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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1

[도서] 지식 e 1

EBS 지식채널 e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아이와 함께 방학동안 읽을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 책을 빼들었다. 우선 내가 먼저 읽고 나서 권해야 할 것 같은 느낌으로 이 책을 뽑긴 했지만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은 왜 일까? 어떻게 보면 어른들의 추악한 모습을 애써 감추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이젠 이 아이들도 바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지금 잠시 눈을 가린다고 이 세상의 아픔들이, 혹은 상처들이 치유될 수 없다. 내가 살아 숨 쉬는 지금 현재. 이 현재를 맞이하기 위해 지난 역사는 눈물을 흘렸고, 세계 다른 나라에서는 많은 이들이 죽었다. 아니. 우리나라. 우리 영토에서도 아픔이 산재했었지. 하지만 피해자가 영원한 피해자는 아니 듯 어느 순간 우리나라 사람들도 누군가의 가해자가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의 장점은 길지 않고 지루하지 않다. 더 알고 싶고, 더 깊게 파고들고 싶다면 독자가 알아서 찾아 읽으면 된다. 아직 고루하고 어렵다 생각하는 사회전반의 일들을 간략하지만 알아야할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관심이 더 폭넓은 책읽기로 이어지리라 나는 믿는다.

 

모두 4개의 꼭지로, 그 안에 10개의 주제가 있다. 구분하기, 밀어내기, 기억하기, 돌아보기. 간단한 것 같지만 간단하지 않은 주제이고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읽는 내내 두 손을 불끈 쥐고는 펼 수 없었다. 거대한 제국(?)에 의해 우리도, 다른 나라들도 짓밟히고 깨지지만 함부로 대들(?) 수 없는 상황이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다. 이렇게 조그만 나라. 거기다 허리 반쪽이 갈린 우리나라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권력에, 힘에 기대는 것뿐일까? 힘 있는 자에 아부하고, 힘 있는 자에 빌붙어 자자손손 부귀와 영화를 일궈나가는 것. 그게 과연 행복한 삶일까?

 

지식이라 함은, 책에 나온 감정이 배제된 딱딱한 사실들이다.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명쾌한 문구. 하지만 우리는 지식이 아닌 지혜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앎의 진실. 어떻게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겉과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혹자들은 싫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 북한은 나쁜 나라 혹은 늑대나 도깨비들이 가득한 곳이라 배웠고, 미국은 좋은 나라. 우리에게 한 없이 이득(?)을 주는 나라라고 배웠으니까. 감히 그런 나라에 대적(?)하고 반대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의 추악한 뒷모습을 알아가고 발견하면서 지식이라는 것, 그리고 학교 교육이라는 것에 화가 날 때가 있다. 제대로 된 목소리로 이야기 하지 못하는 현실. 그래서 이런 책들이 나와 줘야 하는 모양이다. 어떤 사람들은 말할지 모르겠다. 그 책 또한 한쪽의 목소리 일지 모른다고. 한쪽의 목소리라도 좋다. 판단은 독자가 하는 거니까.

 

많은 이야기들이 나를 화나게 했다. 그중 몇 가지를 언급해 보고자 한다.

가진 게 많아서 가난한 땅 아프리카 : 아프리카 전역에서 끊이지 않는 내전은 실상 부족, 인종갈등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풍부한 천연자원 때문이다. 탈냉전 이후 풍부한 천연자원의 통제권을 차지하기 위한 군벌들 간의 이권전쟁 성격이 짙다.

핵무기 보다 무서운 쌀 : 한국은 식량자급률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에서 최하위이며 프랑스 222%, 영국 125%, 스웨덴 103%, 이탈리아 80%, 스위스 5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식량자급률이 40% 안팎인 일본의 경우에도 4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지만 과연 우리나라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70만 600원. 최저임금?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임금 : 2년 이상 고용된 계약직은 자동 정규화 된다고 이야기 하지만 실상 정규직으로 되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2년이 되기전 기업에서는 이들을 다른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며 소득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중간층이 줄어들고 상위층과 하위 층의 규모가 늘어나는 전형적인 소득양극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지만 누구 하나 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 롬, 사람 혹은 순례자 : 집시, 보헤미안, 치고이너, 히따노, 그리고 스스로를 롬이라 부른 사람들. 낯선 이방인들, 더럽고 퇴폐적인 떠돌이들, 유럽에서 집시의 옷과 언어와 관습은 불법. 그들은 이유 없이 생매장되거나 돼지 한 마리 값에 노예로 팔렸다. 집시라는 이유로 유전적으로 해로운 민족이 된 사람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알았는가?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들. 하지만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이 지구를 통 털어 얼마나 될까? 우리는 분명 대단한 민족임에는 틀림없다. 일제 식민지와 전쟁을 겪으면서 이 땅의 황폐함을 맛보았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이만큼의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부의 축적과 정신적 부의 축적이 비례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가 사람이고, 우리가 인간일 수 있는 이유들. 우리나라만 변한다고 이 세계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원한 승자가 없는 것처럼,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것을. 지구가 둥근 것처럼 세상의 일들은 때론 부메랑이 되어 나의,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도 알면 좋겠다. 그들의 아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아픔에 눈감고 귀를 막는 게 아니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품는 것. 우리가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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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후안

    리뷰를 보니 애들이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내용들이 많이 있네요.. 이건 아마도 애들을 위한 책이 아닌 우리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 보입니다. 세상이 눈에 보이는것이 전부가 아닌 그 이면에 감춰진것을 바라볼수 있는 시각을 갖게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2012.12.17 16:2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그렇기는 한데요.. 같이 읽으면서 현 세상을 이야기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책이 어린이 용으로도 나와요. 그 책은 아이들 용이라 좀 편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외면하게 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감춰진 이면을 아는 것. 그것도 해야 할 일 같더라구요 ^^

      2012.12.18 09:02
  • 파란토끼13호

    우리나라가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남미의 가난하고 불우한 나라가 아니어서 다행이기는하나 항상 불안하다.우선은 식량자급률이 너무 낮고 소득분배가 아직도 균등하지않다는점이죠. 짧은기간에 큰성장을 이루기는했지만 빈부의 격차는 자꾸 벌어지고 신종 양반과 천민이 생기고 있어요.

    2012.12.17 18:0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아요. 그곳에 태어나지 않은 것.... 어쩜 너무도 감사한 일인데... 그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그들은 왜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 가난할까? 누가 그러더라구요. 우리나라도 만약... 자원이 많았다면... 그들과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빈부의 격차가 더 벌어지네요. 그래서 새로운 신분이 생기고 있구요... 그래서 아프네요.

      2012.12.18 09:04
  • indiaman

    지식이면서 우리의 현실이네요. 점점 불평등해지는 세상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들어야하는데 이런 지식들이 그런 일에 일조를 하지 않을까합니다.^^

    2012.12.17 22:1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아요. 우리의 현실이자 우리가 무시하면 안되는 현실이지요.
      자유국가인데...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건 비단 저 뿐일까요?

      2012.12.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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