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란 참 이상하다. 오랜 시간 만나 우정을 키웠다고 생각한 사람이 뒤통수를 칠 수도 있고, 만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곁에서 위안이 되고, 위로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친구라는 단어가 참 묘하다. 따뜻한 느낌과 감사한 느낌이 들면서도 때론 가까이하기 힘든 관계의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상대를 친구라 생각하지만, 상대는 나를 친구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친구란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내 주변엔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 같은 사람이 존재하고, 곁에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와카타케 나나미다. 나나미는 직장을 그만두고 짧은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나나미가 열차에서 만난 화려하고 강한 인상의 ‘그녀’와 하루를 보내게 되고 집으로 돌아온 나나미는 열차의 그녀를 잊고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서 전화가 오고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지내자는 제안을 받는다. 나나미는 얼떨결에 함께 보내자고 대답을 했고, 며칠 후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만, 그녀의 가족은 그녀가 자살 기도를 했고, 지금은 의식이 없다고 말한다. 전화 통화를 한 날 그녀가 보낸 수기가 나나미에게 도착한다. 수기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나나미는 하루를 같이 보낸 그녀를 위해 진실을 밝히기로 마음먹고 사건을 알아가기 시작하는데.. 나나미는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남자들의 직장생활도 힘들겠지만, 여자들의 직장생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같은 일을 하지만 승진이나 연봉 협상에 자유롭지 못하고, 사내 연애를 하게 되면 남자보다 더 눈치가 보인다. 나는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남의 말을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어서인지, 직장생활을 즐겁게, 재미있게 했다. 상사도 좋은 분이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았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걸로 인해, 일하는 것에 지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딘가에선 이런 일로 힘든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겠지? 더군다나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 그래서 누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넘치는 곳이라면 더욱.
결벽증이 있는 부모 밑에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 한쪽에 결핍이 가득한, 그래서 타인을 결핍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고 싶은 사람도 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진짜 자기 생각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기에 진짜 친구가 하나도 없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의 잘못을 알지만 믿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또 다른 희생자가 있음을 안 사람도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처음부터 알았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가능하면 사람들과 큰 무리 없이 잔잔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잔잔하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친구라는 것도, 관계라는 것도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것보다는 그 자체로 놔두는 것.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 사람에 집착하지 말 것.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자. ^^ 이 작가의 책은 ‘불온한 잠’을 읽었었는데 기회가 되면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