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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도서]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김려령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책을 읽다보면 가끔 그런 책을 만난다. 너무도 친절하게 어느 시점에서 울어야 할지 대 놓고 알려주는 감정 폭발형 책. 처음엔 그런 책을 좋아했다. 울어야 할 타이밍 정확하게 맞추고 당연히 울어줘야 하는 센스, 그 시점에서 울지 못하면 왠지 내가 감정이 무디거나 독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이상한 난감함. 하지만 책을 많이 읽다보니 그런 책보다는 덤덤하게 읽고 있는데 어느새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그런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대 놓고 울라 말하지 않지만,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가 그 사람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대입하다보면 눈물 나는 그런 책이 좋아진다. 만약 내가 이 아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만약 내가 이 아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할까? 그 아이들과 한 몸이 되어 같이 울 수 있는 그런 책.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칠 년 전 문밖동네 문학상을 받고 등단한 오명랑 작가. 하지만 문학상을 받고 반짝 했을 뿐 지금은 어떤 글도 쓰지 못한다. 가족들 보기 민망해진 주인공은 ‘이야기 듣기 교실’을 열고 아파트에 전단지를 붙인다. 이후 3명의 아이들이 제자로 들어오고, 그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 명랑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건널목씨가 등장한다. 건널목이 없어 위험한 찻길 위에 횡단보도 모양이 그려진 카펫을 깔면 아이들이 그곳을 무사히 건너간다. 건널목씨가 선한 사람임을 알게 되자 아리랑 아파트에서 그를 경비실에 묵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경비실에 도희란 아이가 찾아온다. 가정불화로 갈 곳 없는 도희는 경비실의 건널목씨와 친구(?)가 되고, 건널목씨가 매주 수요일이면 찾아가는 곳엘 함께 가게 된다. 그곳에는 태석이와 태희가 부모도 없이 어두운 지하방이 함께 있다. 이후 그들은 외로운 세상을 함께 위로하고 위안 받는다. 얼마 후 도희는 할아버지 댁으로 이사를 가고, 태석이와 태희에게도 집나간 엄마가 돌아온다. 이후 건널목씨는 소리 없이 사라지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많이 울었다. 많이많이 아팠다. 매일 매일 싸우는 부모 밑에서 외로운 도희도 아팠고, 돈을 벌겠다고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남매들도 아팠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지. 왜 말 없이 웃어주면 속도 없는 줄 아는 걸까? 왜 그런 사람 앞에서는 우쭐한 척을 못해서 안달일까? (43)

아무리 지어서 써도 불현듯 나오는 문장까지는 지어서 못 써요. 몸에 박힌 말이 툭 나와 버리니까 (75)

나는 어려서부터 저렇게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콩닥콩닥 다투기도 하지만 언제나 같은 편인 가족.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도 그런 가족이 부럽다 (80)

태석이는 엄마를 기다렸어. 처음에는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기다렸는데 언제부턴가는 나서서 싸워 줄 엄마를 기다린 거야. 어린이 따지러 오면 어른이 나가 주는 집. 그런 집에서 살고 싶었지 무조건 자식 편인 부모가 있는 집(132)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평범함에 감사한 줄 몰랐던 사람이었다. 가진 것 없고, 식구가 많은 우리 집이 참 싫었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 잠자기 전까지 언니, 오빠, 동생과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우리 집이 그렇게 싫었는데, 이젠 그것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재미있게 기억하고 있다. 또한 누구보다 평범하고, 누구보다 잔잔한 빛깔을 띤 인생이야 말로 큰 파도 없이 느끼는 행복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아이들이 평범하고, 그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아이를 잃어 슬퍼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부모가 얼굴만 맞대면 싸우는 통에 가슴이 멍드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집을 나간 부모 때문에 자신들만 남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그런 사람들을 배려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만들고 있는 사람. 혹시 건널목씨를 만나게 되면 반갑게 웃어주면 어떨까? 당신이 건널목씨 예요? 이렇게 묻지 말고, 당신의 긍정 에너지에, 당신의 배려에 감사한다고 그 마음 똑같이 다른 이들에게 베푸는 것은 어떨까? 나, 우리 모두 분명 건널목씨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건널목씨 같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이 세상은 분명 웃을 일도 행복해 할 일도 많아 질 것이다.

 

추운 겨울이다. 이렇게 따스한 책을 만나게 된 하루... 나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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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토끼13호

    남들과 비교를 해봐야 나의 행복을 알수있나봐요.그래서 선악과 열매를 만들게 되었는지도 몰라요.악이 없으면 내가 선하다는게 얼마나 좋은것인지를 모르니까요.

    2013.01.09 18:0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행복해야 하는데... 근데 왜 남들과 비교해서 자신이 행복한지를 판단하니 원... 어찌보면 그게 참 안타까워요. 그냥 내가 행복하면 가장 좋은데...

      2013.01.10 14:46
  • 라떼

    저도 읽으면서 건널목씨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새 슬슬 잊어먹고 평소처럼 살아가고 있었네요...;;
    꿈의 날깨님의 서평을 읽으며 다시 예전의 마음을 떠올려 봅니다.

    2013.01.10 11:2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저도 같은 생각을 했네요. 이렇게 마음이 따스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지만 시간이란 녀석이 그걸 까먹게 하지요...
      이젠 잊지 않고 실천해야 하는 그런 날이면 좋겠습니다. ^^

      2013.01.10 14:52
  • 파워블로그 금비

    아이 출산 후 고지서 등에 딸려 있는 '아이를 찾습니다' 란을 유심이 보게 되었어요. 내 아이를 잃어버리면 어떨까라는 그 심정을 조금더 다가가게 되었기 때문이겠죠. 평범함이 부러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 최근에 제가 느끼는 감사함을 가져야 하는 이유겠지요. 김려령이 새 책을 낸건가요? 가시 고백 빌려놓고 아직인데..^^

    2013.01.10 12:5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부모가 되면 그런 것에 자유롭지 못해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구요. 그래서 저역시도... 평범함이 점점 좋아집니다.
      때론 무채색 같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그게 좋더라구요.
      음... 어린이 책으로 먼저 나오고, 어른이 읽을 수 있게 나온 것 같아요.
      재작년 책이니... 어떤 책이 먼저 나온지는 찾아봐야겠네요 ^^

      2013.01.10 14:53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