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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도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신현림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계절 탓 일까?

이런 날에는 외갓집의 뜨끈한 온돌이 생각난다.

외갓집에는 큰 아궁이가 3개 있었다. 3개의 아궁이에 볏 집과 나무 장작을 떼면 안방의 아랫목은 절절 끓었다. 그 아랫목에 앉아 할아버지가 구워주신 고구마에 얼음 살살 낀 동치미를 먹었다. 외갓집의 안방에는 한지로 만들어진 조그만 창문이 있었다. 아랫목에 앉아 그 한지 창문을 열고 눈 오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것. 그때만큼은 아무것 하지 않아도,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세상이 온전히 내 것 같았다. 조그만 창으로 보이는 세상은 아무것도 없다. 주변엔 드물게 집이 보였고, 논과 밭이 있었다. 우물이 있었고, 동네 강아지와 개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간간이 들리는 소들의 음매 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사부작 떨어지는 눈의 움직임.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그 모습이 아름다워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다. 이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의 내 기억들...

 

이런 날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 지금 우리 집에는 절절 끓는 아랫목도 없고, 그때 먹었던 고구마의 진한 맛도 없다. 창문을 열고 바라보는 풍경도 그때와는 다르다. 하지만 이렇게 바람 불고, 찌뿌드드한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 밥 한 끼 먹지 않아도, 좋아하는 책 뒤적이지 않아도, 하루 정도 씻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 하루 종일 누워 있어 허리가 아파도, 그 방바닥에 엑스레이를 찍고 있어도, 괜찮은 그런 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다.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는 모양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나에게도 분명 그런 날이 있다. 하지만 그런 날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그 자체를 게으르다,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산다, 혹은 계획 없이 산다라는 잣대를 가지고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주입시킨 것은 아닐까?

 

우울증은 세 가지 부정적인 감정에서 비롯된대요.

1. 아무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듯한 고독감.

2.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패배감.

3. 희망이 없는 절망감. (49)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 (167)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때론.. 그 마음을 존중해주는 것은 어떨까?

하루 종일 창밖을 바라보며 멍 하니 앉아 있어도, 하루 종일 방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아도, 하루 종일 한쪽 벽을 바라보며 앉아 있어도 괜찮다고 자신에게 위로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에 뭔가를 꾹꾹 담아 눌러 담지 않아도, 그 마음이 채워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늘 채우는 것에 급급했다면, 오늘은 비우는 것에 마음을 쓰면 어떨까? 이런 날에는 오로지 나를 사랑해주고 좋아해주면 어떨까? 오늘은... 나를 사랑하기 딱 좋은 날.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나를 사랑해 달라, 나를 바라봐 달라 징징거리지 않고 내가 나를 사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나를 사랑하기 딱...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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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엔, 그저 침대에서 비비적거리다가 거실에서 하릴없이 있는 것.
    그런 날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날엔 그저 가만히 있는것 밖에 도리가 없을것 같아요. ^^

    2012.11.29 09:2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아요. 저도 그런 날에는... 집에서 시체놀이 하고 싶어요.
      아이들 없이 혼자 있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 않아요...
      혼자인 시간에는 무조건 시체놀이. ^^

      2012.11.30 16:00
  • 스타블로거 키드만

    그런 날이 정말 있어요...
    전 날씨가 꾸물거리면 정말 뜨끈한 아랫목 이불속에 누워서 종일 만화책만 봤으면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옆에 부침개가 있으면 더욱 좋구요... ^*^
    가끔 그렇게 비워줘야 또 채울 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예요... ^*^

    2012.11.29 11:5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ㅋㅋ 맞아요.. 만화책 보는 날에는 더 그래요. 예전에는 만화책을 20-30권 한번에 빌려서
      동생이랑 같이 주구장창 만화책만 보던 날도 있었어요.
      먹는 것도 잊은채... 지금은 그냥 추억일뿐이라니까요 ^^
      그런 날 부침개 먹으면 더 대박인뎅.. ^^

      2012.11.30 16:02
  • 파란하늘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지요.
    기운도 없고 몸은 천근 만근이고..그냥 누워서 버틸 때도 있지만 좋은 사람과 외출해서 맛있는 것 먹고 쇼핑하고 영화나 연극 한 편 보면 개운해지지요.

    2012.11.29 14:4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그쵸? 저만 그런건 아니지요?
      헤헤... 외출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은... 집에서 시체놀이 하는 것도 좋아해요.
      아이들때문에... 이젠 그런 시간도 만들기 힘들지만요 ^^

      2012.11.30 16:04
    • 파란하늘

      저도 시체놀이 정말 좋아합니다. 자꾸 그러다보니 시체가 될까봐 누가 나가자고 하면 얼른 나갑니다. ㅎㅎ

      2012.11.30 17:22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ㅋㅋ 맞아요. 너무 시체 놀이 심하게 하면... 나가기 싫어지지요 그때는 누가 나오라면 하면.. 바로 나가줘야 합니다 ^^

      2012.12.01 11:2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