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이어달리기

[도서] 이어달리기

조우리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사람과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는 사람이 있다면 기준이 느슨한 쪽이 완고한 쪽을 맞춰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러모로, 모두의 평화, 같은 것을 위해서. (106)

 

아이가 자라면서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괜찮은 어른이 되는 게 쉽지 않음을 알고 그냥 어른이 되기로 했다. 그냥 어른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그런 어른이 된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모르겠다. 나이는 먹고 아이들은 자라면서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그냥 어른도 되기 힘든데 괜찮은 어른이라니. 뉴스에선 매일 시답지 않은 어른들이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친다. 곱게 늙기도 힘든 세상인 것 같아 씁쓸하다. 만약 그 어른이란 사람도 자신이 죽는 날을 받아 놨다면,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한 번이라도 돌아보게 될까?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끝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살아서 하는 저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부디 저를 만나주세요. (책 맨 앞 페이지)

내가 죽어서 하는 장례식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나도 살아생전 이런 초대장을 지인들에게 날려(?) 보고 싶어진다. 물론 이런 초대장을 날릴 수 있다는 건 내 앞의 생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 알 수 있을 때겠지만. 이렇게 초대장을 날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꽤 잘 살았다고 자부하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여기 중년의 여자 성희가 있다. 그녀에게는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서로를 이모와 조카로 칭하며 사는 아이들이 있다. 성희는 중년의 레즈비언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자신의 조카들에게 미션을 수행하면 유산을 나눠준다는 편지를 보낸다. 폐업 위기에 놓은 가게 엘리제를 구해야 하는 사람, 거북이를 돌봐야 하는 사람, 성희의 장례식에 커피를 대접해야 하는 사람, 장례식장에서 성희를 보며 웃어 줘야 하는 사람, 성희의 장례식에 사회를 봐야 하는 사람, 중학생 서퍼 지민이와 하와이에 다녀와야 하는 사람, 배턴 터치해야 하는 사람까지.

 

살아 있는 동안 내가 감사하고 고마워했던 사람들에게 미리 인사하고 하늘로 갈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한 일 아닐까? 내가 없고 난 후의 장례식이 아니라 내가 눈을 보며 인사할 수 있는, 그 과정이 눈물바다가 될지라도 꽤 괜찮은 시간 아닐까? 레즈비언이었던 성희에게 혈연으로 이뤄진 조카가 없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괜찮은 관계의 조카들이 존재함이 신선하다. 그녀가 혈연에 연연하지 않았기에 이들의 관계가 더 쿨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역사에 길이 남길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세상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으면 어떠한가? 나는,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이 세상을 살다 가면 되는 것을. 도움이 필요할 때엔 손 내밀 수 있고, 외면해주길 바란다면 잠시 눈감아 주고, 같이 웃어 줄 사람이 필요하면 웃을 수 있는, 평범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사는. 그런 사람으로 어른이 되는 것 같다.

 

어떤 인생을 살지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인 채로 살기로 했다. 고민한다고 이 세상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우리는, 나는, 그냥 사는 거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ne518


    사람이 죽은 다음에 하는 장례식은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거겠지요 자신이 죽으면 아무것도 모를 텐데... 어디선가에서도 살았을 때 장례식 하는 걸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에서는 그것뿐 아니라 식구도 생각하게 하는군요 피붙이가 아니어도 조카가 되기도 하겠지요 사람은 그렇게 이어가지 않나 싶어요 이어달리기...


    희선

    2022.07.28 02:5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저는 살아있을때 이렇게 장례식을 해도 좋겠구나 했어요. 웃으면서 작별인사할 수 있게요.

      2022.07.31 18:27
  • 스타블로거 매니짱

    살아있는 동안 잘 살아가기 위해서 사는 것 아닐까요? 물론,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면 마음에 잘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

    2022.07.28 08:3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아요. 삶을 되돌아보면 후회할 것도 많지만.. 그래서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2022.07.31 18:28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이름을 남기고 가는 삶이 존중받고 대단하지요.
    그렇지만 그건 극소수이고, 그래서 존중받고 대단하다 칭송하고...
    대부분은 자신과 연관된 관계 속에서 남는 사람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이겠다. 잊혀진 사람이 되겠지만 간간히 기억되는 사람요.

    2022.07.31 23:3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저는 잊혀진 사람도 좋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다가 가니까요. 이름을 남기는 것... 그런 삶도 피곤할 것 같아요. ^^

      2022.08.03 11:5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