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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대모험

[도서] 원더랜드 대모험

이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내가 언제 잠실에 있는 OO월드에 가 봤는지...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중학교 때 소풍이라는 이름으로 가 본 기억은 나는데 언제가 처음인지는 모르겠다. 놀이기구를 좋아하지 않았던 탓에 나는 무슨무슨 랜드가 생겼다고 해서 기대하거나 가보고 싶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 당시 OO월드가 생겼을 때 기억나는 것은 실내에 놀이기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서울시내에 있다는 것이 크게 화제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바이킹이라는 놀이기구와 청룡열차가 어떻게 실내에 있는지 상상할 수 없었는데 그곳은 그 모든 것이 실내에 있었고 귀여운 캐릭터인형과 화려한 옷을 입은 무용수들의 춤이 장관을 이루었다. 처음으로 자유이용권이라는 말도 들어봤고, 그 이용권이 있으면 그 많은 놀이기구를 자유롭게 탈 수 있다는 매력도 있었다. 또한 실내에 있는 아이스링크라니..

 

강남과 강북을 자로 잰 듯 자르기 시작했고, 돈이 없다면 가 볼 수 없는, 자본이라는 논리가 서서히 수면위에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나이키라는 운동화가 아이들 사이에선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메이커 신발. 교복을 입지 않았던 세대였기에 아이들은 옷차림이 부의 상징처럼 떠오르기도 했다. 피자와 햄버거가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한 그때..

이번에 만난 책은 그 당시의 내 모습, 그 당시의 우리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80년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투쟁,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 심장병으로 아파하던 아이들을 치료해준다는 심장 재단, 그리고 아이들이 한 번이라도 가보고 싶어 했던 OO월드...

 

승협이는 중학교 3학년이다. 부모님은 모두 공장에서 일을 하고 공장의 부당한 대우에 저항한다. 승협이의 두 살 어린 여동생은 선천적 심장병으로 학교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집에만 있는 여동생은 검정고시로 중학교 졸업을 준비하지만 승협이는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산다. 달라지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품고 살지도 않는다. 여기저기 아파트가 올라서고, 잘사는 친구와 못사는 친구들의 구분이 생기기 시작한다. 부반장 집에 놀러가 보물왕국이라는 만화책을 보다 원더랜드 자유이용 응모권을 발견하고 몰래 그 부분을 가지고 온다. 그리고 최종 35명안에 이름을 올려 원더랜드 하루 이용권을 받게 된다. 원더랜드는 승협이가 생각하는 꿈의 랜드 일까?

 

아이들이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가 엄마 어릴 때는 이러이러 했는데 넌 왜 환경이 좋은데도 공부를 안 하니? 라고 했던가? 하긴 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닌 나도 그런 말을 좋아하진 않았으니까... 이 책은 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닌 부모와 지금의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80년대 개발풍경, 당시의 집권 세력, 그리고 심장병 소년 소녀 돕기로 대변되는 기금운동과 노동현실이 어렵지 않게 잘 버무려져 있다. 무조건 아이들에게 뭘 하라 강요하지 않고, 같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와 지금의 시대상황 그리고 문제점을 이해하고 이야기 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부모인 내가 읽어도 생각할 거리가 많고, 아이들과 이야기할 주제도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고,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이 있다. 공장에서 노동 운동을 하는 부모는 딸아이의 심장병 수술을 해 줄 수 없다. 천만 원이라는 돈은 승협이네가 죽었다 깨어나도 구할 수 없는 돈이기 때문에. 엄마는 그래서 머리가 벗겨진 대통령의 부인이 재단 이사로 있는 한국 심장재단에 열심히 사연을 보낸다. 그리고 어느 날 동생 은경이가 그 재단이 주는 혜택 즉 수술비의 80%를 지원 받게 된 것이다. 이백만 원은 한 번 죽었다 깨어나면 구할 수 있는 돈이란다. 그리고 엄마는 데모를 하지 않겠다 이야기 한다. “그...... 정부에서 나 하는 일 알아내서 지원금 취소하도 하믄 큰일 나지 않겠어요? 나라도 미리 그만둬야지. 당신은 나랑 다르게 유식한 양반이니 내 몫까지 열심히 욕하고 투쟁해 주면 될 거 아니유.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나한테는 병든 새끼 목숨 살려주는 양반이 곧 하느님이고 부처님이요. ”

 

누가 이 엄마를 욕하고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이성으로는 같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슴은, 마음은 또... 이 엄마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나도 평범한 소시민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 꿈이라고, 이상이라고,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원더랜드. 과연 지금 우리 시대에 우리에게 맞는 원더랜드가 있는 것 일까? 모래성 위에 높은 빌딩을 지어 놓고 그게 무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 혹 우리는 아닐까? 환상을 만들어 놓고 그 환상이 깨지지 않기를 바라는 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나,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나 다 같이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환상이 깨짐과 동시에 내 삶까지도 부정하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추억과 함께 내 삶을 뒤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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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떼

    부모, 아이 모두 생각하고 이야기 꺼리가 많은 책인거 같아요. 자식을 위해서 자신들이 지켜오던 사명까지도 한 발 뒤로 미루어야하는 현실...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네요.

    2012.12.07 15:4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그래서 되게 슬프더라구요. 자식을 살려주는 것이 나에게는 하느님이고 부처님이라는 말이.. 아마 모든 부모는 그렇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아프네요

      2012.12.08 16:57
  • 아름다운그녀

    지극한 모성 앞에 무슨 이성과 논리가 필요할까요.
    자본에 짓눌린 약자의 비명을 전하는 문학작품이네요.
    문학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때 가장 약자인 입장을 대변하는 게 필요하다고 늘 생각합니다. 꿈에 날개를 달자, 님의 리뷰에는 지나간 추억과 진정성이 깃들어 있네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리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2012.12.07 20:1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그게 그렇게... 씁쓸하더라구요. 자본에 짓눌린... 약자들은 그래서... 또 투쟁하지 못하고 그자리에... 눌러 앉는 것은 아닌지... 넘 넘 아프더라구요.
      나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고 이 아이들의 세상은... 더이상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왠지 더 아플 것 같은 세상이 될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더라구요.
      잘 지내시지요? 이렇게라도 인사할 수 있어 참 좋아요 ^^

      2012.12.08 16:59
  • 파란토끼13호

    그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줘야할텐데 보통 사람들은 귀담아들어 주지 않더라구요.슬픈세상이죠.

    2012.12.07 20:5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엄마들은 모두 비슷하겠지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이 세상이 더 좋아지면 좋겠는데 더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어요.

      2012.12.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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