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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의 죄

[도서] 무죄의 죄

하야미 가즈마사 저/박승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정말이야. 난 장래에 대해 상상이 잘 안 돼. 왠지 무서워. 미래를 그려보는 게 (126)

 

아이가 어릴 때, 습관처럼 넌 뭐가 되고 싶어?’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세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아이는 자동차회사 사장님이 되고 싶다거나, 아이언맨이 되고 싶다거나 혹은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는 다소 황당한 대답을 했다. 그 황당한 대답이 재미있어서 물어봤던 것 같은데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는 묻지 않는 게 예의(?)라고 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인생은 옆에서 어떻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가는 것이기에. 그런데 자신의 장래에 대해 상상할 수 없고, 미래를 그려보는 게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세상이 시끄럽다. 20대 여성이, 헤어진 옛 애인에게 원한을 품고 옛 애인의 집에 불을 지른다. 남자는 살았지만, 남자의 아내와 두 아이는 죽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다나카 유키노는 사형 선고를 받는다. 세상은, 언론은 이 여자를, 악마 같은 여자를 당장 사형시키라고 난리다. 하지만 당사자인 다나카 유키노는 한마디 변명도, 반성도 없다. 그녀는 정말 희대의 살인마일까? 아니면 억울한 사건의 희생양일까? 그녀의 가족, 학교 동창, 그리고 옛 애인의 친구와 동네 주민, 담당 의사와 교도관까지, 유키노를 아는 사람들의 증언이 이어진다. 그리고 증언과 고백에서 무서운 진실이 나타나는데...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은 버려진 사람이라고 인식하며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언제 어떻게 버려질지 모르고, 자신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상태.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니고 없으면 존재조차 알 수 없는. 그래서 자신에게 누군가 손 내밀면 그 사람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세팅되는 것. 한두 번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버려지고 난 뒤, 자신의 마음을 열었던 사람에게 집착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그 사람이 천하의 나쁜 사람이고, 자신의 마음을 이용해 먹는 게 눈에 보일지라도, 버려지지 않으려면 받아들여야 하는 삶. 그런 삶을 사는 여자의 마음은 또 어떤 심리일까?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고, 지킬 사람 또한 없으며, 사는 게 지옥인 사람에겐 삶을 마감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죽을 자신이 없다면? ‘나는 나의 사형을 원합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여자의 마음이 마지막엔 이해가 돼서 먹먹하다. 세상엔 좋은 사람이 더 많다고 믿고 싶지만, 때론 악마 같은 부모도, 친구도, 어른도, 아이도 많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죽이는 가장이나, 자신의 아빠를 죽이는 아내와 아들도 있다는 뉴스를 보면 그들에게 삶은, 인생은 어떤 색이었을까?

 

인간과 자신의 운명에게 조차 버림 받은, 그래서 삶 자체가 단념에서 시작해 단념으로 끝나는 인생이라니. 책을 내려놓고도 그녀의 인생이 안타깝고 아파서, 그녀가 살았을 짧은 인생의 시간이 고달파서, 아픈 책이다. 혹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아픈 인생을 살고 있는, 하지만 내색할 수 없는 청춘들이 있지 않을까? 아픈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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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단 하나 따듯함이었던 남자였던가 봅니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집착하다가 스스로가 생의 파멸을 향해 행하고, 그렇게 죽어가나 봅니다.

    2022.11.14 22:0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여자의 삶이 너무 슬퍼요. 남자 덕분에 마음의 문을 열었는데 그 남자가 이별을 이야기 하니..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지요.

      2022.11.15 09:18
  • 스타블로거 ne518


    다른 사람한테 기대기보다 혼자여도 괜찮다고 여기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것도 쉽지 않겠지만... 엄마가 죽지 않았다면 삶이 많이 어긋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텐데... 다른 사람보다 스스로가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희선

    2022.11.17 04:4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부모의 존재가 그래서 아이들에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결국에 혼자가 되겠지만 마음이 단단하게 여문 것도 아닌데 혼자가 되어 버린 여자 아이는 힘들 듯 해요

      2022.11.21 09:2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