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미래. 이곳 지구는 과연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어쩜 자리를 지키고 있겠지만,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곳이 되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라면 지금보다 나은 지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지구가 지금보다 나을 것 같지는 않다. 인간은 점점 나빠지는 지구를 버리고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 정착해 살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상을 글로 표현하고 책으로 쓸 수 있는 작가. 김초엽 작가의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느낀다. 이런 세상을 상상하는 것은 그가 공대생이기에 가능한 것인지. 그녀는 미래의 어느 시점의 다양한 인물을 그리지만, 그건 지금 현재의 문제이기도 하다.
방금 떠나온 세계는 모두 7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책이다. 단편들의 줄거리를 논하고 싶지는 않고, 다만 미래에도 소외된 누군가가 자신들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생각한다. 나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거나, 내 방식대로 살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방금 떠나 온 세계. 우리는 그 떠나 온 세계보다 조금씩 나은 세상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간뿐 아니라 정신적인 것까지.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조금씩 변하고 달라지는 정의를 찾아 다른 세계를 찾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쉽게 쭉쭉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인간과는 다른 모습으로 누군가 살고 있지 않을까? 그들의 생각은 우리와 완전히 다를 수 있고, 다른 언어를 쓰며 다른 모습일 수 있다. 그들의 세상에서 사랑은, 정의는 무엇일까? 그곳에서의 보통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과는 다를 수 있다. 보편적인 생각, 그리고 보통인 생각이 모두 옳을 수도 없다. 보통이 된다는 것, 보통의 생각을 한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과연 보통이 있기나 한 것인지, 보통이라는 그 ‘보통’은 누가 정하는 것인지 어렵지만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