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대화를 하면 나를 꽤 똑똑(?)한 사람으로 추켜 준다. 내가 진짜 똑똑해서는 아닌 것 같고, 내가 읽는 다양한 책들 덕분인 것 같다. 나는 미치도록 싫어하는 장르가 아닌 이상, 재미있어 보이는 제목의 책을 쉬엄쉬엄 읽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 책에서 읽은 내용을 이야기하면 “와! OO씨는 그걸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대단하다.” 이렇게 말해 준다. 그럼 나는 대단한 건 아니고 책에서 읽은 내용이라, 그래서 알게 된 거라고 말하면, “이 나이에 아직도 책을 읽어? 난 이제 눈 아프고 머리 아파서 책은 못 읽겠던데.” 이렇게 말한다. 맞다. 나도 책을 읽으면 눈이 아프고 머리가 아플 때가 있다. 하지만 책이 주는 즐거움, 재미를 포기할 수 없다. 이번에 읽은 책 역시 매력적이라, 이 시리즈는 읽어 둘만 하다. 물론 이제는 읽는 족족 잊어버리는 단점이 있지만, 잊어버리면 또 어떤가. 다시 읽으면 되지.
EBS 알비똑 시리즈. (알면 똑똑해지는 비하인드 스토리) 이번 편은 생활 문화다. 내가 읽은 건 과학, 역사 편인데, 생활 문화도 나왔다. 경제까지 읽으면, 4편을 모두 읽은 거니, 경제도 나중에 꼭 도전해 보리라. ^^
모두 5개의 챕터로 이뤄진 이 책은 모두 흥미 있는 주제다. 기묘하고 특별한 일상과 풍습, 기상천외한 인문사회 스토리, 문학과 언어에 담긴 뜻밖의 사실, 반전이 있는 예술과 패션, 음식의 놀라운 재발견.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A4용지에 관한 이야기다. A 시리즈 용지는 아무리 접거나 이어 붙여도 가로 세로의 비율이 1:1.414로 유지된다고 한다. 이 사이즈는 그래서 낭비의 부분이 없다고 한다. 이렇게 만드는 데에는 과학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한다. A 시리즈의 가장 큰 사이즈는 A0인데 A 다음에 붙은 숫자가 A0를 몇 번 접거나 자른 횟수라고 한다. 그래서 한번 접으면 A1, 세 번은 A3, 네 번은 A4.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종이 하나를 사용하더라고 낭비가 적고 나름의 비율이 있고 규칙이 있다는 것. 신기할 뿐이다. ^^
또 하나는 소주에 관한 이야기인데, 증류식 소주는 9세기 이슬람의 과학자가 만들었다고 한다. 증류 방식의 술은, 정복 전쟁을 통해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진출했고 몽골이 이슬람 문화를 받아들일 때 같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것이 13세기 고려에 전해졌다고 한다. 13세기 몽골은 중국을 멸망시키고 원을 세웠고, 고려를 굴복시켜 간접 지배하고 있었다. 몽골은 이때 일본을 정벌하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증류식 소주로 유명한 개성이나 안동이 바로 몽골군 주둔지였다는 사실. 예전에는 증류식 소주가 곡물로 만든 거라 아무나 마실 수 없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녹색 소주는 증류식이 아닌 희석식 술. 지금은 서민들이 마시는 친근하고 가까운 술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 ^^
이밖에 감옥에서 탄생한 칫솔, 철수와 영희의 관계(?), ‘엿 먹어라’는 왜 욕이 되었을까?, 죽음을 부르는 블루 호프 다이아몬드, 중세 유럽사를 바꾼 어류 청어, 네덜란드 사람은 모르는 더치 커피의 유래가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다. 뭐 대단한 것은 아지만 알고 있으면 ‘와’ 이런 것도 알아?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 다음 경제도 읽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