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 지금 청년들도 내 청춘과 같을까? 나도 그때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대학은 졸업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IMF가 터져 취업도 힘들었고, 그렇다고 대학원에 가자니 나중에 취업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고. 나는 대학을 늦게 들어갔으니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해야 했다.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했던 나의 청춘. 늦은 시작과 대출의 늪. 겨우(?), 아니 운 좋게 취직은 했고, 그래서 열심히 회사 다녔지만, (대기업은 아니니), 더군다나 설계사무소는 어느 정도 직급이 되지 않고서는 박봉이니. 내 20대는 일은 즐거웠으나 생활이 풍요롭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더 좋다. 누군가, 나에게 20대로 가고 싶냐 물으면 나는 노. 다시 힘든 공부를 하고 싶지 않고, 생활에 찌들고 싶지도 않다. 내 아이들이 모두 20대다. 이 아이들도 자신의 20대가 힘들고 두렵고 불안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큰아이는 군대에 가서 생각하고 싶다 말했으니까. 20대란 나이는 그렇다. 찬란해 보이는 나이지만 외로운 나이.
취업도 하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를 하는 재호. 아르바이트마저 잃고 재호는 장례식장 빈소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장례식장 도우미로 일하게 되면, 자정이 넘어 일이 끝난다. 일이 끝나면 재호는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닌다. 재호는 어릴 적 부모님이 일하러 가시면 누나와 둘이서 목조르기 게임을 했다. 그러던 중 자신이 목조르기 게임을 하다 누나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하얀 뱀 환상을 보며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마리도 재호와 같이 장례식장에서 일한다. 마리는 정규직이 꿈인 청춘이지만 쉽지 않다. 재호와 마리는 장례식 일을 끝내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불 켜진 맥도날드를 찾아 다니는데..
나의 청춘도 쉽지는 않았다. 아니 모든 청춘은 쉽지 않을 수도. 그리고 내가 겪는 아픔이 더 강하게 느껴질 수도. 많은 이력서를 넣고도 취업이 되지 못하는 청춘.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성실하지 못해서였을까? 결국엔 장례식장에서 일하게 되는 두 청춘.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일하게 되면 좋은 것도 있다. 낮시간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역사박물관 맞은 편 해머링 맨은 매일 망치질을 하지만 정규직이니까. 그것마저 마리는 부러워한다. 모두가 잠든 밤이나 새벽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재호와 마리는 그 시간만큼은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재호 누나의 죽음 이후 아버지와 엄마는 이혼했다. 아버지 역시 이른 퇴직을 하고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아죽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죽음을 알게 된 재호, 그리고 그로 인해 상처를 안고 사는 재호.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도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다. 가장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하는 청춘. 하지만 누군가는 가장 아름다워야 할 청춘이 아프다. 다양한 이유가 그들을 힘들게, 아프게 한다. 군 제대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내 아이들도 힘든 20대를 보내게 될까? 이런 이야기가 내 아이는 아닐 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20대는 봄이라는 계절이지만 현실은 겨울인 것이 슬프다. 이 아이들. 이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움츠러들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