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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도서] 다이브

단요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어쩌다 보니 연속해서 기후 위기 관련 소설을 읽게 되었다. 상상만으로도 이런 세상이 오는 게 무섭고 두렵다. 만약 나는 이런 세상이 오면 어떻게든 살기 위해 무엇이든 하게 될까?

 

2057년의 서울. 이곳은 예전의 서울 모습이 아니다. 세계의 얼음이 모두 녹자 높은 곳을 제외한 모든 곳은 수몰된다. 사람들은 물에 잠기지 않은 꼭대기를 찾아서 삶을 이어간다. 선율은 노고산을 중심으로 물속에서 옛날 물건을 건지는 물꾼이다. 선율은 남산 물꾼 우찬과 싸운 후 누가 더 멋진 물건을 물속에서 가져오는지 내기를 한다. 선율은 서울 어느 빌딩에서 인간과 똑같이 생긴 기계를 건져 올라오고, 인간과 똑같이 생긴 기계 인간을 깨워보기로 한다. 배터리를 끼우니 기계는 자신을 수호라고 말한다. 수호는 원래 인간이었지만 죽기 전에 뇌를 스캔해 기계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만들었다. 선율과 이야기를 하다 수호는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자신의 마지막 기억과 물에 잠길 때까지 사 년의 공백이 있다는 것. 이 공백은 어떤 이유 때문에 생긴 것일까? 그리고 또 하나. 경이 삼촌과 수호의 관계. 수호와 경이 삼촌은 물이 잠기기 전 어떤 인연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에 대해 침묵한다. 수호는 선율에게 자신의 기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단서를 찾기 위해 물속에 잠겨 있는 병원, 살던 아파트 등을 찾기 시작하는데..

 

삶은 어떤 식으로든 끔찍했지만 어떻게든 계속되기도 했고, 둘 사이에는 절묘한 균형이 있었다. 당장에라도 모든 걸 끝내 버릴 것처럼 진저리를 내다가도 결국에 내일을 마주하는 균형이. 거기에 이름을 붙이지는 않기로 했다. 그게 희망이든 타성이든 이제는 아무 상관없었다. (145)

 

이 책은 분명 기후 위기 소설이지만 그것보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건 기계 인간이 된 수호와 엄마의 관계다. 다시 태어나(?) 기계 인간이 된 수호는 아프지 않고 건강해진 자신의 몸에 처음에는 반긴다. 하지만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하는 수호는 혼란을 겪고 사춘기 소녀처럼 방황한다. 이런 수호의 모습을 보며 엄마는 불만을 표한다. 아프지 않은 몸이 되었고, 부모가 돈도 많으니, 무기력하지 않고 뭔가 괜찮은(?)일을 해주길 바랐지만, 수호는 아니었다. 항상 웃고, 씩씩하고, 엄마의 말을 잘 듣는. 화도 내지 않고 싫증도 내지 않는 햇살 아래에서 언제는 빛나고 반짝이는. 그래서 한결같을 것.

 

사람이 한결같을 수 있을까? 그것은 딸의 기능이 아니었고, 사람의 기능도 아니었다. (144)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는 자신을 기계 인간으로 만들었다. 코드를 고쳐서 버그를 수정하듯 좋은 것만 받아들이도록 그렇게 만드는 것. 착한 딸 기계가 오작동을 시작하는 것.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자신의 의사대로 행동하기에 인간인 것은 아닐까? 부모의 말에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예스만 외치는 아이. 그게 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반항하는 딸을 견딜 수 없는 부모. 그래서 기계 인간을 만들었던 것일까? 언제든 반항하면 또 다른 기계를 딸로 삼는?

 

물에 잠긴 서울도 무섭지만, 부모의 입맛대로 자식을 만들 수 있는 기계 아이라는 것. 그것도 무섭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미친 듯 사춘기를 지나온 내 아이들. 그 시간이 꿈같았다고, 거짓말로도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를 보면서 누구보다 힘들었고, 눈물이 많지 않은 내가 많이 울었다.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다양한 행동에 뜨아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큰 소리가 날 뻔했지만 참을 인을 생각하며 참았다. 다섯에 한 번은 큰 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아이가 예스맨이기를 바라진 않는다. 한결같은, 부모의 뜻대로 움직이는 자식이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닐까?

 

삶과 죽음. 모두를 경험한 수호에게 지금 현재는 삶일까? 죽음일까? 인간의 삶은 고여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들은 흐르기를 택했던 것은 아닐까? 그 삶 안에 고통이 있고 아픔이 있고 좌절이 있을 수도 있지만 웃음도 희망도 있다. 그렇게 사는 거다. 삶이라는 것은.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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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ne518


    사람은 자기 생각이 있고 살고 싶은대로 살아야 하는데... 부모와 아이는 그저 같은 사람일 뿐인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네요 부모도 그렇지만 자식도 부모를 사람으로 생각하면 좋겠네요 그게 좀 어려운 일이기는 하겠지만...


    희선

    2023.01.12 02:5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이책. 생각보다 좋았어요. 인간이란 무엇이고 부모와 자식은 또 무엇인지. 솔직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23.01.1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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