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사전적 의미는 1.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보통 실력. 2. 어떤 병이 뚜렷한 특징을 드러내지 않고 일반적인 증상을 나타내는 성질. (네이버 국어사전)이다. 예전의 나는 보통의 삶이 싫었다. 얼마나 개성 없고 특징이 없으면 보통의 인생을 살아가는지, 그게 한심하고 무능력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보통의 인생을 산다는 것이, 평범한 일상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를. 당연하게 받았던 일상의 다양한 것들이, 당연하게 받을 수 있게 노력해 준 누군가의 수고가 있음을, 그래서 감사해야 함을. 우리네 인생에서 누가 ‘보통’의 기준을 정한 것일까? 4인 가족에, 양쪽 부모님이 계시고 아파트에 살며 아무렇지 않게 한 달에 한두 번은 외식하는 정도? 이게 보통일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우리의 인식이나 생각은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열여덟 노을이는 악세사리 공방을 운영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노을의 엄마는 열일곱에 노을을 낳았다. 가뜩이나 동안인 엄마에게 열여덟의 아들이 있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노을은 요즈음 생각이 많다. 서른 중반의 엄마를 5년 동안 짝사랑해 온 연하의 남자. 그 남자는 노을의 절친 성하의 오빠 성빈이다. 성빈이 형을 좋아하지만, 그가 아빠가 된다? 엄마는 성빈을 밀어냈지만, 계속된 성빈의 기다림에 마음이 흔들린다. 마음이 흔들리는 게 노을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한다. 노을은 엄마가 재혼하는 걸 막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게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연하의 남자, 그것도 자신의 절친인 성하의 오빠라니. 왜 평범한 사람이 아닌 건지. 이런 노을의 생각을 성하가 나무란다. 노을. 네가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은 누구냐고. 이런 혼란한 상태에서 친구 동우는 노을에게 접근해 오는데...
최선을 다해 평범하게 살고 있다. 평범하게 사는 것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보통의 삶. 중간의 삶은 또 얼마나 힘든 것인지. 지긋지긋했다. 평범한 삶도, 보통의 삶도, 중간의 삶도. 왜 이렇게밖에 못 사는 것인지 화가 나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내가 가진 평범하고 보통이고 중간 어드메인 그 삶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보통이라는 것. 누군가 정해 놓은 보통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의 정답은 없다. 내가 만들어가는 삶의 정답이 있을 뿐. 나에게는 정답일 수 있는 게, 모두에게 똑같은 정답은 될 수 없다. 그러니 누군가 만들어 놓은 정답에, 보통이라는 틀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시선에 힘들었을 노을과 노을의 엄마. 그들에게 꽃길이 이어지기를, 스스로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기를 기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