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나의 사랑이 아니라 내 아이들이 하게 될 사랑에 대해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물론 아이들은 엄마가 이런 기대하는 것조차 싫어할 테지만. ^^ 사랑이라는 감정 혹은 느낌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젊은 친구들이 가진 가치관과 생각은 다를 것이다. 사랑이나 이별에 우리보다 더 쿨하려나? ‘누운 배’, ‘관리자들’의 작가 이혁진이 말하는 사랑. 남성 작가의 관점에서 보는 사랑의 이해. 솔직히 그 사랑을 나는 100%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요즈음 젊은 친구들이 느끼는 고민과 좌절, 그리고 절망 혹은 다름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다.
하상수 계장은 자신의 옆자리에서 일하는 아름다운 안수영 주임을 좋아한다. 하지만 둘 사이의 감정은 답답하게 꼬여 있다. 그러던 중 수영이 청원경찰 종현과 좋아하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후 상수는 수영에 대한 마음을 접고 능력 있고 집안 좋은 상사 박미경 대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사귀게 된다. 종현은 집안이 좋지 않다. 그래서 취직을 해야 한다. 경찰 시험을 보며 합격하기를 바라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수영과 동거하며 시험 준비를 하는 종현. 마냥 좋기만 했던 수영과 종현은 거듭되는 불합격에 불화가 시작된다. 한편 상수는 모든 면에서 자신을 압도하는 미경에게 자격지심과 함께 열등감을 느끼고 수영과 종현의 불화에 다시 희망을 품는다. 한 직장에서 오가는 4명의 남녀. 이들은 모두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사랑과 결혼은 다른 것일까? 사랑한다고 해서 모두 결혼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종점이 예전에는 결혼이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결혼은 타이밍이지 사랑은 아니라는 사실. 결혼이 누군가에게는 신분 상승의 그 뭔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씁쓸하지만 이 또한 현실 아닐까? 아름다운 얼굴을 한 수영. 예쁜 얼굴로 남자를 충분히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수영은 그중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그러나 얼굴 하나는 괜찮은 남자 종현을 선택한다. 그렇게 연애하고 사랑하지만 종현에게는 미래가 없다. 처음엔 같이 있는 것, 자체로 행복하지만, 불화가 시작되면서 같이 있는 게 고통이다. 상수는 수영을 좋아하지만, 마음을 접고 능력 있는 미경과 만나고 사랑한다고 믿지만, 그게 과연 사랑이었을까? 결혼은 사랑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어쩌면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끼리 해야 하는 건지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괜찮은 집안과 그렇지 않은 집안.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규직이 되는 건 쉽지 않다. 좋은 대학, 좋은 집안, 좋은 직장. 출발선이 다르니 그들의 격차는 점차 벌어진다. 내 아이들이 어떤 사랑하고 어떤 사람과 결혼할지 모른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지만 나는 굳이 결혼하라 말하고 싶지 않다. 결혼은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어느 정도의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게 싫고,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남의 집 귀한 딸 고생 시키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 사랑만 해서 결혼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사랑이 밥 먹여 주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불같은 사랑으로 그 누구도 사고 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책이지만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아주 현실적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