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왕의 하루

[도서] 왕의 하루

이한우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생각해본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의 하루하루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나를 평가한다면? 나를 기록하는 사람들을 믿을 수 있을까? 또한 나를 기록하는 사람들이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객관적인 상태로 적어나갈 수 있을까? 혹시 나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적어나가진 않을까? 그게 개인의 일이라면 기분 나쁠 수 있지만 한 나라의 왕이라면 당연해야 하는 것일까? 요즈음 사람들이 말하는 인권의 입장에서 보면 별로 유쾌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왕의 하루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들을 해 봤다. 후대의 사람들에게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알 거리를 제공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은 별로 유쾌하지 않았을 것 같은 이 느낌.. ^^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드라마나 영화, 책은 모두 세상을 쟁취했거나 이긴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생각되었다. 대부분의 역사들도 그들의 시선에서 이야기되었으니까.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이기진 않았지만 역사에 회자 될 만한 사람들 혹은, 회자 될 만하진 않지만 역사서의 단 한 줄에 호기심이 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참 많아졌다. (만약에 라는 가정하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많은 소재들이 등장한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런 인물들을 통해서 그 시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역사가 딱딱한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좋은 역할을 한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역사라는 이름 앞에 한 획을 긋진 않았지만, 이런 사람들의 이런 인생들이 있었겠구나 하는 호기심으로 흥미로웠다면 왕의 하루라는 책은 오로지 왕을 위한 책이다.

 

모든 권력의 중심에 있고, 모든 음모와 사리사욕이 숨어 있는 곳. 듣는 귀와 말하는 입이 어느 곳보다 피곤한 그곳. 살아남기 위해 형제자매는 물론 친 인척까지 충분히 내칠 수 있는 바로 그곳. 왕의 하루는 어떤 것이고 그들의 마음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책에선 조선 27명의 왕을 모두 소개하고 있지는 않다. 역사의 흐름 앞에 아쉬웠거나 혹은 이슈가 될 만한 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내 입장에서 역사적 사건은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른 역사책에서 읽었던 것도 있고, 다른 쪽에서도 충분히 다뤄진 부분들이 있어서다. 다만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게 읽었던 것들은 ‘하루에 담긴 조선 왕의 모든 것’ 부분이었다. 1. 왕이 첫날을 시작하는 즉위식이 눈물 바다였다는 점(전 왕이 죽어야만 왕이 될 수 있으니까) 2. 왕의 최고 임무 제왕학 수련 (신하들은 은근히 왕을 무시(?)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학문으로 왕을 기죽이고 싶었던 모양이니까. 하지만 그런 신하들을 학문으로 제압한 왕들이 있었으니... 그중 제일 의외였던 것은 문종이다. 즉위한지 얼마 안 있어 죽은 문종이 ‘작은 세종’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했다고 한다. 세종 후반부의 치적 중 상당수는 문종의 업적이라고 하니... ^^) 3. 정치 행위의 결정체 왕의 결혼 (결혼도 마음대로 못한다는 것. 과연 왕들에게 사랑이 존재하기나 했을까? 신하들에 의해 강제로 이혼당한 중종의 이야기는 뭐... 애교로 받아 들어야 할까? 하지만 그 안에서도 유일하게 정실 왕후 한사람만을 아내로 둔 왕이 있었으니... 바로 현종이었다. 1남 3녀를 두었는데 그 1남이 후에 숙종이 되었다) 4. 죽음의 이름, 묘호에 담긴 정치술 (현재 우리에게 불리는 태종이니 세조니 하는 것들은 모두 훗날 붙여진 이름 묘호다. 묘호란 황제나 왕이 죽은 뒤에 종묘에 위패를 모실 때 붙이는 이름인데 태조 왕건부터 일관되게 사용되었다고 한다. 묘호를 정하는 과정은 임금이 생전에 보여준 인품과 업적을 두루 평가한 다음 그 결과에 기초해 예조에서 안을 만들고 임금과 정승들이 의논해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조선 시대에 묘호가 정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왕과 신하 간의 미묘한 파워 게임이 드러나게 된다. 그나마 조선 초기에는 왕권이 강해 그런 일이 없었지만 중 후반을 가면서 묘호의 권위는 추락하고 만다) 5. 권력 앞에 선 아버지와 아들들 (권력이란 무엇인지 그 권력을 잡기 위해 아들을 죽이는 아버지가 있다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뿐은 아닐 것이다. 사도세자를 죽인 영조, 왕위 계승 때문에 부자 사이가 갈라진 태조(이성계)와 태종(이방원), 폭정의 단서가 된 연산군의 불효, 아들 살해를 방조한 인조 등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왕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세종과 문종 세조는 효성이 지극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웃으면서 읽었던 부분은 역사를 두고 벌이는 전쟁, 왕과 실록 부분이었다. 왕도 사람인지라 신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보고 싶은 왕들과 보여주고 싶지 않은 신하들. “전하께서 이를 보신다면 후세의 임금이 이를 본받아 고칠 것이며, 사관 또한 왕이 볼 것을 의심해 사실을 다 기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후세에 진실함을 전하겠습니까?” (281)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왕들은 실록을 전혀 못 봤을까? 풋.. 아니라고 한다. 역시..보지 말라고 하면 더 보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니까.. ^^ 하지만 어찌되었건 그들이 열심히 적었기에 우리는 그것을 근거로 해 이렇게 책을 읽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루해서도 아니고 이런 저런 이들이 있어서다. 그래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왕의 하루. 사실 나 같은 평민(?)입장에서는... 결코... 부럽지 않은 인생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살펴 엿보는 것. 왕의 마음을 이해하고 왕의 심정이 되어보는 것 같아 좋은 경험이 되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왕이 사관들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글들은 지워달라고 했다고 한것 같은데요.
    잘 쓰고 있나, 나쁘게 표현하지 않았나 궁금했겠지요.
    처음엔 관심없던 책이었는데 점점 관심이 가는 책이에요. ^^

