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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도서] 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우타노 쇼고 저/권남희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지방 작은 도시의 대형슈퍼마켓 보안 책임자 히라타. 어느 날 자신의 직장에서 물건을 훔친 20대 여성을 잡는다. 평소의 그라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해 넘기겠지만 그녀를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바로 죽은 딸과 같은 나이였다. 그에게는 아픔이 있었는데 뺑소니 범에 의해 딸을 잃었고, 범인은 잡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건의 공소시효가 며칠 지난 어느 날 그의 부인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좀도둑(?) 스에나가 마스미와 친구가 된 히라타는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 과거에서 한 발짝도 나 올 수 없는 남자 히라타와 미래가 없는 여자 스에나가 마스미. 그 둘 사이엔 어떤 운명의 실타래가 함께 할까? 그 둘은 아픔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까? 

 

한때 과거를 원망했던 적도 있고, 빛나지 않은 현재에 화가 났던 적이 있고, 찬란하지 않을 것 같은 미래에 체념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한때는 늘 똑같은 쳇바퀴 인생이 싫었다. 특별한 인생을 살고 싶었고, 빛나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근데... 이젠 안다. 평범하다는 것.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 그리고 내일이 어떤 이들에게는 축복이 된다는 것을.

 

어느 날 사랑하는 딸이 주검으로 변했다. 자전거를 탔고, 헤어 폰을 목에 걸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딸아이의 부 주위를 지적했지만 히라타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을 한다. 음악을 크게 틀고 자전거를 탄 것은 아닌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다가 그런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딸의 과실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히라타는 생각한다. 자신이 조금만 더 딸아이에게 안전을 이야기 했다면 조심할 수 있었던 사건은 아닌지 자신을 책망하고 채찍질한다.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부부는 생각한다. 혹 내 탓은 아니었는지... 사회의 밝은 빛과는 거리가 멀게 점점 어둠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처럼 침묵의 감옥으로 스스로 들어가 버린다. 만약 딸아이를 친 뺑소니범을 찾았다면 히라타는 덜 괴로웠을까? 그라도 미워하는 힘으로 열심히 살았을까? 범인만 알았다면 다시 평범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지극히 평범했던 가정이 딸의 죽음으로 무너진다. 누구의 탓도 아님에도 부부는 서로에게 혹은 다른 이에게 손가락질 할 수 없어 스스로 무너지고 만다.

히라타 마코토의 ‘히라’는 평범을 뜻한다. 그는 자조하듯 어릴 때부터 기억을 더듬었다. 이 흔해빠진 성은 그가 태어나 자란 지역에 특히 많아서 초중고를 통해 반에 반드시 한명 이상의 히라타가 있었다. (중략) 이름이 평범하니 체격도 보통, 살집도 보통, 특별히 잘하는 과목도 없고 못하는 과목도 없는 자기소개하기가 아주 난감한 학생이었다. 자신은 이대로 세상에 묻혀 나이를 먹어가겠구나 하고 히라타는 평범한 장래를 상상했다. (중략) 히라타는 평범하게 나이를 먹어갔다. 그런데 딸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아내는 자살했다. 자신은 암 선고를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평범과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186-187)

 

나이를 먹는 게 틀림없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오늘과 같은 내일이 싫었지만 나는 생각한다. 평범하게 오순도순 산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이제 조금씩 알게 된다. 누군가는 그 평범한 삶을 위해 죽도록 노력한다는 사실. 이젠 그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이제 조금 있으면 봄이 온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게 찾아오는 봄이 누군가에게는 찾아오지 못하는 계절이 되기도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쩜...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인생은 겨울만 쭉 이어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지금 내가 가진 이 평범한 삶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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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그래서 제목이 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이군요.
    계절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그 평범한 것이 행복이라는 걸 우리는 아주 뒤늦게야 깨닫나 봅니다.

    2013.01.30 10:3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습니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아파요. 누군가에게 당연한 이야기들이...당연하기 위해 누군가는 노력해야 하잖아요. 평범함에 감사하고 싶은 날입니다.

      2013.01.31 15:38
  • 스타블로거 키드만

    무감각하게 살고 있는 그저 평범한 이 일상이 그야말로 행복이라는 것....
    점점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느끼게 되는 진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
    고로 나는 행복합니다... ^*^

    2013.01.30 12:4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아요.. 이렇게 책을 읽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그리고... 이웃님들과 교류하는 것들..
      모두가 행복이지요... 저도 요즈음은... 하루 하루 행복합니다.. 이렇게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이 흐르는 것... ^^ 우린 모두 행복합니다.

      2013.01.31 15:40
  • 파란하늘

    평범한 일상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건..이렇게 나이를 먹어야 깨닫게 됩니다. 그래도 가끔은 화려한 삶도 괜찮죠. 나중에 기분좋게 돌아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극단적인 소재에서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건 저자의 능력인가 봅니다.

    2013.01.30 13:3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예전에는 화려한 인생이기를 바랬어요. 남들과 다른 인생이라는 것.
      하지만 남들과 다른 인생이.... 이제사는.... 좋아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냥... 잔잔하고 싶어요. 큰 이슈없이 잔잔하게... 좀 소재가 극단적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님 말씀처럼... 작가의 능력이겠지요? ^^

      2013.01.31 15:43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