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시설 출신인 요코는 정치가 집안의 며느리이다. 요코의 친구 하루미 또한 보육시설에서 자랐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한 채 우정을 이어나간다. 하루미는 친부모를 찾고 싶은 마음에 신문기자가 되고, 파란 하늘 리본이라는 그림책으로 일본그림책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유명해진 요코를 인터뷰 하던 중 하루미는 요코를 쫓는 노년의 여성을 포착하게 된다. 하지만 요코의 그런 행복도 잠시... 요코의 아들 유타가 유괴되는 일이 발생하고, 선거 사무실로 협박장이 날라 온다. 그러는 과정에서 요코와 하루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과 같은 친구. 그리고 라이벌.. 요코는 어떤 형태로 모성애를 발휘하게 될까?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를 참 좋아한다. 평범한 얼굴을 한 사람들 속에서 내면의 깊은 마음 변화를 교묘하게 잘 이야기 한다. 잔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요코와 하루미. 하지만 그들의 과거는 두 사람의 인생을 달라지게 한다. 내가 믿는 진실이 왜곡될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하는 타인의 그림이 모두 그 모습과 똑같을 수 없다. 가끔 악랄한 적은 결국 내부에 있다고, 우리는 친하다는 이유로 진짜 모습을 외면했던 것은 아닐까? 10년, 20년 이란 세월을 같이 보냈다고 해서 우리가 상대방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예전에 그 시간만큼 상대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정말... 저 깊숙한 내면의 이야기는 아무도 모른다. 때론 나 자신도 모르는 내 모습에 놀라는 것처럼 내가 아는 친구의 모습... 진짜 모습은 50%도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씁쓸했다. 이 책과 비슷한 상황이 나에게 온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20년을 넘게 안 친구에게 뒤통수 제대로 맞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런 생각도 든다. 그 친구 역시... 나에게 뒤통수 맞았다고 생각할지도... 한때는 일방적으로 그 친구를 원망했었다. 아니 순하고 착한 얼굴로 진심을 숨기고 라이벌로 생각했던 일들. 나와 일대일 라이벌로 생각했다면 웃어넘길 수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구도를 우리의 아이들로 확대 해석하는 건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로 그냥 자유롭게 놔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어떤 특기를 가지고 있든 없든... 하지만 늘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자신의 아이가 친구 누구의 아이보다 못하다는 것.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나 보다. 친구에게 은연중에 독설을 퍼 붓는 것을 보면.. 아직 어린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꽃을 필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당장의 모습으로 라이벌 의식을 갖는다는 것. 어찌 보면 그전에 알지 못했던 사람의 진심일지도 모른다는 것. 그게 좀.... 안타까웠다.
하물며 친한 친구가 내 부모를 죽인 살인자의 딸이라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 우정을 이어나가게 될까? 사실 이런 설정은 무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난 아이들. 그리고 그 죄 때문에 복수의 칼을 간다는 것도 아프다. 살인자의 딸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 그 자체를 인정할 수 없을까? 나는 이렇게 고통 받으며 살고 있는데...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복수의 칼이 서로의 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로 화살을 돌린다. 그 아이 역시... 아무 잘못이 없는데..
부모가 지은 죄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있을까? 그 자식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어둠속에서 살고 있을까?
“보육원 아이는 찝찝해?”
“당연하잖아. 어쩌면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의 자식일지도 모르고, 최악의 경우 범죄자의 자식일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아이는 잘못이 없잖아.”
“어리석은 소리 마. 없긴 왜 없어? 어떤 환경에서 자라도 부모에게 물려받은 피는 속일 수 없어. 일단 입양하면 뒤늦게 야만적인 본성을 알아차려도 돌려보낼 수 없다고.”
“내가 어째서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아이를 시절에 맡기지도 않아. 제 자식은 책임지고 제 손으로 키우지. 그게 상식이잖아.” (22)
지금도 여전히 마음속에 의문이 남는 것. 살인자는 태어나는 것일까?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태어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 집안의 3대를 알아보고 결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누구의 피를 이어 받았는지에 따라 생각의 변화가 있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 게다.
이야기의 흐름이 조금 더 빨랐다면 덜 생각하고, 시간의 급박함으로 인해 긴장감이 더 했을까? 그런 흐름과는 별개로 인간이 상황에 따라, 얼마나 다른 본성을 갖게 되는지 생각할 수 있었던 그런 책이다. 우리에게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대처하고 행동했을지... 많이 생각해 본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