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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브

[도서] 코카브

김소윤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지금도 ‘도를 아십니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역 주변엔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도를 아냐고.. 그들이 이끄는 도의 길이 어떤 건지 모른다. 그들이 말하는 도의 진정한 의미도 뭔지 모른다. 다만 이 세상엔 정말 이상한 사람들 참 많아.. 이렇게 생각했을 뿐. 그 당시에 나는 그런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나는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그들은 한 가닥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그 삶에는 웃음도 즐거움도 행복도 없다. 침묵 안에 달라지는 서로를 보면서도 말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삶은 그냥 먹고 숨 쉬고 생활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 그런 삶 안에서 어느 날 아내가 사라졌다. 아내의 행적을 찾기로 마음먹은 남자는 코카브라는 집단에 들어가게 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의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의 상처를 보면서 자신 안의 아픔과 대면하게 되는 남자에게 시간은 되돌릴 수 있는 것일까?

 

한때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왜 인생이란 나에게만 이렇게 혹독하고 잔인한 것일까? 왜 삶이란 나에게만 이리도 냉정하고 차가운 바람 일색일까? 하지만 지나온 시간을 반추해 보니 인생이, 삶이 나에게만 냉정하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보면 내 인생의 굴곡 정도는 각도가 깊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냥 원만한 언덕을 숨차게 뛰어올라간 정도? 그 정도의 굴곡은 인생의 긴 마라톤 안에서 오르막 정도의 아픔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다 투정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내 인생의 이정도 고난쯤은 웃으면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인생은 모든 것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씩 잃어가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44)

나이를 먹으면서 종교를 갖거나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이유는 아마도... 얻지 못하고 잃어가기 때문 아닐까? 예전에는 노력하면 가질 줄 알았고,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나 자신을 채찍질 했지만... 맞다. 인생이란.. 조금씩 내 일부를, 내가 가진 어떤 것을 세상 안에 놓아야 함을 알게 된다. 그걸 좀 더 일찍 알려줬다면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았을 텐데.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려 하지 않았을 텐데.. 높은 곳의 공기는 낮은 곳의 공기보다 신선했을까?

 

부모에게 아이는... 상상 할 수 없는 보물이다.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나는 그 보물의 의미를 몰랐을 것이다. 인생이 하나씩 잃어가는 것이라고는 하나, 아이를 잃고 싶은 부모는 이 세상에 없다. 그래서 부부는... 아팠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네 탓이라 퍼 부을 수 있었다면 그들은 나름 이겨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 탓으로 돌릴 수 없었던 그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침묵이란 때론... 악귀처럼 달려드는 무서운 말보다 더 상처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읽는 내내 아팠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아이의 이름이 동현이라서 더... 울컥했다. 나의 큰 아이가 동현이라는 이름을 가져서 이기도 하고, 아이를 먼저 보낸... 어쩜 피할 수 있었던 그 사고를..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고였기에 더욱 아팠다.

 

이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한 일들로 가득하니까요. 모든 것을 다 가졌다 해서 행복을 보장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해서 평화를 얻는다고 보장할 수 없어요. (201)

하지 못한 게 아니라, 하지 않았다는 말. 운이 나쁜 게 아니라, 그렇게 만들어버렸다는 말. (208) 그들은 그 시간 안에서 아마 상처를 치유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이비 종교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위안을 찾는다. 처음에는 무슨 사이비 종교의 이야기를 이토록 애잔하게 그릴 수 있을까 했지만... 과연 사이비 종교의 이야기이기만 했을까? 시간이란 녀석은.. 참 묘하다. 그리고 잘 모르겠다. 그 시간을 잡고 싶기도 하고, 되돌리고 싶기도 하고,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이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기에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모양이다.

 

또한 그 시간이 있기에 우리는 치유하고, 위안 받는 것일지 모르겠다. 책을 덮고도 쉽게 움직이지 못했고, 그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침묵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위안을 받는다. 기억하는 한 우리의 인생..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들 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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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를 잃은 슬픔???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저 문자 만으로 느낄 뿐이겠지요.. 오죽하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런 고로 익히 공감은 할 수 없겠으나 그 아픔의 크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라는 것만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인 듯 보여집니다. 모든 부부에게 그걸 강요할 순 없겠지만 하나의 대안이랄까, 부부에게 있어 가장 최대의 가치를 서로의 배우자에게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말이야 쉽지요... 자신이 배 아파서 나은 자식이니 마음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는 것, 혹은 어쩌면 아무리 사랑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해도 지 배 아파서 낳아 보지 않으니 저런 소리나 하고 있지, 하는 남편의 사랑법???
    전 이 책에서 그런 걸 참 크게 느꼈답니다... 어차피 정답이야 없겠지요.
    하지만 어딜 가서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제 아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답니다...

    2013.02.01 08:4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사실.... 아무도 모르겠지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그 마음을 모를 겁니다.
      공감은 할 수 있지만... 그 아픔의 크기까지.... 맞아요 말할수 없어요. 그래서 이런 책의 리뷰는 쉽지가 않더라구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자식도 중요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
      그래고 결국.... 제 곁에서 저와 함께 할 사람은 남편과 아내라는 생각.
      자식과는 또 다른... 암튼 생각이 많았던 책이었고, 리뷰쓰기는 그만큼 힘들었던 책이랍니다.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

      2013.02.02 13:11
  • 기쁨주기

    이단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 의식이야. 기성종교에서는 약한 부분인데 동생이 말한 것처럼 누군가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 줄 때 그 마음이 열리겠지. 갈수록 운명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며 인간의 나약함을 느껴 . 절대자의 힘이 필요한 시간일 것 같은데 오늘 신문에 사람들은점점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네....ㅎㅎ

    2013.02.01 10:4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아요. 이단들의 특징.... 하나가 되는 공동체 의식..
      그런 공동체 의식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 상처를 같이 하는 것... 그럼 마음이 열리겠지요..
      근데... 점점...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군요...
      다들... 너무 힘들어서 그런걸까요?

      2013.02.02 13:14
  • 도담별

    친구가 얼마전에 마음이 너무 힘들고 괴로우니까 종교를 가져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사람이 너무 힘든 순간, 그 순간에 차라리 초월적인 존재에 대해 의지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아픔의 크기가 얼마나 무거울지 감히 추측할 수는 없지만 이 리뷰를 통해서 조금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이해하게 되네요.

    2013.02.01 13:1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그런 생각들 많이 하지요. 저는 아직까지..... 힘들어도 종교에 의지하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다. 아직은... 나 자신을 믿겠다는 생각을 하는 입장이라서.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너무 힘들면... 어떻게든 의지하고 싶을거라는 것...

      아픔의 크기... 우리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쉽지 않네요... 이 책의 리뷰가...

      2013.02.0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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