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한 어떤 행동이, 누군가에게 엄청난 파급력으로 물의를 일으킨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하지만 나는 그런 행동 자체를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피해자는 얼마나 억울할까? 누군가는 아무 생각 없이, 혹은 돈 때문에 한 행동이지만, 누군가는 그로 인해 인생이 망가졌다면?
주인공 수현은 4년에 한 번 생일이 돌아오는 2월 29일 생. 그는 불법 콜택시를 몰며 아픈 엄마를 돌보고 있다. 즐거울 것도 의미도 없는 인생을 살고 있던 수현은 포커 사이트에서 우연히 알게 된 현채를 만나게 된다. 경찰의 총을 갖고 있던 그녀와 수현은 충동적으로 은행의 현금 수송 차량에서 3억원 가량의 돈을 탈취한다. 그 과정에서 은행원이 총에 맞아 죽게 된다. 그래도 운이 좋았을까? 이들은 잡히지 않고 각자의 생활을 시작하고, 4년에 한 번 2월 29일에 만나기로 약속한다. 이들은 별 탈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한두 번의 비극은 찾아올까? 만약 비극이 찾아온다면 그 시작점은 어디일까? 인생은 우연의 연속 같지만, 때론 누군가의 간절한 복수가 오랜 시간에 걸친 작업의 순간일지 모른다. 하루하루 인생을 산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기적 같은 하루가 또 누군가에 의해 무너질 수도 있음이.. 참 재미있는 소설이다. 근데 뭐든 잘 못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입이 근질거려도 글로 쓸 수 없는 게 안타깝다.
다만 누쿠이 도쿠로의 ‘난반사’가 생각난다. 난반사에서는 다수의 사람이 공중도덕을 지키지 못해 누군가 피해 입었다면, 이 책은 한 사람의 부주의로 피해 입은 사람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꽤 매력적인 소설. 작가 이름 잘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