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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도서]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경혜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어른들은 사춘기 시절을 회상하고 떠올리기 좋아하면서도 그 당시의 마음은 잊어버리게 되는 모양이다. 공부보다는 놀기를 좋아했고, 부모가 하는 모든 말씀을 잔소리라 생각했으며, 뜬구름 잡는 잡생각을 많이 했을 텐데, 우리의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하면 싫어한다. 나의 단점이 들춰지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자식들에게는 서슴없이 독설을 퍼 붓는다. 사춘기 때의 외로움이나 사춘기 때의 아련함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부모란, 어른들이란 처음부터 부모이자 어른들이 아니었을 텐데, 부모들의, 어른들의 말은 다 똑같다. 공부는 잘했으면 좋겠고, 성공했으면 좋겠고, 내 친구의 아들 혹은 딸보다 뭐든 잘했으면 좋겠고, 누구의 아들, 딸들보다 효도했으면 좋겠고... 하지만 생각해 봤는가? 우리의 아이들도 누구의 부모처럼 혹은 누구의 어떤 모습처럼 자신들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부모가, 어른이기를 바란다는 것을..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피어날지 아무 예상도 못했던 우리의 청소년 아이들.. 그 아이들의 죽음을 뉴스나 신문을 통해 접하게 되면 슬프다. 어쩌다가 그런 모진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어쩌다가 그렇게 짧은 생을 살다 간 것일까?.. 그래서 이런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내 아이를, 내 주변의 아이들을 나는 잘 이해한다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착각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아픈 것은 아닐까 반성하게 되고 생각하게 된다.

 

재준이가 죽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 말씀 거역해 본 적 없고, 학교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런 재준이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죽은 재준이가 일기장 맨 앞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재준이는 자신의 죽음을 예언한 것일까 아니면 죽기로 작정한 것일까? 재준이와 제일 친한 나 유미에게 재준이 어머님은 일기장을 내밀었다. 도저히 읽을 수가 없으니 먼저 읽고 이야기 해달라고.. 유미는 재준이의 일기장을 읽으면서, 서서히 재준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어린 친구들이나 나이를 먹은 어른들이나 자신이 가지지 못했거나 자신의 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의 환경만 인식하고 인지하고 부러워하는 것일까? 재준이는 구속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고 잔소리 하지 않는 유미의 부모가 부럽고 유미는 그런 부모가 부담스럽다. 그래, 우리 엄마 역시 내게는 감옥이다. 모든 걸 자유롭게 풀어 주는 것 같지만 그러기에 나는 모든 것을 결정해야만 한다. 그것은 곧 모든 일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반항할 필요가 없는 대신 책임을 져야 한다. 그건 또 하나의 감옥이다. 결국 모든 부모는 자식들에게 다 감옥일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149)

 

부모에게 자식들은, 자식들에게 부모는 쌍방향으로 감옥이 아닐까? 부모는 자식들 때문에 희생하고 감내해야 하고, 자식들 또한 부모의 이런 희생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 있는 그대로 서로를 인정하면 이런 감옥은 없어질까? 아님 적어도 10보정도 뒤에서 서로를 지켜보기만 하면 의견충돌은 없을까? 삶을 포기하고, 죽고 싶어지는 것은 어쩜 거칠게 반항하는 아이들보다 얌전히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아이가 더 문제 아닐까? 부모를 감옥이라 생각하지만 본질적으로 아이들은, 부모는 서로를 사랑한다. 다만 그 사랑의 표현 방법이 너무 다를 뿐.

 

세상엔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꽃다운 아이들의 죽음은 막을 수만 있다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은, 인생은 핑크 빛도, 고속도로도 아니지만 살아갈 가치가 있고,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말해야 하는 사람. 그런 조언과 충고, 그런 용기를 줘야하는 사람이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요즈음 아이들 너무 나약하고, 죽음 자체를 쉽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우리의 어른들은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가? 거울이 되고, 길이 되어야 할 우리 어른들은 과연 어른스러웠을까? 공부는 잘 하냐? 학원은 다니냐? 나중에 대학은 어디를 가고 싶냐? 엄마가 아침밥은 잘 챙겨주냐?.... 나는 많이 컸구나. 우리 딸 그런 말을 하면서 따뜻하게 나를 바라보는 그런 장면을 상상했다. 사실 아빠는 늘 그랬다. 자상하다기 보다는 엄하고 잔소리가 많은 아빠였다. 그래도 나는 아빠를 사랑했다. 있는 그대로 우리 아빠니까.. 하지만 아빠는 나를 아빠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고 싶어 했다... (171-172)

 

우린 우리의 아이들을 소유의 개념으로 바라본 것일까? 마음대로 바꾸고 싶어 하고, 고치려 드는 걸 보면.. 있는 그대로의 우리 아이들.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 적어도 아이 일기장에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런 식의 일기는 만나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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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토끼13호

    무슨 제목이 그래요.놀랬잖아요.너무 딱맞는 말씀이네요.사춘기시절은 그리워해도 당시의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져요.그것참 희안한일이네요.

    2013.01.14 00:0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우리에게도 분명.. 사춘기의 마음들이 있었는데...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어른의 입장에서 잔소리 하는 걸 보면..

      2013.01.14 13:26
  • 라떼

    재준이의 죽음도 안타깝지만 충분히 좋은 부모님을 둔 것 같은데 유미의 환경을 부러워했는지... 아무래도 자식이 아닌 부모의 입장이다보니 그 마음이 다소 충격적이네요.
    부모가 자식에게는 다 감옥일 수 밖에 없다는... 내 자식도 그런 생각을 하는지 오늘 살짝 물어봐야겠어요.

    2013.01.14 11:0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재준이 아버지의 엄함 때문일 수도 있고, 나약함을 무기로 아들을 죄어오는 엄마도 사실은 문제더라구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으니 원... 근데 부모가 자식에게는 다 감옥이라는 표현이 좀... 무서웠어요.

      2013.01.14 13:28
  • 파란하늘

    친구들끼리 만나면 자식한테 벗어나야한다. 집착하면 안 된다..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만 참 쉬운일이 아니지요. 아이의 인격과 개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요.

    2013.01.14 11:2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아요. 자식들에게 벗어나야 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에게 덜 피곤하지요. 하지만 그게 쉬운일은 결코... 아니랍니다. ^^

      2013.01.1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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