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가끔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잔인해서 불편할 때가 있고, 듣기 거북에서 불편할 때가 있고, 이 책처럼 우리나라의 맨 얼굴을 보게 되었을 때 또한 불편하다. 그리고 화가 난다. 왜 우리나라는 독일처럼 그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까? 남의 인생과 비교하기 좋아하고, 남의 시선을 그렇게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이 왜 친일 청산을 하지 못했을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사람들이 친일을 해서 잘 사는 사람들을 왜 그냥 놔두었을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함께 나서면, 함께 분노하면 그들을 끌어내릴 수 있지 않을까? 철저히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높은 자리에 앉은 그들을 왜 몰아내지 못할까?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그리고 화가 난다. 이젠... 우리도 알아야할 때 아닐까?
우리는 국사를 배울 때, 국사는 막연히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대학갈 때 별로 쓸모가 없다고, 공부 시간을 줄이거나 없애기도 했었다. 그게 과연 맞는 처사였을까? 자신의 뿌리를 백지 상태로 만들어 놓는 교육이 제대로 된 교육이었을까? 일제가 만들어 놓은 부동의 정설을 결코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 새로운 학설이나 새로운 이론들이 맞다면, 정설은 얼마든지 변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닐까? 아닌 이론이나, 아닌 정설을 끌어 않고 놓지 못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나라...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되어 있다.
1부 식민사관의 핵심을 꿰뚫다.
2부 그들이 바꾼 이리 역사를 되돌려야 한다.
3부 이기백과 박노자의 역사관을 비판한다.
4부 우리는 우리를 기다렸다.
이 안에는 이병도가 우리의 고대사를 어떻게 부인하고 왜곡했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또한 이병도의 제자들이 현재까지 요직을 두루 거치며,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정설을 바꾸지 못하게 하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범죄의 증거를 찾기는 쉬워도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무죄를 증명하는 것) 찾는 건 굉장히 힘든 거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 않았는데 그걸 어떻게 증명 하냐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병도외 그들은 나와 있는 증명도, 나와 있는 근거도 모두 눈감아 버리는 집단이라고...
한국사를 보는 시각과 이론에는 이른바 정설이란 것이 있다. 다양한 주장이 존재하고 현재의 시각에서 늘 새롭게 쓰는 것이 역사인데 한국 주류 역사학계는 정설이란 것을 만들어 다른 해석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이단시 한다. 역사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을 무시하거나 은폐하고 왜곡하는 풍토가 뿌리 깊다 (29)
우린 우리의 뿌리를 신화 혹은 설화라는 이름으로 단군이 세운 나라를 부인하고 있다. 일본이 만들어 놓은 단순 신화, 호랑이와 곰이라는 동물을 만들어 신화라고 포장해 버린 것을 그대로 배우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우리의 뿌리를 우리가 무시하고 격하 시켜 버리는 민족이 또 있을까? 일본이 만들어 놓은 식민 잔재 우리의 역사 이야기, 중국이 일본을 본받아(?) 자신의 방식대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행위, 그 안에서 중국과 일본의 눈치를 보며 어떤 액션도 취하지 못하고 있는 한심한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면서 불편함도 이런 불편함이 없다. 중국의 동북 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동북아역사재단이 하는 짓을 보면 또 한 번, 화가 난다.
지은이가 고조선이 우리의 뿌리임을 증명하는 이야기, 이병도가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하는 이야기, 그 제자들 역시도 같은 짓거리(?)를 하는 이야기, 중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소신을 가지고 한국사의 진실을 파헤치는 역사학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모든 이야기는 사실.... 많이 슬프다. 이 나라가 고작 이것 밖에 되지 않음이 화가 난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하나의 정설만 있어야 하는 한국사는 이미 역사도 아니고 학문도 아니다. 이미 답이 다 정해져 있으니 연구할 필요가 없다. 아니 연구해서는 안 되는 역사가 한국사다. 역사는 늘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258)
그들이 만들어 놓은 틀 때문에 한국사는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을 욕하고 한탄만 하지 말고 이제는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은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며 결집하려고 한다. 중국 또한 일본을 본받아(?) 역사 왜곡을 아무렇지 않게 하려고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그들의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인가? 역사 앞에 모르는 게 약이 될 순 없다. 이젠 우리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모두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생각을 가진 역사학자들 있다는 것, 알아가려 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젠 역사가 암기 과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많은 왜? 혹은 만약에? 라는 가정으로 의문을 가져야 한다. 한, 중, 일의 역사적 경험은 지금도 반복되어 있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똑바로 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누군가에게 지배당하게 될지 모른다. 역사를 바꾸는 일은 항상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이 땅을 지켜온 민중의 몫이었다 (348) 하지만 이젠 지도층의 누군가도 나서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책을 왜 우리는 교과서로 아니 필독서로 만들지 못할까? 안타깝기 그지없다.