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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도서]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이경란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군입대 한 큰아이와의 첫 외출. 부랴부랴 정신없이 준비해서 다녀오긴 했지만, 그날 나의 컨디션이 제로였다. 그런데 아이의 첫 외출이라니. 다녀와 몸져누워도 다녀와야 할 판. 정신없이 차표를 예약해서 지난 일요일에 다녀왔다. 해군 복장을 한 아이를 보니 행복하면서도 마음이 짠했다. 마음 안에 뭉클한 그 뭔가가 몽글거리며 나를 안아주는 느낌. 아이를 보자마자 꼭 안아줬다. 아이가 먹고 싶은 것을 사주고 아이와 두런두런 얘기를 했다. 군에 가기 전에 늘 하던 산책과 이야기. 그걸 다시 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것이구나 싶은 마음. 

 

20대 초반의 남자 아이. 군 제대를 하고 나면 대학에 복학해야 하고 취직을 해야겠지만, 아이는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자신은 부모님께 받은 게 많지만 그래도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고 두렵고, 무섭다는 것. 복학하는 게 맞는지, 취직은 할 수 있을지, 자신은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자신의 진짜 꿈은 무엇인지,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고, 군에 있기에 더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 나의 20대도 힘들었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고, 또한 과연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늘 내 주변을 맴돌았으니까. 그런 마음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아이에게 말했지만, 아이는 그 말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고시원에서 몰래 고양이를 키우다 걸린 민용. 그는 자신과 함께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연후 그리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저커와 함께 재개발을 앞둔 강남의 오로라 아파트에 입주한다. 월세는 1/n로 하기로 하면서 이들은 가족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지내게 된다. 부의 상징이라고 하는 강남의 한복판 재개발 아파트. 이 아파트를 조금만 벗어나면 모두 성공한 것 같고 다 잘살고 있는 것 같다. 화려하고 부티 나는 그들 앞에 더욱 초라해지는 청춘. 그리고 자신의 집이 있지만, 찜질방을 전전하며 사는 이안 아저씨까지 합류하게 된다. 이들은 서로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주며 각자의 길을 갈 수 있을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그리고 중년의 아저씨.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말. 맞는 말이다. 고통 속에서 우린 나름의 행복을 찾고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간다. 내가 인생이 고통인 것은 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아이가 인생이 고통이라고 느낀다면 슬플 것 같다. 하지만 아이에게도 그 시간이 지나가야 한다면, 그 또한 지나가야겠지. 20대나 중년이나, 아니 모든 세상의 사람들은 적당히 힘들고 아프고 어렵다. 사는 것이. 어느 하나 쉽고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들 중 노력하지 않은 사람 있을까? 모두 나름의 방법으로 노력하고 자신의 인생을 꾸리며 살아간다. 나도 내 아이. 혼란한 20대를 지나고 있는 내 아이에게 응원하고 충고를 해줄 수 있을 뿐. 대신 아파할 수 없다. 나도 내 나름의 인생 정답을 찾아가듯 내 아이도 자신의 인생 정답을 찾게 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거나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것.

 

혼란한 내 아이. 불안한 내 아이. 20대의 내 아이.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야. 어른이 되는 과정이 힘들고 화나고 열 받는 날도 있겠지만, 괜찮아. 어떤 해는 온 행운이 너에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어떤 해는 그렇지 않을 때고 있어. 인생은 그런 거니까. 그런 굴곡들 잘 이기자.

 

저커의 소망 중 하나는 선택의 미로에 빠져보는 것이었다. 선택이란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스물넷이 되기까지 무엇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나. 출생도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고 부모를 골라 태어난 것도 아니었다. (중략) 결국 어떤 상황도 자신의 선택이었던 적이 없다. 여건상, 또는 불가항력적으로 누가 봐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36)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게 달콤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의 젊은이들이 많다는 게 답답하면서도 슬프다. 나도 무언가를 선택하게 된 것이 20대가 넘어서였던 것 같다. 그전에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했고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없었다. 그나마 엄마한테 반항(?)하면서 내 인생을 살게 된 것 같다. 내 아이에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함을 주고 싶지만 쉽지 않다.

 

세상 모든 20대 그리고 중년들. 그들 모두 나름의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 고민이 해결되는 날이 오기는 할까? 아마 그런 날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살아가는 것 아닐까? 나와 내 주변. 그리고 이 사회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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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매니짱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가 "인생은 행복의 연속"이면 좋을 텐데요. 점점 살면서 절실함도 없어지는 것 같고 그러네요. 선택지가 있다면 그나마 나은 상황 아닐까요? 선택지조차도 없는 삶이라면, 희망적이지 않으니...

    2022.05.24 21:5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책을 통해 알았습니다.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게 슬프더라구요. 점점 사는 게 힘든건지.. 청춘들의 이런 힘든 소설이 많네요

      2022.05.25 16:28
  • 스타블로거 ne518


    어느 때든 사는 건 힘들겠지요 한국은 경제만 생각하다가 더 많이 힘들어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젠 좀 달라져야 할 텐데... 사람과 사람이 서로 돕고 살면 좀 나을 텐데... 여기 나오는 사람은 그럴 것 같네요

    오랜만에 큰아이를 만나서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짧은 시간이어서 아쉬웠겠지만, 또 만날 날 오겠지요


    희선

    2022.05.26 02:3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큰아이 만나서 너무 좋았답니다. 근데 많이 아팠어요.
      아이를 군 부대에 두고 오는 게 너무 속상해서. 대한민국남자라면 다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보고 와서 좋았어요. ^^

      2022.05.26 08:51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질풍노도의 시기.
    고민 없는 세대는 하나도 없는 시대.
    코로나가 가져온 경제위기는 최고고...

    2022.05.26 22:3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아요. 아자님 말씀이 딱.
      고민없는 세대가 하나도 없는 시대에 살고 있네요. ㅜㅜ

      2022.05.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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