    2013.01.16 17:2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ㅋㅋ 왜 안그랬겠어요... 제가 왕이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
      왜 이런 이야기를 쓰냐? 이렇게... 그래서 웃겼어요.
      왕도 사람이구나... 하면서... 하지만 왕의 모든 행동들이 이렇게 기록으로 남는 다는 것..
      사실은 굉장히 오싹한 일인 것 같아요 ^^

      2013.01.17 14:05
  • 파란하늘

    <광해군>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심경이네요. 왕의 삶도 참 고달팠을 것이라는...그리고 사관을 믿고 싶었겠지만..궁금했겠지요.

    2013.01.16 19:4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왕이라는 거... 별로 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아요.
      내 개인 사생활이 없는 것 같은 그런 인생...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

      2013.01.17 14:06
  • 스타블로거 ne518


    정말 왕은 사랑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겠네요
    그런데 현종은 아내가 한사람만 있었다니 멋있게 보이네요
    다른 사람한테 한눈 팔지 않았다니...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쓸까, 알고 싶기도 하겠죠
    몰래 보다가 들키는 일도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우리가 가까이 갈 수 없는 왕이기에 알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왕의 처지에서는 그렇게 좋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희선

    2013.01.17 01:2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저도 그게 참 대단해 보였어요. 역대 왕들중에 아마... 유일한 것 같아요.
      현종이라는 임금이.... 한명의 여인이 자신의 부인인게... 쉽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후궁으로 들이려고 많은 신하들이 로비도 했을텐데... ^^ 그쵸?

      왕들도 사람인지라... 자신에 대해 뭐라고 쓸지 궁금했을 것 같아요.
      혹시 내 욕을 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
      암튼 그 부분에서 많이 웃었어요.. 역시 왕들도 사람이구나... 싶어서
      왕이라는 자리... 가까이 할 수 없어서 이렇게 만나는 자료들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

      2013.01.17 14:08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