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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도서]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김진송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아이들과 논술 수업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했던 수업이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유아용 그림책(글이 없는 그림만 있는 책이었다)의 그림을 보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뿐 아니라 ‘행복하게 잘 살았다’로 끝나는 동화의 뒷이야기를 상상하는데 아주 유용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보면 싫어하는 게 한 두 개씩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생각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말하기, 책의 뒷부분을 상상해서 써보기, 신문기사의 한 면을 보여주고 지금 읽은 책과 연관해서 나의 생각 써보기 등. 이런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하다보면 아이들은 멘붕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 왜 자꾸만 생각을 강요 하냐고 따지는 친구들도 있다. 그럼 평소에 생각 같은 것 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아이들 하는 말이 정말 과관 이다. 생각할 시간도 없고, 생각할 틈도 없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보내다 보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고 한다. 멍 때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 사색할 시간을 주는 것 자체를 시간 낭비라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처음 이 책을 블로그에서 봤을 때 호기심이 일었던 이유는 딱 하나다. 이 책을 가지고 논술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활용하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이야기를 짓는 것 말고도 어떻게 접근하면 자신의 생각을 보다 활발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호기심으로 접근했고 그래서 읽었다. 이 책을 다 읽고 아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조각 작품이나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지 꼽아 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선택했다. 물론 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이야기로 만들자면 많이 다듬어야겠지만, 참신하고 재미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을 했다. 나도 한때 음...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정도 였을 것 같은데... 그때 나는 한창 상상에 빠져 있었다. 중학교 추천 도서 중 소설만을 엄선해 열심히 읽었고, 순정만화라 칭하는 예쁜 사랑에 빠져서 살았으니까. 잠자기 전, 불 꺼진 천정을 바라보며 그 위에 그림을 그렸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괴물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사랑이야기로 끝을 맺는 혼자만의 상상. 그 이야기들이 예술로 승화(?) 되지 못한 이유는 지나치게 사랑에 집착(?) 했던 것일까? 망망대해를 건너 나를 구하러 온 왕자부터 시작해, 가난한 실수투성이 말괄량이 아가씨가 혼자의 힘으로 멋진 남자를 쟁취하고 그와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지만 용기를 잃지 않는 청순가련형 여인의 이야기,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이루고자 하는 꿈을 쟁취한 멋진 현대 여성의 이야기 까지 잠자리에서의 나의 이야기는 시대와 상황에 맞게 각색되어 갔다. 하지만 그들과 나의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구체적으로 쓰지 못했고 마음속에서만 이야기가 자리했다면, 그들은 눈에 보이게 작업을 했고 글을 썼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공상과 상상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예전에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었고 어떻게 상상을 했지? 짧은 장면이지만 에피소드들은 어떻게 구성했지? 조각 작품을 보고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이야기 일 수 있지만 작품과 이야기를 함께 보고 읽으니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아...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구나.. 아. 이런 의미로 이런 작품이 탄생했구나...

 

인간이 인간일 수 있고,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야기를 만드는 힘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재료들이 사용되고, 그 재료를 잇는 다양한 시도와 톱니와 부품들이 복잡하게 엉켜 있어도 그 모든 구조는 결국 이야기 안에서 풀려 나갈 수 있다. 매끄러운 이야기 속에서 복잡한 시선들과 엉킴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진다.

 

이 책의 공모전이 있음을 안다. 조각 작품 하나를 나만의 이야기로 만드는 것. 지금도 사실 좀... 망설이고 있다.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아직은 그 어떤 주제나 테마로 구성할지 몰라 리뷰로만 인사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공모전과는 별개로 이런 구성으로, 이런 테마로 책을 만들 수 있고 그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몇 개 아이들이 선택해준 작품은 실제 논술 수업에 적용해 보려한다. 나에게는 어려웠을 이야기 만들기가 아이들에게는 좀 쉽고 재미있는 과제(?)였으면 하는 바램으로.. ^^

 

ps. 마지막 의자와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 하는 부분은 참 좋았다. 인간이란 어떻게 진화되고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리고 그 안의 심리들까지... 나를 다시 생각하게 된 좋은 기회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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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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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goodchung

    요즈 아이들은 생각하기 싫어하는 그런 습성이 생기는군요. 하긴 너무 바쁘게 몰아치고 있으니 그 역작용일 수도 있겠지요...

    2013.01.06 10:2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수업을 하다보면 더 많이 느껴요. 정말 생각하기싫어하는 구나..
      워낙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니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ㅠㅠ

      2013.01.07 19:04
  • 스타블로거 파란토끼13호

    맞습니다.중고등학생들도 그래요.특히 수학 문제를 풀때도 조금만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면 풀어질수있는 문제도 생각을 하려하지않고 쉽게 푸는 방법만 이용하려고 하다보니 늘지를 않아요.안타까운 일이지요.

    2013.01.06 10:3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중고등학교에가면 더 그럴까요? 암튼 생각하기 싫어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응용하거나 조금이라도 어려우면 당최 생각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려고 하니..정말 안타까워요

      2013.01.07 19:06
  • 스타블로거 키드만

    작품을 보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
    이 책 공모전때문에 봤지만 그걸 떠나서 이렇게 무엇인가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
    꿈날자님은 잘 쓰실 듯 한데... 한번 도전해 보세요..ㅋㅋㅋ ^*^

    2013.01.06 12:3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저도 공모전 때문에 먼저 찾아봤지만... 그것과는 상관 없이 참 좋았습니다.
      이야기를 상상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
      사실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더 흥미 있게 봤어요. 도전은... 생각중이랍니다.
      너무 어려워서... ㅠㅠ

      2013.01.07 19:07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