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들 학교에서 학부모가 선생님을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 학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 때문에 고소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는지 모르겠지만 생각해 본다. 과연 학부모와 선생님은 서로에게 서로의 인권을, 인간의 존엄함을 지키고 있었던 걸까? 사실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지키지(?) 말아야 할 사람들의 인권까지 지나치게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약간은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적도 있다. 유아를 상대로 하는 성범죄자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흉악범들의 인권까지 지키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사회가 이 모양이야? 선한 사람들의 인권이 중요하지 그들까지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약간은 감정적인 생각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인권에 대한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모두 9장으로 구성된 책은 인간의 존엄성, 인권실현을 위한 긴 여정, 새로운 세대의 인권, 세계의 양심 유엔, 인권을 지키는 국제정부기구, 세계의 인권, 한국의 인권, 한국의 청소년 인권, 인권을 위한 실천 이렇게 되어 있다. 막연하게 인권은 무한한 자유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 주변, 내 감정, 내 생활뿐 아니라 역사 속, 인물 속, 생활 속 인권은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지금 내 생활의 인권 뿐 아니라 세계 속에서 지켜야 할 인권들이 있고, 오늘 무심히 행한 행동들 속에서 누군가의 인권을 무시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내가 가진 감정, 내가 가지고 있는 테두리 안, 내가 지켜야 하는 것에 민감하고 그것을 침범하는 것을 싫어한다. 때론 그 침범이 싫다고 누군가의 테두리를 부수고 빼앗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상대방인 그 사람들도 누군가의 침입을, 침범을 싫어하고 두려워 하기도 한다. 내가 조금 힘이 세다고, 혹은 내가 조금 더 많이 가졌다고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뺏을 수 없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활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모른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권이 아니라 모두를 생각하는, 보다 폭 넓은 인권의 정의가 정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가장 흥미 있고,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한국의 인권’ 부분이다. 국가가 사람들을 마음대로 고문할 수 있는가, 국가가 개인의 생각을 어떤 식으로 감시했는가, 한국은 표현의 자유를 잘 보장하고 있는가, 정보화의 편리성이 우리의 인권을 어떻게 침해하고 있는가, 한국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는 어떻게 개선되었는가, 내 생각에 따라 군대를 안 갈 순 없는가, 2009년 용산에서는 왜 사람들이 죽어야 했을까, 왜 여성들에게 밤길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할까, 봉사활동과 장애인 인권 운동의 차이는, 한국인은 정말 하나의 민족일까, 동성애자는 차별해도 되는가,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등 한번쯤은 생각하고 아이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들이 많다.
예전에 비한다면 우리는 많은 부분 보장 받고 누리면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도 하다.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보장 받고, 누리는 것은 당연하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데 인색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또 힘의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그들만의 인권이 보장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소외되고 배려 받지 못한 사람들은 무시하고 나만 행복하면, 나의 인권만 보장 받으면 만사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었는지 나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나, 우리, 우리나라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도 생각해야 할 시점이 왔다. 이유도 모른 체 전쟁을 하고, 그 전쟁으로 거리에 내 몰리는 아이들을 무시하지 말아야 하며,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노예로 사고파는 행위나, 아이들을 학대하고,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마저 박탈하고 노동을 시키는 일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의 인권이 소중하듯 그들의 인권도 지켜져야 하고 누려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중학교이나 고등학생이면 엄마와 함께 읽고 토론 해 봐도 좋을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