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도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정희재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나에게는 지금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강박하나가 있다. 하루 24시간. 누가 어떻게 평가하든 간에, 스스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 그 자체를 참지 못한다. 하루라도 그런 시간을 보냈다면, 그 다음 날 나는 내 자신을 볶기 시작한다. 어제보다는 더 열심히, 시간을 낭비한 그 시간만큼 더 치열하게 살기를 나 자신에게 주문했다.

 

그런 내가 조금이나마 변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를 키우면서였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지금도 내가 아이를 잘 키운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또 하나의 우주를 내 마음에, 이 사회에 내놓다는 의미였다. 그런 의미를 아무 준비 없이 시작했고, 키우는 내내 수많은 생각의 별들과 충돌했다. 세상이라는 지구와 동떨어져 안드로메다에 아이와 함께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라고 할까? 치열하게 살았던 20대 보다는 시간이 있었지만, 결코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사용할 수 없었고,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아이들은 사고를 쳤다. 어쩌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려고 아등바등 거렸다. 그러니 몸도 마음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짜증이 늘어만 갔다. 그 짜증의 폭발하기 일보 직전 일 때 남편은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 넌 그 자체를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우는 것.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제발 뭘 하려고 자신을 들볶지 마. 너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손해야. 그리고 시간을 즐겨. 그래야 네가 아프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우는 것. 그리고 비워야만 채울 수 있다는 것. 그 말 자체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누구도 나에게 비우라고 얘기 하지 않았다. 무조건 열심히 살고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것. 열심히 살라 얘기해준 사람은 많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우라는 얘기를 해준 사람은 없었다. 이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을 보기도 했고, 마냥 잠을 자기도 했고, 책만 읽기도 했으며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음악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내 자신을 볶지 않으니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그렇게 힘들어했을 그때. 이 책을 만났다면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이 사회가 원하는 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과연 우리는 행복할까? 10년 전, 아니 20년 전 우리보다, 지금 우리는 행복한 것일까? 이 책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온 우리의 삶 앞에 이젠 좀 쉬라고 이야기 한다. ~~~~~하라고 말했던 시간을 무시하고, ~~~~ 하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 한다. 이렇게 많은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힘이 난다. 하루쯤 ~~~ 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 세상을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니 더 크게 웃을 수 있다. 맞아. 하지 않는다고 이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도 내 인생의 대세에 큰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야.

 

그냥 푹 쉴 권리, 욕망에 끌려 다니지 않을 권리, 사랑받으려 애쓰지 않을 권리, ‘더 노력해라’라는 말을 거부할 권리, 돈 없어서 기죽는 순간을 쿨하게 받아들일 권리, 심심할 권리, 고전에 짓눌리지 않을 권리, 돈벌이가 안 되는 일을 해 볼 권리,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생각하지 않을 권리, 낙담하지 않을 권리

 

이 얼마나 가슴 뛰고 위안이 되는 권리 인가? 저자가 말한 권리 말고도 나는 나만의 권리를 생각하고 만들려고 한다.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권리, 음악을 들을 권리, 하루 종일 무엇을 하든 간섭받지 않을 권리, 하루 종일 만화책을 볼 권리, 마음가는대로 행동할 수 있는 권리, 아무 버스를 타고 어디서든 내릴 수 있는 권리, 잠만 자도 되는 권리, 맘껏 춤추고 노래 부를 수 있는 권리..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 그런 권리들을 만들고 하루쯤은 나에게 그런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다. 내려놓아서 마음이 편해질 것들. 이젠 다른 사람의 시선쯤은 무시하고 내려놓고 싶다. 내 인생은 누군가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용기. 나는 오늘 그런 용기와 마주 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만약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지워 가다 보면

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 드러나겠지.

피로에 젖도록 몰아세우며

얼마나 오래 ‘되어야 할 나’를 쫓아왔던가.

 

게으르거나 방종하지 않으면서

집착하지 않되 무심하지 않으면서

나답게 사는 길이 있을 테니

모든 해야 할 일들, 책임감, 의젓함을 잠깐 내려놓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요히 있고 싶다.

 

그래도 괜찮다.

너무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별일 일어나지 않는다.

공기처럼 가볍게, 햇살처럼 맑고 빛나게,

재밌고 신나게 오늘을 산다면

그게 바로 위대한 성공인 것을. (228-229)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금비

    저도 그래요^-^
    집 안치우면 어때, 내가 늦잠 좀 자면 어때, 애에게 밥이나 간식 몸에 안좋은 거 먹이면 어때.
    그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거든요. 남편분 멋져용! 근데 남자들은 자기 중심적으로 원래 잘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울 남편도 저런 말을..왜 그렇게 허둥대냐고, 급하냐고...남편의 느긋함이 미웠거든요. 낮잠도 자고 집도 치우지 않고...근데 이젠 같이 안하니까 그냥 속편해요 ㅋㅋㅋ

    2012.11.15 11:4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저는 좀... 가만히 있지 못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피곤해요. ㅠㅠ
      그나마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사람들이 저를 보면... 힘들어해요.
      너무 바쁘게 산다고..ㅠㅠ 그래도 남편 덕분에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남편은 많이 느긋하거든요... 그나마 닮아가고 있어서 다행이랍니다. ^^

      2012.11.17 21:02
  • 옥이

    저 아직 이 책 못 읽고 있는데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그냥 푹.. 쉴 권리.. 언제 누려보나요. ㅎㅎㅎ

    2012.11.15 18:1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이 책 좋았어요 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다 여유롭고 싶다고나할까?
      이런 저런 핑계(?)가 생긴 것 같아 좋아요 ^^

      2012.11.17 21:03
  • 스타블로거 파란토끼13호

    아무것도 하지않는다는 말은 모순이 있는것 같아요.잠을 자든지 명상을 하든지 뭔가는 하겠지 아무것도 안하는것은 아니잖아요.가치 있는 일을 하지 않을때를 말하는 걸까요? 예전에 녹음을 지운다는것도 결국은 소리가 없는것을 녹음하는것 이더라구요.

    2012.11.15 18:4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ㅋㅋ그럴수도 있겠네요. ^^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이 세상에 가치없는 일은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흔히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잖아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암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어도... 저는 좋아요. 일단 휴식은 사람을 편안하게 하니까요.. ^^

      2012.11.17 21:11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