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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도서] 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저/최고은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20년도 더 된 J건축에서 일했던 사장님(그 당시에는 이사님이었는데 지금은 다른 회사에서 사장님이 되었다)이랑 통화했다. 전 직장의 상사이자 학교 선배. 강남에서 대학 후배랑 점심을 먹었고, 그러다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셨다나? 알고 보니 같이 식사를 했던 후배라는 친구가 나랑 대학 동기였다. 나는 얼떨결에 3자 통화를 했고 기분은 좋았지만,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그 친구는 S설계 소장이 되었다고 한다. 열심히 일한 친구고 능력도 있는 친구니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 친구의 노력이, 열심히 일한 시간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럼 나는 뭘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지금은 뭐. 그 친구와 나의 인생은 다른 방향이니 부러워할 거 없다고, 지금의 내 인생도 괜찮기에 기분 좋게 다음에 한번 보자. 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건축을 전공하고 설계사무소에서 일한 게 길지 않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미친 듯이 일했고, 그래서 그 시간이 가끔 그립다. 다시 그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정을 쏟았던 일. 어쩜 나는 계속 일하지 않기에 그 시간에 더 좋아 보이는 것일 수 있겠다. 지금도 계속 일했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안달복달했을지도^^ 소설책을 읽다 건축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반갑다. 설계하는 사람도, 예술 하는 사람처럼 그 묘한 지랄 맞은 뭔가가 있다. 누군가는 그게 예술혼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어찌 보면 그냥 성질 더러운 예술가, 건축가 일지도. ^^

 

건축사 아오세는 어느 날 의뢰인으로부터 메일을 받는다. 건축 관련 책에 수록된 아오세의 ‘Y 주택을 보러 찾아갔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다는 내용. 아오세에게 Y 주택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자신이 직장과 가정으로부터 실패했다고 느끼고, 현실과 타협하려고 할 때 아오세 당신이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 의뢰를 받았던 것. 처음 건축을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열정을 다해 설계했고 최선을 다했다. 그렇기에 그곳에 의뢰인이 행복하게 살기 바랐는데, 아무도 살지 않다니? 아오세는 망설임 끝에 Y 주택을 찾아갔고, 깜짝 놀란다. 애초에 아무도 산 흔적이 없었다. 다만 2층 창가에 독특한 의자 하나가 놓여있다. 이 의자는 무엇을 의미하고, 이 집을 설계 의뢰한 사람은 모두 어디 간 것일까?

 

설계사무소에서 일했지만 나는 설계 파트는 아니었다. 개발계획실에서 PQ 업무를 담당했기에 출장이 많았고, 그래서 더 즐거웠는지 모른다. 설계해야 하는 강박 혹은 아이디어 고갈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았으니까. 다만 현상설계가 떨어지면 부서 사람들 모두 매달려야 하는 고통이 있었지만 그 당시에 나는 말단 사원이었으니, 특별히 어려울 것도 없었다.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아오세는 자신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Y 주택에 사람이 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설계팀에 있는 사람들은 늘 밤샘 작업을 하고, 그러면서 현장에 나가보기도 한다. 우리 팀이 설계한 건물이 어떤 형태로, 어떤 느낌으로 그 자리에 위치할지, 상상하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아무도 살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설계한 사람 입장에서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 본질적인 문제, 과연 내가 괜찮은 건축사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괴로워할 것 같다.

 

아오세는 의뢰인을 찾는 과정에서 지난 과거와 만나게 된다. 떠돌아다녔던 어린 시절. 그리고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돌아가신 아버지 곁의 누군가.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생각한다. 나의 행동이, 우리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선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악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본의 아니게 피해 입힐 수 있고, 본의 아니게 상처 줄 수 있다는 사실. 내가 아무리 착하게 산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을 피해갈 수 있을지.

 

건축을 전공한 나지만 중간중간 지루하고 재미없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즐겁게 읽었다. 만약 내가 계속 일을 했다면, 나도 설계팀에서 일을 했을려나? 인생에 만약에는 없으니 책으로 그 느낌을 아는 것. 딱 거기까지. 인생을 살면서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 많이 노력한다. 혹 만약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혔거나 은혜를 입었다면, 사과하거나 감사 인사 전하기. 인생 뭐 있어? 사과할 때엔 사과하고 감사 인사 전할 때 감사 인사하기. 그래야 응어리가 없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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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ne518


    자신이 설계한 집에 아무도 살지 않으면,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 무슨 문제라도 있나 하겠습니다 그것보다 다른 문제였다니... 그런 걸 알아가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했겠네요 그런 시간이 있었다는 건 좋은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2022.07.15 00:5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건축관련 일을 하는 사람 중에 자신의 집을 자신이 직접 설계하는 일은 많지 않다고 해요. 대부분 아파트에 사니까요. 저도 나중에 우리 집을 짓는다면 어떤 모습을 할까? 상상해 봐요. 그리고 참고할 것들을 체크하기도 하지요. 그런 날이 온다면 써먹어보게. ^^

      2022.07.18 09:01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평범한 우리네가 이런 책을 읽는거랑은 느낌 완전 다르겠지요.
    미련이 남아서 그리워할 수도 있는게 좋지요.

    2022.07.18 21:53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