서관에서 빌려 볼 생각이다. 단순히 킬링타임용으로 피상적인 재미를 즐기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도 도서관에서 먼저 빌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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